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튜브 끊기 전과 후 내 모습의 변화
유튜브를 끊기 전 나는 정보에 파묻혀 살았고, 남이 정해주는 것만 소비했고, 타인의 감정을 모방하며 살았다.
유튜브를 끊은 후 나는 내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며 살기 시작했다.
끊기 전
유튜브를 끊기 전에는 하루라도 유튜브를 보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극심한 유튜브 중독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건데, 쉬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비몽사몽 하다가 유튜브를 보거나, 공부를 열심히 한 날에는 자려고 누워서 유튜브 때문에 1시간에서 몇 시간까지 못 잤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길을 걸을 때처럼 시간이 조금만 떠도 유튜브를 보거나 들으면서 갔다. '뭐 안했으면 인생 절반 손해봤다' 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말그대로 인생 절반은 유튜브를 본 느낌이다. 그렇다고 자괴감이 들거나 자존감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유튜브의 무서운 점은 마음만 먹으면 정보성 컨텐츠와 자기계발 컨텐츠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생산적인 일에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내 구독 목록 중에는 슈카월드, 잇섭, 해외 유명 과학 유튜버들이 있다. 나는 이런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며 지식도 얻고 영감도 얻었다. 그러니 내 뇌는 더 많은 영상들을 봐도 된다고 허가해 줬다. 이후로 더 많은 과학 유튜버들과 정보 유튜버들을 집착적으로 많이 봤다. '이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니까' 라는 자책감 방지 장치도 있기에 끝없이 보게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내 지친 일상에 이정도 유희는 괜찮잖아?' 라던가 '나는 유튜브에서 나오는 정보가 꼭 필요한 사람이야' 하는 생각을 하며 유튜브 시청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신호등이 있는 길은 제한속도도, 목표도 없다. 다만 한 영상의 시작과 끝, 그리고 다음 영상이 있을 뿐이다. 나는 점차 영상 하나 보다는 어떤 영상이 있을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는 시간보다는 영상 리스트가 표시되는 유튜브 피드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영상을 볼 때는 끊임없이 스킵을 연타했고, 최신 기능인 꾹 눌러서 두배속도 애용했다. 고등학교 때 한 친구가 자신처럼 두배속으로 영상을 보면 효율이 올라간다고 했다. (그 친구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얼리 어답터였다.)
그러다보니 일종의 정신적 교통사고가 나버렸다. 이 교통사고는 아주 서서히 일어나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게 내 뇌를 변화시켜버렸다.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는 유튜버의 재밌는 요약본을 보는게 더 재밌었다. (휴, 영화나 드라마 보는 시간을 아꼈네) 힘든 공부생활에서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만큼이나 침착맨의 재밌는 영상을 보며 힐링하는 것이 좋아졌다. (말도 안하고, 사회적 에너지도 안쓰고 힐링할 수 있다니!) 질 좋은 수면을 해서 다음날을 상쾌하게 보내는 것보다 밤에 유튜브를 보며 다음날 오전을 망치는 것을 더 선호했다. (유튜브 없으면 잠 못자, 이게 내 유일한 낙인데)
이런 정신적 교통사고를 인지한 순간 끊기로 마음먹었다.
--
끊은 후
유튜브를 끊은 후 나는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결정하며 살고 있다. 아침에는 책을 읽고,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운동 또는 취미 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약속에 나가거나 휴식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고. 그러면서 좋은 점은 내가 원하는 지식만 얻어서 뇌의 혼란을 줄이고 평온해진 뇌로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뇌과학에 관한 책을 골라 읽는다. 책은 영상과 다르게 내가 읽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내가 책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생각하고 싶으면 책을 잠시 덮고 생각도 해보고 메모도 할 수 있다. 차분히 정보를 받아들여서 평온해진 뇌로 나 자신의 생각에 더 집중한다. 길을 걸을 때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무언가를 보기 보다는 그냥 내 생각에 어떤 것들이 있나 들여다 본다. 그러다보면 창의적인 생각이나 행복했던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을 수 있다. 가령 나는 삼체라는 소설 원작의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길을 걷다가 이 드라마의 좋았던 점들이 떠올랐다. 사실적인 배경 사이에서 미래기술들이 등장해 SF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읽었던 비슷한 소설 ≪마션≫이 생각났다. 나는 그 소설의 작가 앤디 위어의 다른 소설 ≪아르테미스≫도 읽었었다. 그래서 내가 할일 리스트에 앤디 위어의 다른 책 찾아보기를 적었다. 그 생각은 행운이었던게 내가 방학동안 너무 재밌게 읽은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찾을 수 있게 해줬다. 이처럼 유튜브만 끊어도 내가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고, 주체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내 감정에 충실하며 살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한다고 착각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싫어한다고 착각한 것은 무엇인지 다 체험해보고 정리할 수 있다. 내 감정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훈련도 동시에 되면서 그 감정을 다루는 법도 더 자연스러워졌다. 나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너무 귀찮았다.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연구 중반 단계와 달리 마무리 단계는 이미 알게 된 사실들을 정리하는 것 뿐인 지루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연구를 다양하게 진행하면서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유튜브가 있었기 때문에 이 귀찮은 감정을 마주하지 않고 계속 미뤄 뒀었다. 문제에 대한 미성숙한 대처였다. 하지만 유튜브를 끊으니 이 문제에 마주할 시간이 충분해졌다. 그래서 이 문제를 성취감이 들 수 있는 여러 목표들로 세분화했고, 하나하나 해결하는 식으로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유튜브를 끊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정말 중요한 변화가 많이 찾아왔다. 아직도 예상치 못한 장점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있다. 남이 정해주는 것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삶을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그 삶은 멀리 있지 않다. 유튜브만 끊으면 된다.
--
팔로우 좋아요 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 알 수 있는데요...! 일본은 한때 의약분업을 없앴던...
-
ㄱㅊ을듯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
-
조제료는 매출이 아닌 순수입이며, 일반의약품 매출을 통한 수익은 제외된...
-
가루약 조제료는 ‘조제건당’ 고작 650원만 가산해줬었는데, (기존에는 90일치...
-
(전문링크:...
-
오늘 올라온 관리약사 구인공고고, 급여수준은 세후 800부터 세후 1000 이상까지...
-
서울대병원 약사님들입니다 ! 왤케 간지나보이지 ㅋㅋㅋ -약갤펌
-
약사회의 압박에 결국 말많던 목포대 약대전과는 폐지수순을 밟을것으로 보입니다. 새삼...
-
여행지리 or 윤리와 사상으로 고민 중인데 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윤리와...
-
오는 9월 11일부터, 약국에서 건기식 조제가 가능해집니다 ! 환자는 약에 대한...
-
목포대가 위치한 전라남도의 도약사회에서 전과문제를 해결할때까지 목포대에 대한...
-
여대약대 문제... 14
국가에서 양성하고 관리하는 전문직에 있어서 여자만 입학할 수 있는 여대에 상당한...
-
일부 특이케이스를 제외한 모든 환자들은 재진일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며,...
-
보건복지부는 아니라고 선 그었던데 이러면 의치한약수에 간호대 낄 수 있던거 다 물거품 아님?
-
기존 입법예고 됐던 9과목(내분비, 노인, 소아, 심혈관, 감염, 정맥영양,...
-
최근 대통령실에서 복약정보를 포함한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확대를 정책화 과제로...
-
길고긴 과정끝에.... 결국 본회의까지 통과돼, 법제화에 성공했네요 ! 시행일은...
-
공공심야약국 제도가 법안소위를 넘어 법사위까지 통과돼 입법화가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
처방전을 빌미로 갑질하는 일부 몰상식한 의사들, 이를 중개하는 브로커를 모두...
-
헌법재판소가 약국 외 의약품 판매금지에 대해서 3번 연속 합헌이라고 결정했네요....
-
간호법과 의사면허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됨에 따라 사실상 국회통과로 법안제정이...
-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가야하는 국회에서, 여야당 의원 모두...
-
의치한약+병협이 모여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공동대응을 목적으로 비영리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네요.
-
초고령화 사회, 만성질환자수 급증에 대비하여 복지부, 건보공단과 의약사협회가...
-
이과 공대 메디컬 12
여잔데 공대 가기엔 적성 안맞음 (수학 물리 … 애초에 공대 관심x) 약대 가고싶긴...
-
통계청이 2040년 노인인구가 1700만명 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측했으므로.......
-
메인 간 김에 관련글 하나 더 투척...ㅎㅎ 의치한약수 재학생 및 졸업생 전용카드인...
-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제 1금융권에서 전문직 우대 대출을 해주는 학과는...
-
이게 “ATC”라는 자동 약조제 기계인데요.. 의사의 약처방이 올바르게 되었는지...
-
1학년 때 있는 실험과목 수강신청 어떻게 하셨나요?? 팀플이라 수강신청 해놓고 학교...
-
제가 분석한거랑 비교해 보실 분 있나요??
-
???: 자판기로 대체될듯 >>> 올해부터 전문약사제도 스타트 확정.. 정부에서는...
-
태릉국가대표 선수촌 의무실장을 역임한 이종하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님께서는...
-
다 압도적이에요? 물론 전 메디컬은 커녕 어디 명문대 쓸 점수도 안되긴하는데...
-
올오카에 옛날 비문학 문학 기출도 포함인가요? AB형 시절이나 그 이전 기출이요.
-
한양대 전과 1
한양대 전과 하려면 전입하려는 과에서 1학년떄 들어야 하는거 다 들어야 함?
-
전문약사 규정은 약사법 상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되었으며 올해 4월, 제도시행이...
-
편의점약과 약국약은 같은약이어도 다릅니다...!! 편의점약과 약국약의 차이점이...
-
“약플”이라는 커뮤니티입니다 !!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은 후,...
-
참고하세용 !!
-
영양제 구입시 꿀팁 !! 영양제는 크게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눌 수...
-
우리나라같이 의원/약국 접근성이 전세계에서 탑으로 좋은 나라가 굳이...?...
-
무조건 의사? 18
Image caption 많은 분들이 참여 해 주셨네요. 이렇듯 질문에 따라서...
-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들에게 있어서 수많은 문제들이 생겨나는만큼, 약사의...
-
80년대 어느 학교 어느반 진학 한반에 60명 1등 서울대 물리학과 2등 서을대...
-
올해 6월 정부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하겠다고 선언한만큼 (약배송은 약사회와 협의...
-
사과문 작성하라고 화내시던 분 어디갔죠... 나참 진짜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
메디컬계열의 강세로 앞으로는 메디컬계열학과가 두루 있는 학교가 발전 할거 같은데...
-
믿는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믿는 신께 그리고 각자의 조상님과 부모님께 감사 인사...
어우 나도 끊어야겠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