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bi조선생 [112180] · MS 2005 · 쪽지

2016-02-18 12:53:47
조회수 7,253

[수험생활 이야기] 학습량에 대한 착각 (ver.2016)

게시글 주소: https://cheetar.orbi.kr/0008005590

안녕하세요. 조선생입니다.

작년 3월에 같은 제목으로 칼럼을 하나 올렸었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내용의 쪽지들이 많이 오네요.


사실 그런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매년 바뀌지만, 그들의 고민은 놀라울만큼 똑같습니다.


묻힌 글을 끌어올린다는 게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때로는 고전(...구닥다리..?)이 빛을 발할 때가 있지요.


그냥 재업은 아니고, 일부 수정된 내용도 있으니 한번씩 읽고 지나가 주세요.

(이하 내용, 잔소리 주의, 아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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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쪽지로 많이 오는 질문이 있어서, 비슷한 내용의 답장을 계속 쓰다가

글로 한번 남겨봅니다. 뻔한 내용일 거에요.

그러나 이 시점에 한번쯤 꼭 짚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요즘 재수 수험생활의 트렌드는 "독학재수"인 것 같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방법입니다.

필요 없는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굉장한 장점이죠.


하지만, 독학재수를 하시는 수험생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학습량에 대한 착각"입니다.


주로 재수생 분들이 많이 겪는 문제점입니다.


고3때까지 학교에서, 쓸데없는 수업 - 선택하지 않은 사회탐구 내신수업 or 선생님이 수업을 너무 못해서 듣는 게 괴로웠던 시간 등 - 에 시간을 빼앗기다가

독학재수를 시작하게 되면, 자습시간이 많이 확보되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필요한 수업만 인강으로 들을 수 있고, 방해 없이 내가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도 더 많이 풀고, 인강진도도 고3때보다 팍팍 나가고.. 공부를 많이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 공부를 더 많이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계획을 세우고, 공부량을 적어가면서 진행하시는 분들은, 실제로 공부를 더 많이 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착각"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체크해 보셔야 합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한다고 가정했을 때,

점심/저녁시간을 제외하고 확보할 수 있는 학습시간은 총 11시간입니다.

11시간이면 엄청난 양의 학습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따져봐도 인강 11강 이상, 수학모의고사 약 7세트 등... 엄청나죠.


여러분들이 정말, 이에 상응하는 양의 공부를 하셨는지, 한번 꼭 체크해 보세요.

하루에 11시간 앉아있는다고 해서,

그리고 쓸데없는 수업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고 해서,

고3때보다 여러분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쓸데없는 수업 듣던 시간보다, 더 많이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많은 공부량이, 성공적인 수험생활의 유일한 지표가 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범위가 정해져 있고, 객관식 문제가 대부분인 시험에서

공부량이 우선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득점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공부량 꼭 체크하세요. 수첩에 써 보는 것도 좋습니다.

수첩에 쓰는 양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절대적인 학습량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 말고)을 확보하세요.


그리고, 강의를 듣는 것과 "공부를 하는 것"을 혼동하지 마셔야 합니다.


강의를 듣는 것은 공부하기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인터넷 강의를 "감상"하고 지나가면, 안 들은 사람과 똑같아요.


강의 들은 부분에 대해서 기본서를 다시 읽어서 정리하거나,

문제를 풀어서 복습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강의를 전혀 듣지 않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게 됩니다.



재수생 여러분들께 한가지 당부드리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셨기 때문에, 지금은 그렇게 힘들지 않으실 거에요.


그런데...

4월 되어서 꽃 피고, 날씨 좋아지고, 

대학가서 한달동안 술먹느라 연락도 안 되던 친구녀석들에게서

연락도 가끔씩 오고... 이러면 정말 공부하기 싫으실 거에요.


재수학원에, 독서실에, 내 공부방에, 갇혀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슬픈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 슬픔에 빠져서 공부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또 슬퍼해야 할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미래는 지금부터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과거도,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나갈 270 여일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의 고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돌아보게 될 날을 상상하며. 

마음 굳게 먹고 버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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