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용) 고전문학에 관한 텍스트
중등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한국 고전문학의 중요한 작품과 작가, 그리고 문예사조 등을 배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중등교육은 대학 입시를 위한 중간 단계로 인식되어 있으므로, 중등학교의 한국 고전문학 교육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입시를 위한 지식 습득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갖고 있는 고전문학에 대한 지식은 중등학교까지의 고전문학 교육 과정에서 암기한 것인데, 그 암기하는 내용도 학생 스스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교사가 알려주거나 참고서에 나온 내용을 외운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한국 교육에서 일반적인 것이지만, 중등학교의 한국 고전문학 교육은 다른 분야보다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고전문학은 현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식을 암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학생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학생뿐만이 아니라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도 마찬가지여서, 교사와 학생 모두 '고전문학은 그저 귀찮은 과목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전문학에 대한 현재의 이런 인식은 고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학의 학부과정이 학문의 연마를 목표로 하지 않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적어도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세계를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어야 한다. 고전문학 교육은, '민족의 고전'을 배운다는 식의 거창한 목표보다는, '과거를 이해하는 한 방식을 배운다'는 소박한 목표를 설정하는 편이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중략)
일체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출발한 20세기 초 근대문학 작자들은, 그들이 계승해야 할 고전문학이라는 개념을 거의 설정하지 않았으므로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문학을 창조해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1926년 경성제국대학의 개교와 더불어 '조선문학'이 대학의 전공과목으로 개설되면서, 학술적으로 '한국의 고전문학'이라는 연구 대상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현재 우리가 고전문학이라고 얘기하는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1930년대 한국에서 이러한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즉, 청산해야 할 유산인 동시에 연구해야 할 가치 있는 전통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1945년 이후에는 일시에 변해서 과거의 모든 문학작품은 고전이 되어 제도교육에서 가르치는 고전문학의 범주에 포함되게 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에서 고전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오랜 기간 객관적으로 그 가치가 인정된 문학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과거의 문학작품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1910년 무렵 서울의 세책집에서 빌려주던 《춘향전》을 읽는 독자나 세책집 주인은 '40년쯤 지나면 《춘향전》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중요한 문학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열심히 한시를 짓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100년이 지나면 한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과거의 문예 장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거대한 사회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가치가 뒤집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여기에서 문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의 각 대학에서 대학생에게 권장하는 책 목록을 보면 《논어》나 《사기》와 함께 《춘향전》이나 《청구야담》이 들어있고, 중등학교에서 다루는 고전문학은 한글소설이나 사설시조 같은 서민의 통속문예물이 사대부가 지은 한시나 시조보다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략)
근대 국민국가 건설에서 자국의 자랑스러운 고전문학 전통을 세우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므로,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랑스러운 고전문학의 유산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고전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해내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지만, 작품을 발굴해내는 일은 이제 한계에 왔다고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고전문학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뛰어난 작품이라 얘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고전문학 연구를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 이윤석(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고소설 전공) 저. '서장 : 한국 고전문학이란 무엇인가'.
이야기의 연행(performance of narratives≒story-telling)이 공동체의 경계를 만드는 효과를 창출한다고 할 때 연행을 통해 구성되는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젠더(gender), 가문, 계층 등의 내적 동일성을 표상하는 집단으로서, 포함과 배제를 핵심 기제로 하는 이른바 '닫힌 영역'이다. 이는 균질적 가치로 채워진 공간이며 구성원이 내면에 품고 있는 정념(집단에 대해 품고 있는 소속감이나 동질감, 자부심 등)을 통합 매체로 삼는 영역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는 구성원에게 일원적이고 배타적인 귀속과 집단적 정체성에의 동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집단적 정체성을 지시하고 훈육하는 연행은 집단적 동일성으로서의 동화와 배제- 자발적 복종으로 불리는 -에 기반한 공동체로의 귀속과 자기동일적 시나리오를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고도의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는 표준화 기제일 수 있다.
(중략)
옛 이야기는 종종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삶의 모든 실존적 질문들에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답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양날의 칼처럼, 이야기는 우리를 억압과 순응의 길로 안내하여 우리들 스스로 자신의 불행을 인식하지 못하기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가장 치열하게 우리가 처하는 실존적 모순과 삶의 불합리에 직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효과에 대한 낭만적 기대는 이야기의 칼날을 잘못 휘둘러 우리들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순응의 길을 완전히 벗어나 일탈과 반항만을 일삼을 수도 없고, 오로지 사회적 규범과 표준화의 틀에 적응해 살아갈 수도 없다. 이야기가 사회적 시스템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오른손의 길'을 안내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이 길만을 쫓아갈 때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인간 실존의 모순적 상황에 기인한다.
- 김영희(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구비문학 전공) 저. '이야기의 연행과 전승'.
이상 이윤석 외 4인 공저.《한국 고전문학 읽기의 맥락과 지평》. (다락원, 2015).에서 발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남잔데 태어나서 0
한번도 롤해본적이 없으면 비정상이냐 물론 오버워치 배그 이런게임도 한번도 안해봄 피파는 함 그래도
-
뭐가 가장 치열한 것 같음?
-
드셔보신 분?
-
원래 꺾** 않* 마* 선생님이랑 했었는데 내일 오전 일찍 일정 있다고 하셔서 낮밤...
-
아가리 존나게 털어대더니 이 씨발럼에 새끼가 아가리를 털지 말던가 아니면 돈이라도...
-
흥미로만 따지면 제일 가고싶은 학과가 사학과 문예창작 or 국문학과 철학과 였어요...
-
무관대 놈들의 횡포 참을 만큼 참앗어.
-
새르비하면서 듣기에 최고... 자전거탈때도 촤고
-
엔서바 빨리 풀기 가계도 손 안 쓰고 눈풀하기 이계도 미분 빠르게 하기 배틀 이런거 하나요 ?
-
어디가 더 좋다고 보시나요?? 문과를 조금더 가고 싶긴 합니다
-
살찌는중..
-
옯스타 ㅇㅈ 2
-
현재 가군(14명 소수과 5칸) 나군 (39명 중형과 5칸) 정도인데 다군에 뭘...
-
10명정도 뽑는 학과인데 이거 써도 될까요... 컷 내려가서 몰릴까봐 좀 불안하네요
-
다군은 3칸아니면 7칸이라 둘 다 의미없는 거 같아서 안쓸거임 가군은 서성한보다...
-
제주대 일어일문 (전화추합 문닫고 합격) 지방 광역시 교대 (4칸추합) 중앙대 경영...
-
많은 돈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걸 목표로 삼고 적당한 수준은 벌 수 있음
-
너무 예뻐서 걍 쳐다만 봄..
-
원래 합격증 없는 06한테도 시급 3짜리 과외를 맡기나요? 2
지인과외로 시범과외 두 시간 해주고 잡은 거긴 한데 저 합격증도 없고 이제 막...
-
닉프사변완. 11
훗
-
인천 살고 문과 기준으로 대학만 봤을때 어디가 더 낫나요?
-
이과에서 넘어와서 배경지식은 없음요..
-
올해 복학 해도 계속 고3 애들 국어 영어 탐구 다 과외해주는데 이러면 그냥 수학...
-
하...
-
니건 1
-
킁킁
-
진학사 실지원등수랑 실제 등수랑 차이 많이 나섰나요?
-
방구 나올거같음 13
누군가한테 한심해 보일지라도 난 최선을 다해 뀔거야
-
수능 공부가 시간 삭제하기에 제일 좋음 휴학하면 시대 가야겠다 그냥 인설의 목표로 해봐야지
-
이거 머임 1
실제지원자에 나와있는 등수랑 합격예측 리포트에 나와있는 등수가 너무 차이나는데?
-
ㄱㄱ
-
이게 말이되냐!!!
-
가끔보이던데
-
겨울이니 엉덩이 종아리 둘 다 맞고 싶당
-
고전시가 아예 모르는 학생한테 뭐가 더 좋을까요??!
-
텔그 70퍼센트대라 안정으로 썻ㄴ는디
-
님들죽지마셈 2
전 육수 실패햇는데 잘살아잇음 학원알바도다녀왔고 야식으로 불닭칼국수도먹움...
-
고대 교과우수 0
모의지원 41명 실지원 50명입니다... 이 9명은 대체 뭘까요
-
서울대는 신경안쓰이는데 이상하게 연고대생만 보면 위축되고 열등감이 느껴짐
-
안정카드로 써도 될까요
-
예비시대생집합 3
시대인재 아니고 시립대. 지금부터 꿀교양 추천할게요 교차를 위한 꿀교양 :...
-
1. 표본 분석 했을 때 1,2 순위인 더 좋은 대학과 학과로 빠지는 사람들이 많음...
-
둘이 차이 많이 남?? 충북의도 셋이 어느정도인지..
-
이건 구조적으로 당연한듯.. 일단 인하 전자는 안 그래도 인기있는데 다군으로...
-
걍 알바하셈 알바도 최저시급 거의 1만원이고 사회경험기를 수 있고 잘하면 연애도 할수 있는 거고
-
ㅈㄴㅂㅇㅇ아 19
경제 어떰 나 서강대 경제 갈까 그냥??
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