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의 '승인'과 '존중'은 다릅니다(동성애)
혐오와, 그냥 싫어하는 감정의 차이부터 말하자면.
그 싫어하는 감정을 공적으로 표현했느냐 아니냐의 차이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공적' 표현은 또 뭐냐?
다른 사람이 인지한 한 모든 발화는 나의 공적 발화입니다. (사적 발화와 공적 발화의 '인지적' 구별 기준.)
한편 사적 발화와 공적 발화의 '사회적' 구별 기준은 좀 다른데, 단순하게 일축해 말하자면 발화를 매개한 대화 공간이 (적어도 '표현의 자유'에 있어) 국가의 간섭력이 끼치는 곳이냐 아니냐ㅡ가정 너머이냐 가정 안이냐라고 보시면 됩니다.
고로 모든 혐오 표현은 '싫다'의 공적 표현입니다. 혐오는 타인이 인지해서야 혐오로서 판별되고, 직관적으로 봤을 때 (적어도 가족이 아닌 동성애자에 대해) 가정 내에서 혐오 표현을 한다고 해서 그것의 사회적인 파급 확률은 제로니까요. 즉 후자는 역으로 말해, 혐오 표현은 '그것은 혐오!'라는 사회적 평가가 반드시 견인되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그리고 거기에 반영된 근본적인 자유의 당위-를 준거로 삼아 혐오 표현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문제는
"인정한다"라는 것은, 정말 우리가 특정 무언가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기술하는 데 있어 지극히 불명료하고 애매모호한, 비유하자면 러프한 스케치와 같은 '비합리적'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현대의 분석철학, 달리 말해 언어 분석 철학에서는 "인정하다"라는 '일상적 언어'를 다음 두 가지 '과학적(엄밀적) 언어'로 구체화합니다.
하나는 '승인'이고
다른 하나는 '존중'입니다.
승인은, 먼저 쉽게 말하자면 '합의'에 상관됩니다. 이때 합의의 주체는, 학자마다 미묘하게는 다릅니다만, 그들을 가능한 한 조심스레 뭉뚱그린다면 '공적 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적 이성의 구체적 모델로는 사법제도가 있습니다. 조금 더 어렵게 간다면 민주주의 제도 자체, 혹은 좀 구체화한다면 투표와 의회 등이 있습니다.
근대화 이후의, 즉 현대화된 국가들도 공적 이성의 첨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롤즈에 따르면, 이러한 공적 이성의 구체적 모델들이 '협동'할 때, 조금만 엄밀히 말하자면 '협력-견제'를 할 때 그 '정상적 상태'가 곧 공적 이성의 가장 눈에 보이는 형태입니다ㅡ그런데 '국가'라는 구체적 모델 만큼 앞서 말한 협력-견제를 수월하게 조율해주는 공적 기구는 없지요. 말하자면 국가의 기능주의적(실용주의적?) 필요성입니다.
여하튼, 그러한 '협력과 견제의 정상적 상태'가 공적 이성의 핵심 중 하나인데, 이때 그 공적 이성이 '승인'이라는 행위의 주체가 됩니다. 노파심에 보충해 말하자면 개인들도 동시에 승인의 주체입니다. 왜냐하면 상술한 공적 이성의 구체적 모델들은 개인이라는 조율자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으니까요.
자, 혐오 표현을 '승인'해야 한다라는 의미로 누군가가 주장을 했다고 해봅시다.
결국 개인(들)->공적 이성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 표현(다시 말하지만, 이는 공적 표현입니다)을 승인해야 한다는 셈인데.
그 파급이 벌써부터 상상되지 않으시나요?
동성애가 적어도 주요 선진국의 헌법 상에서 "승인"되어 있고 또한 그 보편적 시선이 혐오보다는 (후술할) 존중의 태도에 가까워져 있는 현 패러다임에서
동성애 혐오 표현을 '승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순히 시대 역행이고 뭐고를 떠나서, 정확히 말해서는 '왜 굳이 그걸 승인해야 하는데?'라는 데 맞서서 우선적으로 <입증 책임>을 떠맡을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입증'이란, 그것의 '인과'나(사실 관계) '가치'를(당위 관계) 검토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며, 그러고서 최종적으로 자신의 주장-근거를 대는 것을 말합니다.
즉, 동성애 혐오 표현의 승인은 곧 '혐오의 필요성'이나 '동성애의 그릇됨'을 먼저 자신이 입증한 연후에 비로소 공적 이성이 판단하여 결착이 날 사안의 것이란 얘기입니다.
한편, 그럼에도 무언가에 대한 혐오 표현은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잘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연필을 '존중'하시나요? 즉, 사물을(생명체가 아닌) 존중하시거나 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닐 수밖에 없을 겁니다.
존중은 기초적으로 '개인'에 대한 태도입니다.
즉, 나의 혐오 표현이 존중받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존중받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미처 입증을 마치지도 못 한 상태에서 당장 혐오 표현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표현 방식이 어째서 존중'받아야' 하는 걸까요? <좀 더 정치하게 말해, 나라는 개인이 존중받는다손쳐도 결국 혐오 표현은 공적인 대상이므로 나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그런 고로 맹목적으로 존중을 받기에는 논리적 맹점이 있는 것 같은데, 어째서 혐오 표현까지 "존중"받아야 하는 걸까요?>
그 답은, 어느 누구도 '표현의 자유성은 함부로 개입하면 안 된다'라는 공리(=>공적 이성의 대전제가 되는 명제)에 감히 '입증'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잠정적으로> 혐오 표현의 사회적 당위성 자체에 대해 일단이나마 승인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 입니다.
결국, 혐오 표현 자체/혐오 표현의 내용이 존중을 받는 것도 잠정적 승인을 받는 것도 아니라, 존중 받음은 개인의 몫이고, 혐오 표현의 옳고 그름 자체에 대한 입증 미결에 따라 그것의 당위성이 지켜지고 있는 것일 뿐, 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동성애 혐오 표현을 '어떻게' 인정하고 계신가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그다음 지구화학
-
서울와서 한바닥 두바닥 쪽수 단위 모른는 거 보고 충격 먹음
-
촘스키가 문제다
-
6평이 코앞인데....... ......... 에휴 인생무상 영원히 코코낸내하고싶구나
-
우리 누나야,,,, (본인이 혼인 의사 있는 것 매번 밝히는 사람임)
-
행성은 왜 타원궤도로만 운동할까? 그 이유를 증명해보자. 먼저, 항성이...
-
심찬우T 기출 2.0 강의는 프리패스 포함 안되나요? 5
교재 가격 볼려고 하는데 강의 구입하고 살 수 있다 해서요 아직 안열려서 그런가요?...
-
수학 공부량 6
11월부터 지금까지 수학 문풀량임 아무리 워크북이나 이런 것은 직접 풀었다해도 너무...
-
상탈하고 롤하기 7
왤케덥지
-
이게 3페이지에 나오는데 4페이지 넘길수있음?
-
발렌타인 초콜릿 0
받아본 적 없어서 울었어
-
펀펀하다 0
"뻔뻔하다"의 옛말
-
사투리 맞추기 4탄 20
아니 팔이 안짤린다... 뭘까 ㅎㅎ
-
사실 남르비든 여르비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9
** 좋으면 그만 아닐까요?
-
개념은 2번 돌렸고 (매개완+스개완) 매기분 1회독했어요... 근데 3모 3등급...
-
착장샷 ㅇㅈ 12
따봉상혁아 고마워!
-
질문 받아요 신설학과임 저도 궁금한 거 엄청 많았는데 젊은 교수님이랑 친근하게...
-
입만 열면 거즛말
-
남르비만 19
전부차단하면 여르비판독가능
-
한 두 개도 아니고 고대로 때려 박는건 생각도 못해봤을듯
-
->의대생 개빡침->단체 수능행 가능세계?ㅋㅋㅋㅋ 공부하다 미친 수험생의 헛소리ㅈㅅ...
-
야 니 그러다 널찐다 무슨 뜻일까 ㅎㅎㅎㅎㅎㅎ
-
...
-
왜캐잘하지 11
샤시오페아
-
아메리칸st
-
계속 유사연애로 안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애가 아닌 멤버 열애설인데도 뭐랄까...
-
야 이거 좀 개비라 무슨 뜻일까요오~~~ 맞추면 천덕 ㅎㅎ
-
붕붕이들 들어와 5
운전하지마
-
저같은 뉴비는 6
좋아요 80개만 받아도 신기함
-
수즈사 ㅅㄹㅎ 샤베트....
-
여르비들은 들어와주세요 13
번호좀....
-
산수 4-2 '곱집합과 좌표' 단원 산수 6-1 '식과 그래프' 단원 산수 6-2...
-
없나요 등급컷은 어디있나요? 인터넷에 언급자체가 안되던데..
-
허허 인생 망했노 씨발
-
음? 10
음? 우리팀이 왜 언급되고 있지?
-
몇몇 의뱃들.. 1
오랜만에 글 쓰려 들어왔는데.. 제발 조용히 좀 있어요.....
-
잇올 대치점 2
장학생에게 주는 박스 필요없어서 숨기고 갔는데 찾아봐요ㅋㅎ 대치점입니다. 찾으면...
-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한 걸까?
-
2회독하는거 ㄹㅇ 효과있나요? 적분부분은 잘못해서 다시 들었긴했는데, 확실히 더...
-
정치와법 과목 대수능 1등급/ 사설 50점을 받은 것을 인증합니다.
-
대우진
-
그래서 닉과 1도 연관이 없답니다!!!
-
어쩐지 너무 얇드라...
-
하앙 수업 끝 1
너무 햄볶행
-
깨고 나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길 바라지만 난 여기 있고
-
오빠야! 3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혼자 끙끙 앓다가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아서 얘기를...
-
번호 좀 다오 ㅋ
-
몰래 교과서 진도 대충 나가고 프린트로 실전개념 가르치고 문풀하는 상상을...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