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팁 5. 개요는 꼭 써야 하는가?
안녕하세요?
칼럼을 쓰기 전에, 칼럼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소개를 해야겠죠?
나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연세대학교 철학과 석사, 캠브리지대학교 철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여러분의 선배/선생님입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이 논문을 싣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논리연구’에 (학생으로서는 예외적으로) 논문을 게재했어요. (혹시 궁금한 학생은 구글에서 On Nominalist Paraphrase 쳐 보세요ㅋ) 때문에, 선생님은 출제위원의 관점을 ‘다소’ 이해한다고 말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께 비교적 안전한 팁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논술을 연구하고 가르친지 10년이 조금 넘었는데요! 그동안 선생님이 논술에 대해 느낀 중요한 노하우를 여러분과 나누고, 또 여러분이 자주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선생님이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 칼럼을 써 보고자 합니다.
선생님의 경력을 보고 “공부 오래 해서 인문학적 지식은 많은데, 선생님의 지도는 최신 수험적합성이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인문학 배경지식이나 강의하시는 거 아닌가요?”하고 염려하는 학생들이 몇몇 있는데요, 선생님의 제자들은 지난 2014-2016 전형에서 19명의 학생이 합격했습니다. '소규모로' 강의하는 한 명의 개인 선생님으로서는 나쁜 스코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합격증을 공개할게요~) 그러니, 내 조언이 한 번쯤 귀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글의 주제는, ‘개요를 꼭 써야 하는가?’ 입니다. ]
많은 학생들이 글을 쓸 때 개요를 쓰지 않고 바로 원고지에 글을 씁니다. 이유를 살펴보니, 보통 다음과 같더군요.
1) 왜 꼭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2) 개요를 쓸 시간이 없다.
3) 쓰고 싶어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특별히 잘 쓰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학생은 개요를 작성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개요를 쓰는 게 여러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선생님의 막연한 가설이나 추측에 불과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실제로 수 년간 많은 학생들에게 직접 실험(?)을 해 보고 높은 확률로 얻은 결론이니,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제자들 대부분은, 개요 짜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나면, 나중에는 ‘지금까지 개요를 안 쓰고 도대체 어떻게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을 합니다.)
글 쓸 때 개요를 쓰는 것은, 유화를 그리기 전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바로 유화로 그리기 전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려 보면,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그림이 과연 실제로 예쁘게 구현이 되는지 확인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물감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기 전에 먼저 구도를 정해보고, 막상 캔버스에 구현해 본 그림이 내 원래 생각과 다르다면, 어렵지 않게 수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밑그림 그리기의 이런 장점들이 글쓰기 개요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글 쓰기 전에 개요를 먼저 쓰게 되면;
1) 분량이 균형있고 구성이 짜임새 있는 글이 됩니다.
2) 문장 흐름이 산만하지 않은, 정리 정돈이 된 글이 됩니다. (이런 글은 채점자에게 술술 읽힌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3) 개요 단계에서 본인의 오류를 점검,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답률이 높은 답안이 됩니다.
4) 오히려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1)~3) 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쉽게 수긍을 하나, 4) 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선생님이 4) 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볼게요.
보통 논술 시험에 허용된 시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최대한 빨리 원고지에 글 쓰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마치 멀리 있는 목적지만 어렴풋이 아는 상태에서 마음이 급하니 ‘일단 출발하고 보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 다음 길을 어디로 가게 될지 본인도 모르는 모험을 하게 되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실제 글을 쓸 때 다음과 같은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한참 고민하고 첫 문장 쓴 후) 음.. 다음 문장 뭐 쓰지? (한참 생각하다 문장 반쯤 쓴 후, 그 문장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한참 고민하다 쓰던 걸 지움. 이렇게 5문장 정도 매번 즉흥적으로 다음 문장 생각하다가) 아.. 큰일 났다… 생각해 보니 문제 방향이 이게 아니네.. 선생님! 원고지 바꿔 주세요!”
이렇게, 한 문장 쓰다 지우고, 그 다음 문장 쓰고 또 한참 생각하고, 또 지우고.. 이렇게 됩니다. 즉, 출발은 빨랐으나 진행이 매우 느린 거죠.
반면, 개요가 충실하게 작성이 돼 있으면, 막상 출발은 늦더라도 일단 원고지에 쓰기 시작하면 거의 멈춤 없이 글을 계속 써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피니쉬는 더 빠른 경우가 많죠.
개요가 시간을 아껴주는 또 다른 원리는, 사람 생각이 선형적으로 차근차근 떠오르는 게 아니라, 무작위적으로 산발적으로 떠오른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원고지에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경우에는, 바로 다음 문장 내용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바로 그 다음 내용은 잘 생각이 안 나죠. 하필 다음 문제 쓸 내용, 다음 문단 쓸 내용이 머릿속 여기 저기서 튀어나옵니다. 개요를 쓰는 것의 장점은, 이렇게 무작위적으로 생각나는 내용들을 여기 저기 적재 적소에 빨리 빨리 (그것들이 잘 조화되는지를 검토하면서) 배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말로는, 초안을 빨리 작성할 수 있다고 하겠네요. 어설프더라도 초안이 빨리 작성 되면, 완성본도 결국에는 빨리 나오게 됩니다.
물론, 선생님의 생각이 모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내 제자들의 경우에도, 내게 개요 쓰는 법을 배우더라도 15명 중 1명 정도는 결국 개요를 안 쓰는 게 더 낫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개요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나면 “지금까지 개요를 안 쓰고 글을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을 하니, 개요를 쓰지 않는 학생들도 일단 개요를 (제대로) 쓰는 훈련을 해 본 후에,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건 마치, 머릿속 그림이 이미 사진 수준으로 완전해서 밑그림도 필요 없이 그걸 그대로 캔버스에 투영할 수 있는 수준의 화가라면 밑그림이 필요 없지만, 대다수의 초보 화가들은 밑그림이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러면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개요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를 적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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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요 쓰는법 기대합니다 ㅎㅎ 저도 항상 첨삭 선생님이 개요 꼭 쓰라고 하는데 정확히 갈피를 못잡겠어서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