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한문 영역 가이드] 1. 한문 영역의 구성과 수험전략
지난 글에서 이어지니, 지난 글을 보지 않은 분들은 먼저 지난 글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2025학년도 한문1 기출문제를 다뤘으니, 이번 글에는 의도적으로 예시 기출을 거의 모두 2024학년도 수능으로 다루겠습니다.
0.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시험지 구성
앞서 언급했듯, 제2외국어 영역 8과목은
문자-어휘, 의사소통, 문화, 문법
의 4파트로 명확하게 나뉩니다. 문자-어휘 5문제, 의사소통 16문제, 문화 5문제, 문법 4문제로 과목(언어) 상관없이 고정입니다.
(혹시 모르는 분이 계셨다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30문제 40분입니다.)
20문제 내에 딱히 파트 구분이랄 게 없는 사회/과학탐구 영역과 확실히 다른 부분입니다. 오히려 문항번호별로 파트가 명확히 나뉘는 영어 영역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제2외국어 영역을 크게 2가지의 과목군으로 다시 나눌 수 있는데, 문법이 4페이지[27-30]인 과목과 1페이지[6-10]인 과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반드시 100% 그런 건 아니지만 파트 순서는 기본적으로 파트의 난도를 기준으로 배치되고, 문법이 4페이지라는 건 해당 과목 시험에서 문법이 가장 어려운 파트라는 의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번 글부터, 본 가이드 시리즈에서 '문법이 4페이지인 과목'을 [유형1], '문법이 1페이지인 과목'을 [유형2]로 정의하겠습니다.
예상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유형1] : 독일어1, 프랑스어1, 스페인어1, 중국어1, 일본어1, 러시아어1
[유형2] : 아랍어1, 베트남어1
입니다.
나중에 문법 파트 글에서 자세하게 서술하겠지만, [유형1] 과목에서 문법이 가장 어려워서 4페이지에 있는 건 명백합니다. 지금은 간단히만 말씀드리자면, 2007~2009학년도 기준으로 원래 모든 제2외국어 과목이 문자-어휘-문법-의사소통-문화 순서로 출제됐었는데, [유형1] 과목들의 문법 문제가 급격하게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차례차례 배치가 1페이지에서 맨 뒤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유형1] 과목 중에서 일본어1과 러시아어1만 문자-어휘-문화-의사소통-문법 순이고,
나머지는 문자-어휘-의사소통-문화-문법 순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유형2] 과목은 2009학년도까지 모든 과목이 그랬던 것처럼 문자-어휘-문법-의사소통-문화 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두 과목 응시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문화가 어려운 파트 축에 속하는 듯하고, [유형1] 상위권 응시자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문화는 다 맞히는 파트입니다.
전체 30문항 중 16문항, 즉 절반이 넘는 문항이 의사소통 파트인 만큼 절대평가 시대에는 의사소통에서 많이 맞히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유형1]에서 문법 4문제를 모조리 다 틀려도 다른 문제를 다 맞힐 수 있다면 2등급입니다. 더구나 문법 4문제가 모두 다 어렵게 나오지는 않고, 22학년도 이후로 과목마다 편차는 있지만 문법 파트의 난도가 모두 내려가고 있기도 합니다. 즉, 나중에 의사소통/문법 파트 글에서 다시 거론하겠지만, 철저한 문법 학습이 필요하지 않으며, 언어적 특성상 문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 강제되는 언어는 피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말입니다.
한편 오늘 살펴볼 한문1은 제2외국어 영역 8과목과는 판이하게 다른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제2외국어 영역처럼 파트가 아주 명확하게 나뉘어지지는 않지만, 아래와 같이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한자-한자어-성어-구-단문-한시-중단문
문항 배치와 구조가 고정적인 제2외국어 영역과 달리, 한문 영역은 21학년도까지는 매 회차마다 시험지 구성에 변주를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몇 번에서 몇 번까지가 한시다, 단문이다, 이렇게 말할 수 없었어요. 가령 한시가 1지문 2문항으로 나오는 정도는 고정적이었지만, 어떨 때는 3페이지 초반에 나오고 어떨 때는 4페이지에 나왔고, 단문/중단문은 1지문 2문항인 세트와 1지문 3문항인 세트의 배치와 비율이 매번 다른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난도를 의도적으로 대폭 떨어뜨리기 시작한 22학년도 이후로, 정반대로 제2외국어 영역에 비해서도 유형이 과하게 고착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예 문항번호별로 몇 번에는 무슨 문제가 나온다고 일반화해도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자와 한자어 문제들은 22~25수능에서 모조리 유형과 문항번호가 완전히 동일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 모의평가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따라서, 이하의 유형별 분석에서도 22 이후로 (거의) 고정된 문항번호별 배치를 전제하고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1. 한자
제2외국어 영역으로 치면 문자에 해당하는 파트인데, 3문제로 구성되고 각 문제의 유형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1) 동양화 유형
<2024학년도 수능 1번>
1번 문제로 고정 출제되는 유형으로, 사실 문제를 푸는데 동양화 그림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근데 유독 부담스러울 정도로 동양화 그림을 크게 박아넣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문제와 직접 관련된 부분만 읽고 1초컷 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위 문제의 경우, 그냥 '봄'-> 3번 봄 춘 하면 끝입니다.
(2) 반의 관계
<2024학년도 수능 3번>
2번 문제로 고정 출제되는 유형인데, 24학년도에서만 바로 밑의 유형인 한자추론과 위치를 스왑했습니다.
교육과정 이슈인지, 20학년도 수능까지는 상대, 유의 관계 등 한자 간 여러 관계를 물어봤는데 21학년도 이래로 항상 오직 "상반되는 뜻을 지닌 한자"만을 묻고 있습니다. 원래도 쉬운 유형이었지만, 덕분에 무조건 점수 주는 유형이 되었습니다.
위 문제의 답은 본-말, 대-소, 1번입니다.
(3) 한자 추론
<2024학년도 수능 2번>
3번 문제로 고정 출제되는 유형으로, 한자의 발음, 획수, 부수, 결합 가능한 한자가 제시되었을 때 이를 바탕으로 한자를 추론하는 유형입니다. 25수능처럼 조건을 하나만 봐도 바로 답이 특정되는 건 당연히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쉬운 유형입니다. 4개의 조건을 모두 꼼꼼히 봐야만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한자 파트 문제는 전부 1점입니다.
위 문제의 경우 음이 '사'인 한자, 총획이 5인 한자, 부수가 사람인변인 한자는 모두 각각 2개입니다. 따라서 조건을 2개만 결합해도 답은 특정됩니다. 5번입니다.
2. 한자어-성어
한자 파트와 마찬가지로 22 이후 희한할 정도로 고착화된 유형이 많은 파트입니다. 한자어 문제와 성어 문제는 종종 섞여서 배치되므로 하나로 묶었습니다.
(4) 한자어의 확장된 의미
<2024학년도 수능 4번>
4번 문제로 고정 출제되는 유형으로, 원래의 한자 뜻에서 확장된 의미를 갖는 한자어를 고르는 유형입니다. 2번 유형이 반의 관계만 다루듯이, 이 유형도 오직 의미 확장만 다루며 다른 의미 변화는 다루지 않습니다.
문제를 푸는 입장에서는 원뜻과 확장된 뜻 중 하나만 봐도 그냥 풀립니다. 위 문제는 '바람과 물결'을 보고 3번 풍파를 골라도 되고, 반대로 3번 풍파를 보고 '세상살이의 어려움'으로 체크해도 되겠네요.
(5) 한자문화권의 한자어 차이
<2024학년도 수능 5번>
5번 문제로 고정 출제되는 유형으로, 일본이나 대만에서 한국과 다른 한자어를 쓰는 사례를 제시하고 한국에서 쓰는 한자어를 고르도록 하는 유형입니다. (간체자 이슈 때문인지 중국 대륙은 사례로 안 나옵니다)
유형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 문제를 푸는 입장에서는 일본/대만의 한자어는 아무래도 알 바가 아닙니다. 그냥 일본/대만의 해당 한자어의 정의로 제시된 내용을 보고 그 정의에 부합하는 단어를 고르면 됩니다. 가령 위 문제에서는 護照는 몰라도 되고, 그냥 '외국을 여행하는 사람의 신분이나 국적을 증명하고 상대국에 그 보호를 의뢰하는 문서'니까 1번 여권을 고르면 됩니다. 물론 護照를 안다면 판단이 1초 정도 더 빠르긴 하겠죠.
(6) 성어 십자말풀이
<2024학년도 수능 6번>
6번 문제 고정 유형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23수능 이래로 실제 성어를 몰라도 그냥 가로 열쇠와 세로 열쇠에 동시에 등장하는 말에 해당하는 한자를 고르기만 해도 답이 되도록 출제되고 있습니다. 위 문제에서는 "서로"가 공통인자니까 답은 3번 서로 상입니다.
물론 위 문제는 가로 유유상종, 세로 명실상부가 모두 쉬운 성어이긴 합니다.
(7) 한자어 알아보기
<2024학년도 수능 7번>
7번 문제 고정 유형입니다. 한자음 읽을 수만 있으면 그냥 국어 문제가 되어버리는 유형입니다.
위 문제의 한자어는 '운집', 유의어라며 제시된 단어는 '해산'입니다. 당연히 딱 '해산'만 제외한 4번이 답입니다.
본래는 위와 같은, 한자어를 보고 옳은 설명을 고르는 ㄱㄴㄷㄹ 유형 하나만 출제되었으나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10번>
위와 같이 제시된 설명을 보고 역으로 한자어를 고르는 유형이 25학년도부터 아래의 '성어 조합' 대신 출제되기 시작했습니다.
위 문제의 답은 '인사'로, 제발 답을 골라달라고 난리치는 이 글의 다른 문제들보다는 아주 조금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8) 한자어 조합
<2024학년도 수능 8번 - 물2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문제입니다>
8번 문제 고정 유형이었는데, 25수능에서 9번으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밑의 성어 조합 유형이 사라져서 한자어 파트 배치에 살짝 변동이 생긴 듯합니다.
딱 위 문제와 같이, 제시된 설명에 맞게 한자를 조합해서 한자어를 만드는 문제입니다. 위 문제는 승리의 물리러라면 설명 읽지도 않고 버스 그림만 보고 4번을 고를 수 있겠네요.
(9) 성어 조합
<2024학년도 수능 9번>
한자 8개를 제시하고, 제시된 한자만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성어를 찾는 유형입니다. 힘 빡세게 줘서 내면 내가 잘 아는 성어라도 잘 안 보이는 유형이기도 합니다. 유서깊은 유형인데 25수능에서 출제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 출제되지 않을지는 미지수이긴 합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온 힘을 다해 난도를 내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진짜로 출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위 문제는 의도적으로 매우 쉽게 낸 예시입니다. 답이 '동문서답'인데, 동, 문, 서가 그냥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고 서와 답도 위아래로 붙어 있어 눈에 아주 잘 띕니다. 답은 2번.
(10) 광고
<2024학년도 수능 10번>
동양화 유형, 십자말풀이 유형과 함께 대체 왜 이렇게까지 매번 고정적으로 내나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매번 나오는 유형입니다. 25수능에서는 8번에 출제되었고, 이전까지는 10번에 고정 출제되었습니다.
18학년도 수능에서 오버워치 한조가 나오는 게임중독 공익광고가 출제돼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의미 해석 같은 거 필요 없고 역시 음만 읽을 줄 알면 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이 문제의 답은 3번 공감입니다.
(11) 국문독해와 성어
<2024학년도 수능 11번>
11번 고정 유형으로, 그냥 국어 독해입니다. 역시 한자 읽을 줄만 알면 바로 답이 보입니다. 5번 부화뇌동입니다. 옛날에는 이 정도 사자성어는 언어 영역에도 그냥 출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23수능에서는 성어가 아닌 3자 한자어(금자탑/사이비/하마평/등용문/천리안)가 나왔습니다.
(12) 성어 고치기
<2024학년도 수능 12번>
성어에서 한 글자를 틀리게 제시한 후, 올바르게 고치는 유형입니다. 역시 고정적으로 출제되다가 25수능에서는 빠졌습니다.
위 문제는 '수기치인'의 철자를 정확히 아는 게 아니라면 "다스린다"는 언급을 통해 3번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3) 만화와 고사성어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12번>
25학년도에 성어 고치기 대신 출제된 유형입니다. 앞으로도 성어 고치기 대신 이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무조건 성어 고치기보다 쉽습니다. 그냥 말 그대로 고사성어의 배경 이야기를 그대로 만화로 그리고 있습니다.
3. 구와 단문
한자와 한자어-성어에서는 최근 들어 모든 문제의 유형화가 가능할 정도로 유형이 고착화되었지만,
구와 단문, 중단문의 경우는 조금이나마 유형의 변주가 있는 편입니다. 따라서 구와 단문부터는 문제의 형태보다는 묻는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22학년도 이후 계속 난도가 너프되는 과정에서 '구'와 '단문'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단문의 길이가 짧아졌기에, 둘을 묶어 서술합니다.
(1) 이해
<2024학년도 수능 13번><2024학년도 수능 14번>
<2024학년도 수능 19번>
말 그대로 구나 단문의 내용을 이해했는지 묻는 유형입니다. 하지만 앞서 이미 강조했듯 최근에는 사실상 구나 단문을 해석할 능력이 없어도 맞히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출제되고 있습니다.
위 14번 문제처럼, 이해를 묻는 문제에서 선지가 한자/한자어/성어/구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문에서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주제의 문장이 나오는 데 비해, 구의 경우 거의 교훈적인 동양고전 구절이 나옵니다. 위 13번과 19번처럼 아예 직접적으로 '경계', '교훈'의 대상을 묻기도 합니다. 이 점에 주목하면 답을 찾기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위 문제들의 경우,
13번은 '금', 즉 금전과 재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5번 탐욕을 고르면 됩니다.
14번은... '하나'와 '힘'이 모두 나오는 성어를 고른다는 정말 초단순한 마인드로 접근하면 오히려 1번을 고르기 쉽습니다. 보다 정석적인(?) 해설을 하자면 두 량, 힘 력, 쉬울 이, 들 거가 있으니 아 여럿이서 같이 들면 쉽다는 의미겠구나! 하고 협력한다는 선지를 고르면 됩니다.
19번은 뒤 후, 말씀 언이 있네요. 뒤로는 딴말하는 사람이겠군요.
(2) 한자
<2024학년도 수능 15, 16번>
빈칸에 한자를 삽입하거나, 밑줄 친 한자와 바꿔쓸 수 있는 한자를 묻거나, 밑줄 친 한자의 의미를 묻는 유형입니다.
위 16번 "나의 성찰 일지"도 빈출되는 형태인데, 역시 구는 교훈적인 고전 구절을 중심으로 출제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형 자체는 어떻게 출제되느냐에 따라 고려할 게 많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최근 출제 경향은 그냥 한자만 알면 땡인 수준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가령 위 15번은 지난 글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대구, 대칭성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어 短과 유의/반의 관계를 이루는 長을 고르면 그만입니다.
16번은 25수능 15번 성찰 일지랑 똑같이, 그냥 ㄱ 위치에 들어갈 한자 뜻을 "나의 다짐"에서 찾으면 그만입니다. 믿음을 친절히 강조해주고 있네요. 1번 고르면 됩니다.
<2024학년도 수능 17~18번>
구랑 차이가 없는 수준의 단문입니다. 17번은 이해, 18번은 한자 유형입니다.
사실 17번은 "이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멋진 문항입니다. 마음 심, 아니 불, 아니 불, 볼 견. 마음이 없으면, 보이지 않네요. 답은 4번입니다. 세상에.
18번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점 뒤에, '먹을 식'으로 시작하네요. 그리고 아니 불 알 지가 나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먹지만 알지 못할 수 있는 건 3번 '맛' 뿐이겠네요.
<2024학년도 수능 24~25번>
24번은 한자, 25번은 이해 유형입니다. 대칭성이 보입니다. 드가자를 외치면 됩니다. 두 가지 대칭성 중 하나만 잡으면 되는데,
첫째 於不可已而已者,無所不已,於所厚者ㄱ,無所不薄也
-> 於로 시작하는 부분에서 '불가이'와 '이'가 대비됩니다. 즉, not A + A꼴입니다. 따라서 '두터울 후'와 대비되는, 1번 '얇을 박'을 고르면 됩니다.
둘째 於不可已而已者,無所不已,於所厚者ㄱ,無所不薄也
-> A無所不A 꼴이 대칭을 이룹니다. 즉, A + 無所 + not A입니다. 無所가 뭔지는 모릅니다. 아무튼 not 뒤에 오는 게 얇을 박이니 1번을 고르면 됩니다.
25번은 24번에서 푼 것을 바탕으로 A와 not A의 대비 논리를 쓸 수도 있지만, 대립되는 이항이 있는 선지가 셋이나 돼서 그냥 ㄴ의 맥락을 잡아보는 게 빠릅니다. 나아갈 진, 물러날 퇴가 보이네요. 아주 깔끔합니다.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에 대응되는 건 피고 시드는 거겠죠. 답은 4번입니다.
(3) 독음
<2024학년도 수능 20~21번>
요즘 한문1 구와 단문의 경계가 참 모호하긴 한데... 세트형 문항 지문을 단문으로 정의한다면, 구에서는 나오지 않고 단문과 중단문에서만 나오는 유형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독음 문제는 어차피 실질적으로는 그냥 한자어 문제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진짜 그냥 지문과 아무 상관 없이 밑줄 친 한자어를 읽을 줄만 알면 끝입니다.
위 문제에서 20번은 그냥 음을 읽으면 흥폐고,
21번 이해 문항은 성쇠(盛衰), 흥폐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5번임을 강하게 예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선지에는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또 지문에 "인재"도 2번 나오고 "학교"도 보이니 5번을 고르고 넘어가면 됩니다.
(4) 짜임
<2024학년도 수능 22~23번>
한자어의 한문 어순상 기본 구조를 묻는 유형입니다. 내신에서 한문을 배워보신 분이라면 술목, 주술, 술보 구조 같은 걸 어렴풋이 배워본 기억이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걸 알면 더 좋긴 하겠지만 몰라도 푸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제시된 한자어의 두 한자의 의미상 관계만 파악하면 풀립니다.
위 22번은 제시된 단어가 '예-의'입니다. '일-출(해-뜸)', '졸-업(마치다-일)', '다-정(많은-정)', '백-의(흰-옷)'는 관계가 맞지 않다는 건 논리적으로 혹은 개념적으로 설명을 할 수는 있겠으나 그냥 직관적으로 딱 봐도 아니라는 걸 아시리라 믿습니다. 교과서적인 설명으로는 병렬 구조(관계)이므로 4번 산천이 답입니다.
23번은 그래도 나름 "스승과 제자"가 등장하는 선지가 넷이어서 날먹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지금까지 본 대다수의 단문 문제들은 지문에서 대상만 찾으면 그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선지가 단 하나뿐이어서 그냥 그걸 고르면 끝났었죠. 3번째 쉼표 뒤에 "각", "도"가 있으니 아하 각각의 도리구나! 하고 2번을 고르면 됩니다. 혹은 그 앞뒤 내용에서,
- '예의' 뒤의 서로 상: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겠거니 하면 2번으로 바로 좁혀집니다.
- 스승 사, 엄할 엄, 날 생, 공경할 경: 여기서 날 생이 그 뜻이 아니라 '사생' 관계에서의 제자(학생)라는 것을 파악한다면 마찬가지 논리로 2번으로 좁혀집니다.
- 아니 비, 서로 상, (각주에서 제시해준) '사납다': 역시 스승과 제자 '서로' 사납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 같은데, 맥락상 그게 3,4,5 같은 내용으로 흐르긴 어렵겠죠.
- 모두 개, 예 례: '모두' 예의를 갖춘다는 소리일테니 답은 2번.
4가지를 모두 파악할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그게 되면 그냥 한문 노베가 아닐 가능성이 높죠.
넷 중에, 아니 위의 각/도를 포함해서 다섯 중에 아무 거나 하나만 잘 포착하면 답을 2번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5) 풀이 순서 및 문장 순서
<2023학년도 수능 21~22번>
풀이 순서는 한국어 화자 입장에서, 한국어 어순대로 해석했을 때의 순서를 뜻합니다. 바꿔 말하면, 제시된 한자/단어를 한국어 어순대로 재배열하라는 문제와도 같습니다. 어찌 보면, 문제가 쉽게 나왔을 때는 아이러니하게 그 어떤 문제보다도 해석력이 필요 없는 문제가 됩니다. 그냥 한자를 뜻대로 한국어대로 배열하면 끝인 문제가 되거든요. (예: 25수능 28번)
이렇게 말하면 전혀 안 와닿을 것 같아서 위의 문제를 예시로 들면,
말미암을 유 / 발자취 적 / 말 이을 이 / 밀 추 / 다스릴 리 인데,
여기서 '말 이을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글자이므로 앞 내용 순서 끝나고 뒷 내용 순서 시작하기 전에 집어넣으면 됩니다.
'말미암을 유'는 여기서 '~로', '따라' 정도로 해석하면 되는 한문 성분이라 생각하시면 되고,
따라서 '발자취로부터 이치를 추측한다', 즉 적-유-이-리-추 순이 됩니다.
적(발자취)-유(로부터)-이()-리(이치를)-추(추측한다)
이 문제의 경우는 '말미암을 유' 때문에 솔직히 한문 해석력 없이 온전히 풀어내기는 조금 버거울 수 있고,
다만 어차피 순서 전체를 물은 게 아니라 마지막 순서만 물었으므로 '유'가 '추리'보다는 먼저 해석되겠지 하는 믿음(?)을 가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29~30번>
25수능 28번과 같은 유형입니다. 이 경우는 25수능 28번보다도 더 쉽습니다. 지문의 내용을 고려할 필요도 없이 ㄱ의 "명화무실" 4자만 보면 되거든요. 마치 그냥 한자어 문제나 다름없는 독음/짜임 문제랑 비슷하다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도 매우 단순해요.
이름난(명)-꽃(화)-열매(실)-없다(무). 이름난 꽃에 열매가 없다. 끝입니다. 그냥 서술어랑 목적어 위치 바꿔주면 끝.
<2022학년도 수능 16번>
이쪽은 반대로 한문 어순에 맞게 글자를 배열하는 유형입니다.
사진의 유형은 대놓고 점수를 떠먹여주는 케이스입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ㄱ 왼쪽에 제시된 구조를 그대로 따라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기록하다-잊다, 공-과를 대응시키고 나머지는 어차피 같으니까 그대로 넣으면 忘人之過이니 답은 3번인데,
애초에 구조상 완전히 동일한 글자인 人之이 가운데에 오는 선지부터가 3번 하나뿐입니다.
자주 나오는 유형이 아니다보니, 앞으로도 나오면 이 문제처럼 구조를 대놓고 보여주는 쉬운 문제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6) 국문독해와 구
<2023학년도 수능 15번>
국문독해와 성어 유형의 구 버전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같은 유형인데 선지가 성어에서 구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소리를 하는 선지를 착 잡으면 됩니다.
이 문제는 같은 유형의 25수능 19번보다도 쉽습니다. '이익'-'이로울 리', '사귐'-'사귈 교'가 그대로 대응되네요. 1번입니다.
4. 시와 중단문
시와 중단문은 크게 한자풀이, 내용이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본래 구나 단문과 달리, 한자풀이는 단순히 한자를 알고만 있으면 풀리는 게 아니라 글 내에서 해당 한자가 어떠한 맥락으로 사용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유형입니다. 하지만 25수능에서는 아예 그냥 한자만 알고 있으면 풀리게 출제되었고, 22~24 문제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맥락 판단이 간단하게 출제되었습니다.
(1) 한시: 한자 풀이, 내용 이해
<2024학년도 수능 26~27번>
26번: 아예 쌩뚱맞은 뜻을 제시했던 25수능보다는 난도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5개 선지 모두 해당 한자가 갖고 있는 의미이기는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5개 한자 중 유의미하게 다른 뜻을 2개 이상 갖고 있는 한자는 5번(고칠 경/다시 갱) 하나 뿐입니다. 그래서 5번을 보니 술 한 잔(一杯酒)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고치는 건 아닌 것 같네요. 5번입니다.
(*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한문에서 ㄹ 新 같은 한자의 용법은 무궁무진할 수 있습니다. 새로이 만들다는 식의 동사가 될 수도 있고, '처음', '새것'이라는 의미의 명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모두 기본 의미로부터 파생된 것이기도 하고, 수능 한문1에서 이런 미묘한 용법을 따로 구분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27번: 날먹하려면 공을 좀 들여야 합니다.
우선 1번은, 본문에도 제목에도 '한양'이라는 지명이 있고 외로울 고, 외로울 독, 돌아갈 귀 등의 한자가 보입니다. 심지어 손님 객자도 있으니, 객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게 맞겠습니다.
2번은 마찬가지로 제목과 본문에 모두 가을 추가 보입니다.
4번은 본문보다 제목에서 힌트를 얻는 게 편합니다. 보낼 송으로 시작하니 누군가를 어딘가로 보낸다는 내용의 시일 것입니다. 그리고 내용에는 아까 봤듯이 술 한 잔 거하게 걸치고 있으니, 아마 참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5번은 그냥 거짓이기 힘든 선지인데, (가)에는 구름, 가을'색'(빛), 산 등이 있고 (나)에는 주석으로 던져준 '먼지'나 술 등이 있으니 참이라고 판단하면 되겠습니다. 문답의 형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3번을 골라줍시다.
(2) 중단문: 한자 풀이, 내용 이해
<2024학년도 수능 28~30번>
24수능과 25수능을 기준으로는 중단문이 1지문 3문제로 하나 나왔지만 그리 오래 된 패턴이 아니고 언제 또 바뀔지 모릅니다.
애초에 20수능까지는 중단문 길이도, 개수도, 3문제 1세트도 지금보다 많은 경우가 여럿이었습니다. 한문1이 계속 너프먹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지...
한시와 똑같이 한자풀이+내용이해를 기본 구조로 하는데, 25수능에서는 풀이 순서 유형이 하나 포함됐고, 그 외에도 3문항 1세트로 구성되는 경우 얼마든지 구나 단문에 나오는 유형이 (무엇이든) 결합될 수 있습니다.
한자 풀이는 역시 맥락을 고려해야 하도록 출제되었습니다. 위 28번의 경우 ㄱ은 일찍이/맛보다, ㄴ은 끝내/마치다를 모두 뜻으로 갖는 한자입니다. 다만 맥락을 고려하기는 쉬울 것 같습니다. 재상, 관청, 관리 같은 뜻을 가진 한자(어)들이 쭉 나오고 있는데 뜬금없이 뭘 맛보지는 않으리라 생각해봄직합니다. 마지막 ㄴ쪽 구절을 보면 마칠 종, 아니 불, 굽힐 굴인데, 아니 굽히는 건 마치고 아니 굽히는(?) 게 아니라 끝내 아니 굽히는 것이겠죠. 그럼 답은 1번입니다.
이 세트의 경우, 28번을 이렇게 넘겼으면 나머지는 보너스 문항이나 다름없습니다.
29번은.. 굽히지 않았으니까 강직한 거겠죠 2번.
30번은.. 굽히지 않았으니까 이미 3번, 4번 둘 중 하나로 좁혀집니다. 본문에 앉을 좌가 보이니 4번을 골라주면 되겠습니다.
다음 글은 한문 마지막편이 될텐데, 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바탕으로 한문1은 어떻게 대비하면 편할지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절대 글이 이렇게 쓸데없이 길어지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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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못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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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맨날 3등급 떠서 1등급 좀 띄워보고 싶은데
후반부 문제는 좀 어렵더라고요 고사 같은거
그 정도면 요령만 잘 챙기면 48~50 ㅆㄱㄴ
난 무조건 이걸 날먹하겠어 마인드 ㄱㄱ
수능 제2외국어 과목 중 알파벳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 언어는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셋뿐이기는 해요. 러시아어는 또 의외로 문자 장벽은 생각보다 낮아요(문제는 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