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2-23 01: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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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마녀썰<16> 눈사람과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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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탄의 순수한 B양에 대한 수요가 높은 거 같아 그녀와 A군의 알콩달콩한 썰을 좀 풀고자 합니다. 
아직 B양의 매력에 빠지지 못하신 분들은 아랫글을 읽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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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발적 혼밥충인 A군은 이번 주말 저녁에는 혼자 밥을 먹게 되었다. 오늘따라 친구들이 다 주말 자습을 안왔기 때문이다. 근처 편의점에 들려 3700원짜리, 남자 아이돌이 선전하는 도시락을 골라 도시락 먹는 곳으로 간다. 
편의점 도시락 특유의 인공적인 맛을 음미해가며 밥을 먹기 시작한다.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느껴져서인지 안그래도 밥먹는 속도가 빠른 A군은 더 빨리 밥을 먹는다. 그러던 중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다름 아닌 B양이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근데 B양이 밥은 특이했다. 도시락에 밥과 반찬이 아닌 과일이 있었던 것. 수저같은 것도 없다. 그녀의 저녁은 포카칩 치즈맛과 사과 몇조각이 전부였던 것이다. A군은 본인의 도시락에 감사하는 한편, B양의 저녁에 대한 동정을 하기 시작한다. 
'안그래도 마르고 창백하게 생긴 애가 밥까지 저렇게 먹으면 어쩌려고.. 고작 저거 먹는 중에도 영어단어 보고있네ㅜㅜ'
그는 뭐라도 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가져온 요구르트를 꺼내 그녀에게 건낼 생각을 한다. 하지만 A군 성격에 이걸 직접 주지 못한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식사를 끝내가려는 중에 갑자기 B양이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A군은 지금이 기회다라는 생각하여 주변을 신경쓰며 재빠르게 그녀 책상에 요구르트 하나를 가져다 놓고 급하게 장소를 빠져나갔다. 
나가던 중에 B양을 만난 A군은 식겁했으나 이내 침착을 되찾고 교실로 올라가 10시까지 야간 자습을 이어나갔다.
요구르트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B양은 이게 누가 준지도 모르고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가 독이라도 탄 줄 알고 안마시고 버렸을지도 모른다. 대답없는 메아리에도 그저 행복하고 뿌듯한 A군이었다. 

[2]
A군은 사실 정말 냉철하고 똑똑한 아이다. 고딩 때부터 상식 많고 말 잘하고 일잘하는 능력있는사람으로 통했다. 그런 그였기에 돈관리에도 정말 깐깐한 모습을 보인다. 
'공부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공부하고 매점갈까 말까 고민할 때는 가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질정도로 정말 돈을 헛투로 쓰는 걸 싫어하는 아이다. 근데 그런 A군이 쓸데없이 돈쓴 경우가 있다.
바로 B양이 듣는 손원천T 국어 단과를 따라들은 것. A군은 이 사실을 9모 끝나고 알았고 그 때서야 뒤늦게 손원천T 국어 단과를 듣기로 결심했다. 
재종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단과 듣는 비용은 무려 20만원이다. A군은 사실 국어보다는 수학이나 영어가 좀 약한 아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국어가 불안하고 원천T 수업 들어보니 괜찮다더라라며 합리화를 시켜가며까지 B양이 듣는 손원천T 수업을 그냥 따라서 들었다. 아무래도 반이 다르다보니 같은 수업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나보다. 수업 시간 내내 안그래도 희미한 손원천T의 목소리는 더 희미하게 들렸다. A군은 같은반 친구와 앉아 수업을 들었으나 B양은 언제나 혼자 수업을 들었다.(왕따인가ㅜㅜ) 쉬는 시간에도, 수업 시작 전에도 혼자 앉아 그저 예습, 복습을 할 뿐이었다. 그런 B양이 A군은 참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단과가 종강하는 그 순간까지도 A군은 B양에게 아무런 말을 걸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있었다고 한다. 손원천T 단과를 수강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원천T는 쪽지 시험? 같은 걸 봐서 초코파이 등의 간식을 주는 거 같았다. 어느날, B양이 없는 사이 간식 배분이 이루어졌고 A군은 B양 간식을 본인이 챙겨주겠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서 줄까, 무슨 말을 건낼까, 이참에 그동안 궁금했던 걸 물어봐볼까, 아 수능 얼마 안남았는데 좀 만 더 참아볼까. 초코파이를 손에 꼭 진채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B양은 꽤나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초코파이를 B양의 같은 반 학생에게 넘겨주고 말았다고 한다. 그는 B양 같은반 아이가 제가 줄게요라는 말을 듣고도 아 이거 아닌데 이럼 안되는데 라는 어벙벙한 말을 하고 결국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줬다고 한다. 


글 제목은 순수하고 귀여운 B양이 눈사람같아서, 그리고 A군의 답답한 모습을 보며 제가 늘 '이 고구마 같은 새퀴야!'라고 한데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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