전쟁사 이야기 번외편 - 인디애나폴리스 침몰사건
제가 어릴 적에 영화 를 잠깐 본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는 직접 시청했던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그 영화에 사용된 점점 조여오는 공포감과 상어 지느러미가 물 위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정말 유명한 밈이 되었죠.
아주 흥미롭게도 이 의 영감이 된 사건이 세계 2차대전 종전 직전에 발생한 미국 중순양함 인디애나폴리스 침몰사건입니다.
(USS indianapolis 는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종결되기 직전 어이없는 사고가 겹치면서 침몰하고 많은 수병들이 전사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됩니다. 약 1200명의 승조원 중 300여명만 살아남은 대형 사고였습니다.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97 )
1945년 7월 일본의 패색이 확실해지는 가운데 인디애나폴리스는 극비 임무를 하나 수행합니다. 바로 리틀보이 원자폭탄에 사용될 재료들을 수송하는 임무였죠. 이 폭탄은 8월 6일 조립되어 일본에 투하됩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이 사용되는 순간이었죠.
7월 26일 성공적으로 원자폭탄 재료를 수송한 이후 아군 해군기지로 돌아가던 도중 비극이 발생합니다. 이런 대형함선은 기동이 매우 힘들기에, 작은 구축함이 여럿 호위로 붙어서 적 잠수함을 경계하는 도움을 주어야합니다. 그러나 상부는 극비 임무를 이유로 구축함 호위를 붙여주지 않았는데, 이미 원자폭탄 재료를 안전하게 수송한 뒤인 7월 26일에도 어떠한 호위함을 붙여주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함장은 부족한 대잠장비(적 잠수함을 포착하고 공격하는 무기, 주로 구축함같은 작은 함선에 적재)의 이유로 계속 구축함 호위를 요청하였으나 극비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이유로 인해 거부당합니다.
결국 7월 30일 아군 해군기지로 항해하던 도중, 일본 잠수함에 포착되고 어뢰 공격을 받게 됩니다. 6발의 어뢰 중 2발이 직격하여 300명이 전사하고 함선이 침몰하는 피해를 입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사건은 태평양 전쟁에서 흔히 벌어진 전투 중 하나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침몰 직후부터 근처 아군에게 조난신호를 발송하고, 남은 900여명의 승조원이 바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지속적인 구조 신호를 보냈으나 당시 일본의 패전이 매우 짙어진 상황에서 해군 당직자들은 매우 안일했고, 근처 수신소의 당직 사관들은 술을 먹고 자고 있었거나, 다른 사관들과 놀고 있었거나, 또는 일본군이 아군을 유인하려는 기만책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난 신호를 보낸 이후 4일이 지나고 나서야 지나가던 미군 비행기가 이들을 발견하고, 해군에 의해 이틀에 걸쳐 구조를 받습니다.
(1200여명의 승조원 중에서 함장을 포함하여 900명이 물 위에 떠서 구조를 기다렸지만, 5일이 넘는 시간 바다에 표류하며 탈수, 식량부족, 환각, 상어의 습격으로 인해 300명까지 줄어듭니다
https://namu.wiki/w/%EC%9D%B8%EB%94%94%EC%95%A0%EB%82%98%ED%8F%B4%EB%A6%AC%EC%8A%A4%20%EC%B9%A8%EB%AA%B0%EC%82%AC%EA%B1%B4 )
당시 승조원들이 조난당한 해역이 상어떼가 출몰하는 지역이었는데, 시체와 부상자의 피냄세를 맡고 몰려온 상어떼에 의해 승조원들은 무참히 희생당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구조 중에도 상어떼에게 공격받을 정도로 그야말로 바다의 생지옥이었습니다.
당연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미 해군 수뇌부는 어떠한 구조신호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인디애나폴리스의 함장 맥베이 대령을 군사재판에 회부합니다. 죄목은 "적절한 기동을 통해 적 어뢰를 회피하고 자함을 지켜내지 못했다"라는 것이 었는데, 수없이 많은 함선이 침몰한 태평양 전쟁에서 그야말로 유일하게 자신의 함선이 침몰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웃지 못할 일입니다.
이후 맥베이 대령은 전역이후 1968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는 침몰사건 이후 전사한 승조원의 유가족에게 항의 편지와 전화를 받았고, 정신적 고통으로 방황하다가 끝내 자살로 생을 마칩니다.
이 일화는 이후 에 영감을 주었고, 이 영화를 우연히 알게 된 11살의 헌터 스콧이라는 학생에 의해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사건이 재조명됩니다. 영화 의 영향을 주었다는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생존자 승조원들을 인터뷰하면서 해당 사건에 책임 회피와 비극적 결말이 있다는 것이 알려집니다.
이후 해당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면서, 나중에는 당시 인디애나폴리스를 침몰시킨 일본군 잠수함 I-58의 함장 하시모토 모치츠라의 편지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미합중국 상원 군사위원장 존 워너 의원 귀하
저는 당시 USS 인디애나폴리스 함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던 일본제국 해군 잠수함 I-58의 함장이었던 전 제국해군 중좌 하시모토 모치츠라입니다.
저는 귀하의 결의안이 1945년 7월 30일 격침된 미해군 중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의 함장 故 찰스 버틀러 맥베이 3세 대령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어뢰공격을 지시했던 장본인으로서 저는 맥베이 대령이 왜 군사법정에 세워졌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경계태세를 소홀히 했다는 유죄 이유도 납득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전 인디애나폴리스가 어떤 상태라도 격침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인디애나폴리스의 승조원들은 끔찍했던 전쟁과 그 결과에 대해 서로를 용서했으며, 이제 귀하와 귀하의 나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맥베이 대령에게 씌우진 부당한 혐의를 벗겨 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후 이 사건은 클린턴 대통령대에 이르러서 재조명되었고 맥베이 대령과 승조원들은 모두 명예회복됩니다. 맥베이 대령은 당시 제독으로 전역하였으나, 인디애나폴리스의 승조원들은 그를 끝까지 함장으로 호명했었으며 명예회복으로 무공훈장 수여 이후 맥베이 대령의 묘지로 찾아가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집니다.
(생전의 맥베이 함장)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https://orbi.kr/00028616772 - 23편 준비
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https://orbi.kr/00028751436 - 번외편 단수와 보급
https://orbi.kr/00028918449 - 24편 자율성과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929569 - 25편 경험과 실패
https://orbi.kr/00028954207 - 26편 문화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그거 진지하게 안하고 그냥 넣고 싶었던 과 넣어본 사람있으면 좋아요 눌러줘
-
99/250 0
모집인원 166에 실지원은 600.. 최초합은 물건너간듯요
-
빨리 와라
-
집독학해서 재수 너무 힘들었어? 과탐 못버려서 수능 망했어? 원서영역을 컨설팅...
-
니들이 중대 와서 날 백날천날 찾아봤자 절대 날 특정할 수 없음
-
정시의벽 11
사망
-
뭐야 고대의대엿자너..
-
성대 조발 0
언제 할까요?
-
총원이 6명 이엇음 다들 시대인재 검토 뭐시기더라..
-
뒤에서대학얘기함 나무서워
-
고2때는 강민철쌤 들었는데 고3되고 김승리쌤으로 갈아타서.....
-
저능아처럼 행동함 예를 들어 너 어디살아? 노무현 수능 잘봤어? 엉덩이 대학...
-
인스타 보다가 4년연속 수능 수학 100점 발견함 14
ㄹㅇ어케햇노? 부럽다
-
저는 고3때랑 재수때 모두 수능끝나고도 생리를 안했거든요 고3때는 수능끝나고 1월에...
-
고고곡
-
선넘으래서 선으로 줄넘기 했는데
-
선넘질문 6
을 제가하겠습니다 님들 여친없죠?
-
나도 호감 고닉이 될테야
-
일단 오르비언들은 현실적으로 넓은의미의 지성인에 속함
-
헤헤
-
선넘질받해볼래요 13
재밌어보여 질문좀
-
덕코내놔 3
-
재수고민 2
원래 군수 할라했는데 공군 스펙쌓고 신검받고 하면 5월안에 입대를 못함. 그래서...
-
선넘질받 10
나도 해볼래
-
그 다음으로는 뉴턴역학시간해석열역학전기력자기장파동빛반사가 재밌어요 그리고 일과에너지는 재미없어요
-
저도 질받 15
아무거나 ㄱㄱ 신상이나 너무 과한 것만 아니면 적당히 선 넘어도 ㄱㅊ 설거지 하고 옵니다
-
진학사댓 뭐지
-
진짜 미친거아님? 아직까지 안오네 대성 들으러간다 ㅅㅂ
-
나 울어
-
알바 추천점여 2
또래 많은 사람 많은 알바 없나여 편의점 카페 피방 이런 혼자나 둘이서만 하는...
-
뻥임뇨
-
누구랑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얌전히 운동하고 갈게요.... ㅎㅎ 토요일에...
-
오늘의 MVP 질문 11
-
20살 모쏠녀인데 12
대학가면 모쏠 탈출할 수 있을까요 ㅠ..
-
여기서도 찐따야
-
독해의 끝 10
여러분의 독해의 끝. 국어 독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
오후 알바 야간 쿠팡
-
선넘ㄱㄱ 4
네
-
급궁금
-
크게 보자면 인서울 수도권 지방 전문대 고졸
-
아잇쿵!
-
상당히 높던데.
-
개화지문을 경제로 바꾸고 어려운 단어랑 비율 때려박았으면 킬러였을듯
-
환율 정상화 0
크아아
-
문제대충 봣을땐 사고력보단 걍 범위가 개넓어보이던데
-
저 수리논술 진짜 잘봐줄 자신있는데 경력없어서 인기없나바요 제 전문분야가 서술인대
-
중경외시에서 이번에 설대 약스나 떨어지면 연대 교차로 갈 듯함 대깨 메디컬이라...
이런 지식은 어디서 얻은셧나요
관심가지고 찾아보거나 전쟁사 관련 책들 좀 읽었고, 좋은 다큐멘터리도 많이 나와있고요 종종 진짜 용기내서 영어로 된 자료도 찾기도 합니다. 밀리터리 관련된 게임도 많이 하다보니까 취미가 일상화된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