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자. 최악의 결과를 위해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과정은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거북이 토끼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 포기하지 않고 달렸기에 토끼를 이길 수 있었던 거북의 위대한 인간(?)승리. 우리는 이를 보며 노력의 가치를 주입당하곤 했다. 열심히 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이 우화의 교훈은 거북이 아닌 토끼를 위한 것이다. 네가 아무리 뛰어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거북이보다도 못할 수 있다는 것. 거북이 토끼를 이겼던 것은 거북이 열심히 뛰어서가 아니라 토끼가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론적 관점을 지지하거나 운명을 믿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오히려 무신론자에 가깝다. 그러나 종종 생각하곤 한다. 분명, 우리의 의지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고. 단적인 예가 결과이다. 우리가 약 60일 후에 마주하게 될 것이기도 하다.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모두 다르겠지만, 스스로 1년간을 충실하게 보냈다고 자부하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그런다고 수능을 잘 친다는 보장은 없단다.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참아가며 미래를 준비한 의지는 당연히 존경 받을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것은, 열심히 했다고 반드시 결과가 그만큼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수능을 자신의 실력보다 잘 칠 것이다. 누군가는 하던 대로 치게 되겠지.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평소 자신의 실력보다 수능을 못 칠 것이다. 모의고사 성적은 수능성적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단지 확률을 보여줄 뿐. 평소 잘 하던 학생이 수능 역시 잘 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100%는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일까. 열심히 공부한다고 수능을 잘 치는 것도 아니니 그냥 대충대충 공부하자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일리는 있지만. 그런 소리를 하려고 이 시간에 이런 글을 쓰진 않았겠지. 그러니 말이다. 필자의 말이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결국 결론은 다른 상투적인 수능 칼럼과 같아도 뉘앙스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자.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 순간에. 나를 탓하지 않도록.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이라는 후회가 들지 않도록, 과거의 나를 자책하는 일이 없도록, 운명에게 책임을 돌려야 할 만큼 흠이 남지 않을, 그런 시간을 보내자.
너도, 나도.
사실 저한테 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써봤습니다.
(새벽에 쓴 글이라 귀찮아서 퇴고는 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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