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번외편 - 보안 (또 분량조절 실패)
보안유지는 통신기술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더불어 대단히 중요하게 된 영역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몰래 와서 엿듣거나 중요한 문서를 빼돌리는 수준이었지만, 무선통신의 발달로 인해 정보가 쉽게 전달되는 만큼, 중간에 가로채는 것도 매우 쉬워졌습니다.
물리1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광통신을 배울 때 장점 중 하나를 보안이라고 배웠을 것입니다. 광통신과 달리 무선은 보안이 매우 취약합니다. 누구든지 수신되는 전파를 중간에 잡아낼 수만 있다면 그 내용을 그대로 도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대에서는 정말 중요하고 민감한 이야기는 통신수단을 쓰기 보다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 정산들끼리 굳이 무선통신을 쓰지 않고, 되도록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북한이라는 적대 국가를 맞대고 있는 나라나, 미국처럼 전세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동시에 적이 사방에 깔린 나라들은 보안이 대단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미국은 특히 보안문제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세계 2차대전을 치르면서 암호해독과 보안을 통해서 쏠쏠한 재미를 보았었고, 911 테러같은 경우도 아직 항공기 보안 분야가 미흡한 시절에 생긴 참사였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최고 수준의 보안에 의해 보호되며, 당사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건강정보, 발언, 외교적 담화 모두 중요한 기밀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대통령 건강 문제는 국가 2급 기밀로 분류되어, 사소한 것은 간간이 공개하지만 매우 중대한 사안인 경우 끝까지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8/2018062890135.html)
(대통령의 생각이나 발언은 함부로 새어나갔다간 국가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감시를 받습니다.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이 쓴 보안 텐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2/2013111200222.html)
미국 대통령이 쓰는 보안 텐트는 여러 가지 도청이나 감청을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초소형카메라와 몰카 범죄가 늘어나서 민간인도 골머리를 앓는데, 당연히 국가 고위 수장도 큰 걱정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 보안텐트는 외부의 침투를 막을 뿐만 아니라 소음을 일부러 일으켜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게끔 한다고 합니다.
(하노이 회담에서도 근처 전파 장비에게 장애를 일으키는 재밍 기능이 탑재된 차량이 호위에 사용되었습니다)
아무리 철저한 보안과 안전에 투자해도 언제나 뚫는 자들은 항상 방패를 뚫어왔고, 이를 막기 위해 더 뛰어난 방패가 개발되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뚫으려는자와 막으려는자의 치열한 수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도 보안은 매우매우매우매우 중요했으며, 아군의 기습 작전이 적에 유출되어 거꾸로 몰살되는 장면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특히 아직 암호나 보안 유지에 대한 원칙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던 1차 세계대전에서는 장군들이 술 먹고 사교클럽에서 작전 내용 떠벌리고 다니다가 상대국에게 정보가 들어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세계 2차대전부터는 암호학과 보안 관리가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특히 소련에서 유명했던 ‘리하르트 조르게’라는 전설적인 스파이가 있습니다. 소련의 스파이였는데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독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세계 2차대전에서 독일과 소련의 전쟁은 대단히 치열하고 극단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2차대전이 시작할때는 오히려 독일과 소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서로 불가침 조약을 맺습니다(독소불가침조약). 독일로선 프랑스와 싸울 때 뒤통수를 후려칠 소련이 무서웠고, 소련은 급격히 공업력과 개발이 팽창하던 시기라서 전쟁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합니다. 독일이 얼떨결에 프랑스를 통째로 꿀꺽해버리고, 영국군과 벨기에군, 프랑스 잔존 병력은 무기를 몽땅 버리고 바다 건너로 도망갑니다(덩케르크 작전). 프랑스를 전력 손실도 없이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손쉽게 제압한 독일은 슬금슬금 딴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전설로 남은 소련의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 이 밖에도 소련은 뛰어난 점이 분명히 존재했던 강국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리하르트 조르게는 매우 뛰어난 첩보활동으로 정확한 정보를 여러개 수집합니다. 그 중에 하나는, 독일이 소련과의 불가침 조약을 깨버리고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하는 침공계획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첩보를 보고받은 스탈린은 ‘설마 히틀러가 미치지 않고서야 코앞에 영국이 건재한데 우리를 칠까’하고 무시해버립니다. 그런데 스탈린의 예상보다 히틀러는 훨씬 더 또라이였습니다. 조르게의 첩보대로 독일은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하며 소련군을 박살내버립니다. 수천만명이 죽어나간 독소전쟁의 시작이었습니다.
조르게의 충고를 무시했다가 단단히 대가를 치른 스탈린은 이후 조르게를 신뢰하게 됩니다. 당시 조르게가 수집했던 정보 중 하나는, 일본 제국은 소련의 만주를 건드릴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탈린은 이 첩보는 믿고 만주에 있는 병력과 물자를 빼내어 독일전선에 투입합니다.
여담인데 당시 독일은 양면전선을 형성해 소련을 약화시키기 위해 동맹관계였던 일본 제국에게 만주침공을 요청하지만, 중일전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거같던 일본군은 시원하게 씹어버리고 미국을 건드리는 쓸데없는 짓이나 하다가 한순간에 주력을 말아먹고(미드웨이 해전) 패망하게 됩니다. 독일과 일본은 조별과제에서는 만나기 싫은 팀워크를 보여줍니다.
한국에도 간첩으로 몇 번 나라 전체가 시끄러운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유명한 사례가 바로 ‘무함마드 깐수(정수일)’ 사건입니다.
(바로 이분입니다. 딱봐도 이국적인 외모 덕에 간첩으로서 활동하기 수월했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위장해서 잠꼬대도 아랍어로 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이력은 좀 길어지니까 적당히 패스하겠습니다. 하여간 어찌어찌 북한까지 가게되서 첩보훈련을 받고, 남파 공작원으로 파견됩니다. 물론 남한에 올 때 제시한 이력은 싹다 거짓. 한국어를 충분히 할 수 있었으나 생초짜처럼 행동하며 심지어 수업도 들을 정도로 철저히 위장했고, 가족은 물론 이 사람에게 배우던 학생들도 간첩이라는 사실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리 철저하게 감추고 위장해도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무언가 이상하다고 낌새를 눈치챈 남한 정보당국(안기부)에게 덜미가 붙잡혀 체포됩니다.
훗날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보낸 내용은 학술적인 정보 위주에다가 첩보로서는 가치가 부족한 것들이 많았고, 남한에서 이루게된 가정의 후처(전처는 북한에 있음)의 간곡한 설득과 애원으로 결국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북한에 보낸 자료가 단순 언론보도에 그쳐서 혐의가 중하지 않다는 점 등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사실을 참작받아서 사형은 면하고 2003년에 형을 마치고 사회에 복귀합니다.
보통 이런 간첩들이나 공작원은 엘리트나 능력자가 많습니다. 영화 시리즈에서도 나오듯이, 이런 일은 대단히 어렵고 위험한 일입니다. 위에 소개한 정수일이라는 사람 또한 대단히 비범한 능력을 지녔고, 7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며 간첩으로 활동하기 전부터 중국과 북한 등지에서 인정받는 능력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에서 잘 먹으면서 뛰어난 능력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답니다. 한국의 강경한 보수 세력으로부터도 그의 능력은 인정받는다고 하네요. 저서활동도 많이 하고, 다만 과거의 이력 때문에 방송출연 같은 공적인 활동은 좀 어렵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해피엔딩. 뛰어난 인재를 공짜로 넘겨주신 북한에게 크나큰 감사를....
(간첩으로 활동하기 전에 중국이나 북한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는 걸 보면 능력은 확실하다고 느낍니다)
그 외에도 보안은 전쟁이나 정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이 기습적인 공격을 가하면서 미국의 주력부대를 궤멸시킴과 동시에 태평양 전쟁의 시작이었던 ‘진주만 공습’은 전술적으로 대성공(상대 주력을 은밀하게 박살내고 자신은 온전히 전력을 유지한채로 튐), 전략적으로는 대실패(미국을 건드림, 그것도 선전포고 없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진주만 기습을 비롯하여 미국계 일본인들의 행동(미국에서 태어난 일본인들이 일본군 패잔병 조종사를 도와주며 미국인들에게 위해를 가한 사건)에 경악한 미국은 이들에 대한 극단적인 격리조치까지 시행합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이 있죠.
진주만 공습까지 일본군은 아주 침착하고 치밀한 보안을 지켰으며, 미국이 여러 가지 이상징후를 포착하였지만 끝끝내 기습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허를 찔립니다. 반대로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미국이 일본군의 정보력을 압도하여 일본군이 박살나버렸죠.
에서는 당시 정치적으로 대립했다고 알려진 ‘심환지’와 은밀히 주고받은 편지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조가 권력을 굳건히하기 위해서, 표면적으로는 심환지와 대립했지만 이면에는 서로 치밀하게 교감하며 정국을 조종하던 상황이 드러납니다. 심환지도 신하들에게는 일종의 간첩이었지요.
최근에는 중국의 조직적인 정보 유출과 산업스파이 문제로 전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유학생으로 위장한 중국의 첩보원이나 전문 인력들이 대학이나 산업을 통해서 주요 핵심 기술을 탈취하거나 유출해서 큰 손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미 이런 사건은 여러번 보도되었고, 한국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069242)
아마 이 글을 읽는 학생 중에서 나중에 보안분야로 진출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고3과 N수생들이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한국에서 가장 엄격한 보안으로 관리된다고 생각합니다. 수능시험지 보관과 보안에는 경찰은 물론 국가정보원까지 개입해서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시험출제자들은 근 한달동안 은밀하게 특정 장소에 모여서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로 수능 시험문제를 냅니다. 전화통화는 물론 인터넷, 전자기기의 이용은 엄격히 제한되며, 혹시 문제 출제를 위해서 내부 자료 검색용으로 노트북을 사용해도 일일이 열람 내역을 보안 요원이 기록해둡니다.
쓰레기 배출도 혹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 수능 당일까지 묵혀두었다가 한꺼번에 배출하고, 외부로 나가는 모든 것들은 철저하게 감시됩니다. 혹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할 경우 외부로 곧장 이동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보건소에서 격리되고 응급처치를 받습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1609322&code=11131100)
그 와중에 재작년 2018학년도 수능때는 지진으로인해 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찰 순찰인력이 끊임없이 문제지 보관 장소를 경계했고, 출제진들은 영문도 모른체 일주일 더 감금생활을 했습니다. 출소(?)일에 맞춰 중요한 일정을 잡은 교수들도 분명 있을텐데 국가의 법과 원칙은 대단히 지엄합니다.
지난번에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문제 유출로 인해서 나라가 한바탕 시끄러운 적이 있었습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시험이 부정과 시험지 유출로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습니다. 확실히 일반 고등학교의 보안 체계와 수능의 보안 체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아마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수능은 정말 국가적인 시험인 만큼 보안과 출제진들의 의식도 세계적인 수준 아닐까 싶습니다.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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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님 책 아무거나 추천좀 해주세요
무슨 책이요? 자유주제?
인공지능? 그런거 관련된거요 ㅋㅋㅋ
심리학 - , 산업공학 - , 정치 -
답변 감사합니다
전쟁 영화(세계대전) 괜찮은거 많이 추천해주세요
2차 세계대전 독일 잠수함. 좀 고전
2차 세계대전 미국 해공군. 이것도 좀 고전
소련 2차 세계대전 저격수. 비슷하게 고전
독일 2차 세계대전 패망직전 히틀러 실화. 고전
2차 미국 보병
일본 해군 2차대전 살짝 자국뽕
2차 영국 탈출작전
소련 2차 세계대전 최근영화
미국 전차 2차대전
미국 특수부대 영화 살짝 코미디
1차대전 영국 보병
마지막으로 세계대전은 아니지만 볼만햇던 잠수함, 특수부대 영화
추천
어쩌다 보니 틀딱인증;;
저도 역사 지식이 없진 않은데 덩케르크는 어렵더라구요
덩케르크 영화 자체가 단순한 오락 전쟁영화보다는 철학 재난 영화에 더 가까운 지라 댓쓰니님처럼 이해 못하는 사람이 나오는게 전혀 이상한게 아닙니다.
세계 2차대전 시작 후 프랑스와 영국군이 벨기에 부근(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끼어있어서 맨날 쥐어터짐)에 주둔하면서 독일이 들어오리라 예상하는 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독일군이 예상을 뛰어넘는 집단적인 기갑운용 + 돌파력을 통해 숲길을 개척해서 돌아서 뒤쪽으로 포위망을 형성하면서 벨기에에 갇힌 연합군이 필사적으로 뒤로 후퇴합니다. 포위가 되는건 후방에서의 보급도 끊기고 뒤쪽 병력과의 연결도 끊기는 것이니 당연히 치명적이었고요, 이것 때문에 프랑스는 나라가 박살나고 연합군은 전의를 상실합니다
마치 625 전쟁에서 인민군이 몰려오고 바다 바로 앞까지 밀려버린 국군의 상황과도 같았습니다 유일한 탈출로는 배로 바다를 건너는 것인데 사람은 많고 배는 너무 부족하고. 덩케르크에도 독일군을 피해서 프랑스군 벨기에군 영국군이 다 합쳐서 30만명 정도 몰려서 탈출을 기다립니다.
영화 초창부에 나오는 군인은 영국군으로 낙오되어 덩케르크로 집결하면서 비어있는 프랑스 민가를 좀 뒤지다가 독일군에게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쭉 연합군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해당 영화에서는 공포에 질린 병사들은 모두 연합군이라고 보면 됩니다.
영국은 덩케르크에 갇힌 장병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민간선박 가용가능한 군함 공군 등등을 다 털어서 사람을 구출햇고 이때 영화에서처럼 영웅적인 희생을 한 사람 또한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저는 연료가 떨어지도록 싸우던 파일럿의 모습이 너무나 멋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고 영상 하나 소개해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31zRLqD2q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