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우] '기출'을 너무 많이 봐서, 더 볼 게 없다고?
안녕하세요.
국어 강사 유민우입니다.
"기출 지문은 너무 많이 봐서... 더 이상 공부할 게 없어요"
매년 수험생들이
한 번씩은 꼭 하는 말입니다.
그리곤 보통 제 칼럼을 보고
그 생각이 산산조각 나게 되지요.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잘 안다'라고 착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의 유명한 저서인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익숙함에서 비롯된 낙관적인 추측임에도,
우리는 스스로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
저자는 이를 두고 '지식착각'이라 부릅니다.
이는 TV 광고에서도 많이 쓰이는
'단순 노출 효과' 이론과 닮아 있기도 합니다.
잘 모르는 제품 광고에서
익숙한 배경 음악을 깔아 놓고,
반복해서 광고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왠지 내가 잘 아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공부할 때 우리가 느끼는 그 감정은
이러한 '단순 노출 효과'가
부정적인 쪽으로 적용된 것이지요.
기출 지문을 공부하면서,
더 나아가 '수능 공부' 그 자체에 있어서도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이
이러한 '익숙함에 따른 착각'입니다.
그저 많이 보고,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알고 있다'라고 착각하는 것.
"답은 물론이고 그걸 판단하는 과정까지 기억나는데,
기출 지문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요?"
고3뿐만 아니라 재수생, N수생들은
수험 생활을 하는 동안 적어도 한두 번 이상은
기출 지문을 어떤 경로로든 접하게 되어 있습니다.
'몇 번 봤다'는 이유로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요.
어찌보면 익숙해지고,
기억이 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아니, 여러 번 반복해서 봤는데도
오히려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부자연스러운 일 아닐까요?
이러한 문제는
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
제 칼럼을 따라오고 있는
여러 학생들에게서도 흔히 보입니다.
강의를 계속 듣고,
칼럼을 계속 보는 그 자체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다 알고 있다'라고 착각하는 것 말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생각해 볼까요?
어떤 학생 A가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개념 정리 → 개념 적용 → 개념 심화 → 문제 풀이 → 파이널, 요약 정리"
1년 커리가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답니다.
매 강의를 들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들을 배우게 되고,
지식이 점점 쌓이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도 공부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알고 있는 것도 많고,
문제 풀이도 다양하게 많이 했습니다.
다른 학생 B도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12월부터 수능 직전까지
커리큘럼은 다르지만 내용이 항상 같다고 합니다.
'개념 정리'에서 공부한 내용을
'개념 적용'에서도 똑같이 공부하고,
문제 풀이도 똑같은 원칙으로 공부하고,
수능 직전 파이널에서도 같은 원칙으로 공부한답니다.
누가 더 올바르게 공부하고 있는 건가요?
공부는,
하면 할수록 지겨워야 합니다.
어찌보면 지겨워야'만' 된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고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본질만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내야 하지요.
그래야만 시험장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어떤 난이도에서도 안정적인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
매번 그 화려하고 신기한 어떤 내용들을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간.
오히려 진짜 중요한 '기본'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익히고 싶은 마음에,
정작 충분히 숙달해야할 '기본'을 건너뛰게 되지요.
몇 번 봐서 이제 다 안다는 말을 하며...
'매너리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을 보니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독창미와 신선미를 잃는 일'이라 나오는 군요.
직장인들이 흔히
이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합니다.
직장인들도 그러한데,
하물며 더 어린 우리 수험생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변화'를 주는 것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수능의 본질'에
변화를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무리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기 마련이구요.
그렇다면?
담담하게,
지겨워도 이겨 내야 합니다.
물론 극복을 시도하는 그 과정에서
'아, 내가 익숙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저는 수 년간 기출 지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문들을
외워'질' 정도로 많이 봤습니다.
한 지문에 적어도 수백 번은 봐왔으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못보던
지나치던 것들이 종종 보입니다.
학생들을 통해 새롭게 깨닫기도 합니다.
여전히 저도
'그저 익숙해서 내가 다 안다고 착각했구나'를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현장 강의도, 온라인 강의도, 칼럼도.
그리고 그냥 '기출 문제'도.
계속 보다보면 지겨워 집니다.
항상 같은 얘기고, 항상 똑같은 풀이고...
기출 문제도 그렇습니다.
항상 '같은' 문제만 출제되지요. 지겹게.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겨 내십시오.
그게 분명 '결과적으로'
웃을 수 있게 될 '최단거리' 입니다.
보통 '너무 익숙해요'라고 말하는 것,
착각입니다.
좀 더 하다보면
'아니었구나'를 분명히 깨닫게 되고...
그 '과정'을 몇 번 왔다갔다 하며
'비로소' 잘 아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께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제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현강, 인강 수강생 및 칼럼을 통해 질문하는 학생들을 통틀어
'기출 지문이 정말 익숙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학생..
아직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잃을 일이 아니라
'인정'하고 발전해가면 될 일입니다.
그걸 이겨내는 '과정'이 지속될 때,
어느 순간 '점수'가 바뀔 겁니다.
그리고 점수가 '안정'되지요.
수능 공부는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워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닙니다.
아는 것을, 매일 해오던 그러한,
너무 지겨운 그 과정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힘들 뿐입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
유민우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하 진짜 죽고 싶네요…. 위는 올수 아래는 작수 작6 작 9 작수 올 6 올 9 다...
-
연고성한 중에서 전기전자 순위 좀 알려주세요 ㅠ
-
두과목이 합쳐서 20퍼? 두과목이 합쳐서 20퍼? 그는 신이며 나의 구원자요 나의...
-
이번 수능수학 공2틀(미적분) 92인데ㅠㅠ 국어가 개쌉저조하여서…서성한도 힘들것...
-
지금교통정체많이심한가요 내일서울에서인천갈때참고좀해야할거같아서
-
경제~ 경제꿀잼 0
빠라라빠라라라라 빠라밥밥 빠라라라 라라 라라랍빱 빠라 빠라라랍 빠랍 빠랍빱 경제...
-
원래 다군 추합많이돌지않았나요? 가나군 상위권대학으로 빠져서..? 올해 배치가 살짝...
-
언매 기껏 공부해놓고 틀려서 표점차 다 토해낼 바에 화작한다 or 니가 화작으로...
-
참치마요 2
가 먹고싶어
-
안심된다
-
신기
-
가군에 울산 7칸쓸지 성대5칸쓸지 고민중인데 얘기 들어보니 무조건 메이저의대를...
-
몰라지금은안볼래 0
생각만많아져
-
오늘 일정 0
탄핵표결 라이브 시청 저녁식사 출근
-
좀더 일찍 일어나서 일찍 나올걸 그랬네
-
휴...
-
자연계열 공대 되는곳있나요? 고속은 대부분공대 찐초뜨는데 이게맞나 싶음
-
원점수 48에 백분위 96을 받았을까
-
목표로 하는 곳이 과탐 가산점 5퍼라서
-
아몰라 10
그냥 넣어봐
-
사1과1하면 한의대도 수의대도 약대도 대부분 지원못하거나 반쪽짜리 가산점때문에 일단...
-
변화폭<—— Max랑 Min 비교인지 몰라서 똥줄 타게 다시 풀어본 허수ㅋㅋ.....
-
1컷이 괴랄해서 그런가....
-
강민철 0
강기본 강기분 독서 했었는데 내가 이해를 못하는건가 잘 안맞는데 정상임? 다른 독서 찾아야되나
-
똥을 막 보내요 누군진 말 안할게요 그래도 다들 알겠지만
-
위에 성적이면 중대 공대 가능할까요..?혹시 그리고 서성한중 상향으로 쓸 곳이...
-
성적이 반대하네
-
겨울고백... 대장님 노래
-
ㅈㄱㄴ
-
6모 9모의 존재 때문임 6모 메가 예상컷을 본, 과탐 1~2등급 출신들이 "어...
-
설자전 2
보통 평백 기준으로 몇이면 가나요
-
맞는데
-
걍 대학원에서 썩는 게 한국 입장에서는 더 희망적일 것 같은데
-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았다
-
정신 차린 상위권은 다 사탐가고 공부에 관심 없능 패션 이과들만 과탐 남아서 기회의 땅 ㅋㅋ
-
27수능 메디컬이나 계약학과 생각하고 수능 준비할건데 과탐vs사탐 뭐가 유리한가요?...
-
전 나형 시절이 미적과탐보다 대학가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10
어그로 아니고 진심으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나형 시절이 더 대학가기 어려웠던...
-
낙지에 "올수능 ~면 작수는 ~정도"하고 계산해주는거 있었는데 3
왜 갑자기 안보이지
-
이 성적으로 문과-연고대, 이과-서성한도 안되겠죠? +) 그나저나 중앙 높공 vs...
-
조선의 54 조선치 47 말이되냐ㅋㅋㅋㅋㅋ
-
작수 국어 언매 95점 올해 94점 작년 수학 미적 96점 올해 100점 의대나...
-
ez0 조교 하고 싶은데 경쟁률 개빡셀듯 생윤은 47점임 쌍윤덕후라 출제진 같은거...
-
야 오랜만이다야
-
사탐1 과탐1 비율 적던데 이거로 공과나 자연계열 지원 가능함? 10
사탐 두개나 선택한 사람들하고 과탐1 두개한사람들보다 사탐1 과탐1이 불리함?
-
백분위랑 표점 보면 볼수록 안 하는 게 바보같음 사탐으로 튀는 게 애매하다? 안...
-
가장 이상적인 사탐과목 2개가 뭘까요?? 보통 사문을 많이 추천하시던데 추천하시는...
-
기만의 방식이 정말 예술적으로 발전하는거같아요
-
언미화지 93 99 2 93 100 128 137 2 64 71 가능한가요?
-
아오 시발 왜 이러지
-
슬의생 정주행중 1
재밌다
좋은 글 닥추
느끼는게 많은 사진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봐도봐도 새롭게 보이는것이 계속 생깁니다ㅋㅋㅋㅋㅋ흐.. 파이팅!
글도 사람도 자주 봐야 그 깊이를 알 수 있죠!
한 삼태기의 흙....!
문학을 통한 교훈, 굳굳!
ㄹㅇ 기출은 봐도봐도 끝이 없는걸 깨달아야 진짜 성공할 확률이 큰거같아요
과탐 연계교재랑 국수영 기출은 글자 하나하나까지 올해는 다 긁으려구요... 국어기출은 특히 같은지문 10몇번씩 봐도 감탄밖에...왜 이걸 작년엔 소홀히 했나싶고...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까 천천히 정확하게 깨달아갑시다~!
기출은 수험생의 쿠란인 것인가..
부정할 수 없는..ㅠㅠ 수능 날까지 완벽하게 독파합시다!
작년에 마닳만 13권 풀었는데 정말 공감하는글입니다
수험생활은 지겨움을 즐겨야 성공하는거같아요
좋은말씀감사합니다 선생님~
마지막까지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위대하고 멋있는 일] = ʃ[지루함]^[지겨움]dt
맞습니다! 분명 힘든 일이지만 담담하게 파이팅하세요~!
너무 잘생기셔써요..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ㅋㅋ
익숙한 것과 아는 것
착각하기 쉽죠.
아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라는 걸 인정하는게 참 힘든 것 같아요.
저를 돌아보게끔 하네요.
좋은 글 읽고갑니다~
맞습니다. 저도 스스로에 대해 종종 그렇게 느끼곤 해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