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돌이는자유예요 [1196949] · MS 2022 · 쪽지

2024-12-16 02:11:11
조회수 232

그날의 바다는 참 다정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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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오키나와는 나를 살고 싶게 만들었다

그는 왜 그렇게도 내게 다정했을까

다신 닿지 못 할 수도 있는데


진실로 내가 갈망하는 건 무엇일까

내가 내게 무엇을 베풀어 줘야 나는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손에 쥔 건 청춘과 불행뿐이다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공교육 과정 12년 동안 한 번도 배워 본 적 없는 영역이다.  대학 교양 시간에도 다뤄 본 적 없는 주제이다. 이게 학문으로 다뤄진다면, 행복한 인간이 많아질 수 있을까? 그것마저 모르겠다.


알 수도, 할 수도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답답한 나날들이다. 내가 너무 어려서 그런 걸까. 그럼 시간이 지나면 안 답답할까. 그것도 모르는 거지. 그치. 다 모르는 거야.


신이 있다면, 청춘은 신이 쥐여 주는 죄악이다. 푸르게 위장한 새까만 죄악.

나는 그 죄악의 무게를 버티지 못 했다. 결국 격통과 약물에 절어 사는 인간이 되었다.이건 자기연민따위가 아니다. 사실이다. 격통을 약으로 잠재우고, 하루종일 약에 취해 살고, 괜찮은 내가 싫어서 술과 약을 함께 들이붓는다. 그럼 불행은 온전히 내 몫이 된다.

오늘은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내일은 또 어떤 형벌을 받아야 할지 생각해 본다.



나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신이시여, 나는 충분히 불행합니다.

그러니 제발 벌은 조금만 주세요.

몇 발짝도 떼기 힘들 정도로 힘들고 지쳤습니다.

나의 해방일지 中

얼마 전 본 드라마의 대사를 곱씹어 본다.

신이시여, 당신이 존재한다면 제게 너무 무거운 벌은 내리지 말아 주세요. 저는 이미 충분히 저에게 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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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겼던쌍사 · 1354620 · 3시간 전 · MS 2024

    바람은 내 마음까지 파도로 적셔버렸다
    모래사장을 향해 울부짖는 소리마저 새겨버리고 떠났다

  • 지돌이는자유예요 · 1196949 · 3시간 전 · MS 2022 (수정됨)

    나에게 다정한 것들을 보면 왜 죽여 버리고 싶을까
    아니, 그 전에 내가 죽어 버리고 싶다
    다정으로 난도질당한 내 육신이 죽음을 만나 깨끗해지길 바랄 때가 있다
    혼곤한 마음이 문뱃내를 풍긴다 오늘도 나는 쉬이 잠들 수 없다

  • 첫봄 인사를 · 1316915 · 3시간 전 · MS 2024

    정호승 시인의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지돌이는자유예요 · 1196949 · 3시간 전 · MS 2022

    양안다의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라는 시도 한 번 읽어 보세요.
    해변의 성당은 허물어지고 신도들은 날마다 죄를 짓고 있지 두 손을 모으려고, 신을 찾아 더듬거리려고, 맞아 부풀어 오르는 밤이야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해도 견디기 힘들 때가 있어 너는 이런 날 이해할까

    정호승 시인의 절망은 참 뜨겁네요. 여름날 양지에 달궈진 돌멩이 같아요.
    댓글 감사합니다 첫봄 님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첫봄 인사를 · 1316915 · 3시간 전 · MS 2024

    시 추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