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우] 아무리 열공해도 항상 제자리인 이유
안녕하세요.
국어 강사 유민우입니다.
오늘은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풀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자주 궁금해 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돼요?'
종종 저는 학생들에게 되묻습니다.
‘어떻게 답해드리면 돼요?’
학생이 답합니다.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요!’
보통 질문은 아주 추상적인데, 답은 구체적이길 바랍니다.
또 다른 학생이 묻습니다.
‘문학에서의 개념 정리는 어떻게 해야 돼요?'
또 다른 학생이 묻습니다.
‘복습은 어떻게 해야 돼요?'
또 다른 학생이 묻습니다.
‘EBS는 언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돼요?’
……
수능을 대하는 가장 좋은 태도는 무엇일까요?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은 해보자…’입니다.
수능에 대한 무서움, 다양한 관점에 관한 혼란, 시기에 따른 불안감 등을 인간적인 면에서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많은 수험생들의 문제는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춰놓고’ 시작하고자 합니다.
완벽하게 제시된 것, 완벽하게 정리된 계획을 갖춰놓고 시작하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완벽함을 갖춰놓고 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완벽히 준비된 상태’가 되려면
일단 ‘스스로’라는 말이 꼭, 먼저 들어가야 되기 때문입니다.
……
‘나 혼자 하는 것보단 잘하는 사람이 조언해주는 게 더 효율적일거야.’
공부 잘하는 친구, 선배 혹은 유명한 참고서, 강사 등 소위 말하는 전문가.
막상 조언을 듣고 비교해보면 모두가 다른 얘기들을 합니다.
이 얘기를 들어보면 이게 맞는 것 같고, 다른 얘기를 들어보면 저게 맞는 것 같고.
그러니까 계속 묻고 확인합니다.
또 비교하고, 또 묻습니다.
그렇게 ‘공부법’을 공부해갑니다.
한 번은 비문학의 일부 파트로 칼럼을 연재했을 때, 학생들이 물었습니다.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 과학 지문은 어떻게 해석하나요?’
그래서 그레고리력 지문을 소재로 칼럼을 올리니 학생들이 또 묻습니다.
‘아, 그럼 문학은 어떻게 해석하나요?'
현대시를 소재로 칼럼을 작성했을 때, 또 학생들이 물었습니다.
‘시는 이렇게 해석하면 되겠군요. 그럼 소설은 어떻게 해석하나요?’
현대소설을 소재로 글을 썼을 때,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고전 소설은 어떻게 하나요?’
모든 파트에 대한 ‘답을 얻고 나면’?
그렇다면 이젠 좀 진짜 ‘공부’를 하면 될 텐데 이제 다른 게 궁금합니다.
‘EBS는 언제부터, 어떻게…’
심지어 상상 속의 결과에 대해 미리 답을 찾아두려는 생각까지 합니다.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공부하면 나중에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그땐 어떻게…’
……
계속 묻고 계속 답을 듣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왜?
어찌되었든 스스로 결론을 내야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계속 묻기 때문에 자꾸만 더 불안해지는 것입니다.
이는 제가 고3 수험생일 때의 반성이기도 합니다.
깊고 차분하게
‘음…문제에서 왜 이런 얘기가 나온 걸까…’를 생각해야 하는데,
막상 제 자신을 돌이켜보면
‘(잠깐 생각해보고) 아, 어떡하지?…’
(잠깐 더 있다가는) ‘아, 답답하다… 멍……’
이렇게 흘려버리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마음은 급하고 선입견은 강하고, ‘생각의 관성’을 버리기는 생각보다 힘들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탓해야 하는데,
또다시 ‘방법’을 탓하고 ‘방법’을 묻습니다.
언제까지?
수능 날까지.
‘몇 번만’ 믿어 보시길 바랍니다. 순수국어를 믿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스스로 해답을 얻는 데에는 절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이는 제가 수험 생활을 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신하지 않은 생각이자, 경험적인 확신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수능 국어 영역에서만큼은.
비단 '공부법'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는 상황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꾸 '문제를 푸는 방법'에만 집착합니다.
글을 정확히 읽을 생각보다 '문제를 푸는 방법'에만 집착합니다.
틀린 문제 혹은 맞은 문제를 통한 공부를 할 때에도 '답을 기준으로' 거꾸로 지문과 맞춰가려 합니다.
'왜 이 선지는 답이 되고, 왜 이 선지는 답이 안 되는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지문과 맞춰보려고 생각하니
1:1대응을 버리기 힘든 것입니다.
백 번 양보해서, 1:1대응이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방법이라 칩시다.
그렇다면 역시나 '스스로를' 믿고 일단 그렇게 공부하시면 됩니다.
물론 해가 갈수록 수능 문제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제한 시간 안에 1:1 대응으로 모든 지문을 내가 연결해낼 수 있을지',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다른그림찾기'를 하는 것이 정말 평가원이 측정하고 싶은 수학능력인지'
이런 것들에 대한 해명이 먼저 납득되어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그 역시 '스스로' 해명하고 납득해야 할 일입니다.
즉 어찌 되었든 일단 스스로 좀 해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꾸 이런 것들까지 '남이' 해결해서 알려주길 기대하지 말고.
만약 혼자서 기출 지문들을 반복해서 보는데도 여전히 1:1 대응이 가장 납득할 만하다면?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어느 방법이 맞고 어느 방법이 틀렸다고 하는 것은 사실 이해할 수는 있는, 관점의 차이일 뿐입니다.
(물론 저는 제가 수능 시험장에서, 오로지 1:1 대응만으로 국어 영역 문제를 푼다면? 절대 잘 볼 자신은 없습니다. 강의를 하다보면 "아, 지문에 그런 말이 있었어??"라는 얘기를 참 많이 하게 됩니다. 어떻게들 그렇게 숨어 있는 말을 잘 찾아내는 건지, 그리고 그걸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는지 진심으로 놀랍니다.)
공부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는 '없으면 좋지'가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만 되는 것'입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옳은 방향을 찾아가는 시도 자체가
시험장에서의 위기 대응 능력을 만들어 주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줍니다.
지금부터 많이 겪어야 수능 직전에 흔들리는 일도 없게 됩니다.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시행착오만 겪다가 수능이 다가오면 어떻게 해요?'
이젠 정말 스스로 한번 답을 내려 보세요.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의미있는 물음에 있어서는 얼마든 조언해드리겠습니다.
순수국어는 그렇게 활용되고 싶습니다.
공부법이든 방향이든 혹은 문제의 내용적인 면이든
모든 것들 중 절대적으로 분명한 하나는,
"수험생들이 스스로, 어떻게든 생각하고 해낼 수 있는 범주 안에 들어있다"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진짜 생각다운 생각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 내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
유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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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데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서성한라인은 원장연 잡아야지 절대 공부못하는 애들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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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4 수능이 이번에 나왔으면 1컷은 50이었다 22수능 나왔어도 46~47일듯 ㅋㅋ
수많은 질문들을 보면 답정너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새삼 반성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맞아요ㅋㅋ 보통 이런 물음들은 시행착오를 절대 겪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나오는데, 사실 시행착오가 있어야 더 단단해지죠.
댓글 감사해요 !
필연의 길을 따라 집요하게!
화이팅 !
엄청 공감되네요... 공부 방법론만을 찾아보고 막상 내가 풀어보는 양 자체는 적으면서. 성적이 안오르니 불안하고
알아도 잘 실천이 안 되기도 하죠ㅠ
공감 감사합니다 !
결론: 그만 처물어보고 너만의 마이웨이를 가라
재수생으로서 참 공감하는글이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열공하시길!!!
공감되는 글이네요. 유민우선생님 늦었지만 오르비학원 출강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존잘추
감사합니다 ㅋㅋ 좀 더 노력할게요ㅋㅋㅋ
과학지문 문제 풀 때 지문 다시 안돌아가도 풀 수 있는건가요??
이과고 아는게 나온거 아닌이상 불가능하죠 그래서 필요한게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세부적인건 메모해놓는 거에요
1. 과학 지문이라고 특별히 다를 건 없습니다. (사회 파트도 경제 지문이 나오면 어렵고, 인문 파트도 철학을 다루면 어렵죠ㅠㅠ)
2. 지문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 -> 이 자체에 부담가질 필요는 없어요. 그저 자연스러운 게 좋죠. 선지 각각을 판단하기 위해서 지문과 하나하나 대조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만 삼아두지 않으면 충분합니다.
3. 보통은 글을 읽으며 가볍게 관계 체크, 도식화 등을 여백에 해 가고, 문제를 풀 때에는 메모해 둔 관계, 도식화 등을 참조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 얘기라 민망ㅎ
민망할 거 없어요~ 이제부터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와 진짜 공감해요...공부법은 공부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건데 공부법만 찾다가 시간 다간...
효율을 위한 비효율이죠ㅠㅠ 공감 감사합니다!!ㅋㅋ
와 제얘긴것 같아요.. 제가 항상고민하던것에 이렇게 답을 내려주셔서 크게 깨닫고 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할게요~!
순수국어 1 2 풀어본 사람인데 진짜 비문학만큼은 이선생님 따라가도 좋은거 같음
근데 선생님ㅠㅠ 문학은 자연스러움 으로 풀기 ㄹㅇ 좀 힘들던데 (내가 생각하기에 자연스럽게 풀어서 답이 이상하게나옴) 이것도 그냥 많이 풀어보는게 답인가요?
순수국어로 공부하셨던 학생이군요. 반갑습니다ㅋㅋ
문학도 다르진 않은데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답이 이상하게 나왔다는 건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아마 선입견과 편견이 많이 개입되었을 확률이 가장 큽니다
(개념 정리해둔 것들이 자연스러운 생각을 방해하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2. 그 다음으로는 논리적인 비약이 있을 때가 많구요.
(가령 A->B->C->D 로 생각의 순서를 잡아야 하는데, A->B->D 이런 식으로요.)
3. 마지막으로는 일반화가 부족할 때에 그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고전 시가에서 '소나무'를 보고 지조, 절개 등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 소나무구나..^^' 하고 넘어가면 해석이 되는 게 없는 것처럼요.)
구체적으로 지문, 문제 두고 질문해 주셔도 좋고, 이번 주에 열리는 강남오르비 공개특강에 한번 와 보셔도 좋을 거예요.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던 많은 "생각"들을 낱낱이 뒤집어 엎어볼 생각입니다ㅋㅋ
감사합니다 ㅎㅎ
이번년에는 ebs순수패스리스트 오르비에 뿌리시는건가요 ? ㅎㅎ
EBS 리스트는 수강생 자료로만 제공될 예정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순숫국어1 1회독이 끝나가는 국어고자 쉄생입니다.
1. 2019순수국어2는 언제쯤 나오나요?
2. 비문학은 정말 정도라는걸 깨닫고 믿고연습하고있습니다.
그런데 문학같은 경우는 저가 기본이 너무 없어서 어휘도 좀 부족하고 기본 문학작품들도 잘 모르는 상황이에요 이게 무슨뜻이냐면 '전체를 하나로 엮어서 내용을 파악-그게 곧 주제'이게 선생님 관점이신데 저는 문학 글읽는거 자체가 거부감이 심해서요... 그래서 다른선생님 관점을 받아들여도 ㄱㅊ겠죠?(오르비 심**t 선생님 문학이 저랑 잘맞아서 이분 따르려고 해요...'작품을 감상하고 경험을 늘려가고 기출을 씹어서 클리어' 뭐 이런 관점)
순수국어 2는 3월 말~4월 초 출간 예정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관점만 고집할 필요 없이, 다른 선생님 관점과 병행하셔도 당연히 괜찮아요. 어느정도 공부하시다 보면 어떤 관점이든 결국은 하나로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