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교신도 [1261770] · MS 2023 · 쪽지

2024-12-13 18: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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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한양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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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네 말을 기억한다.


그렇게 잔인하게……,

잔인하게 나를 가지고 놀았던 시절을 기억한다.


분명 친구라고 믿었는데,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네가 기어이 날 버렸던 날을 기억한다.


그 웃는 입에서, 잔인한 세 글자가 나오던 날을 기억한다. 그 말, 그 말…..말의 첫머리처럼 뜨거운 눈물을 기억한다.

그 속에서 희망이 원망으로 다시 태어나던 날, 내 볼에 눈물자국이 나란히 생기던 날을 기억한다.


기억한다, 기억한다, 기억하다 못하여 원망한다, 혹은 추억한다, 만약에, 만약에 라는 말로.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 생각해보면서 기억을 찢어내어 맞춘다. 내가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만약에, 만약에. 그 날의 절망이 희망이었다면,


하지만 현실은 이미 지나간 일, 시간은 이미 저 만치 떠나가고 없다. 그리 잔인하게…..


헤어지고 나서 기다리던 횡단보도 앞에서 너를 생각하면서, 입에는 또 다시 가시돋친 말이 돋았다.


그래, 그렇게 죽자, 네 말대로 한 번 죽어나보자.


라는 말을 뱉지도 못하고 입속에서 천천히 삼키면서…., 그 쓴 맛을 음미하면서 나는 또….,


초록불을 본다. 

희망을 가지게 했던 네 웃음만큼 푸르른 초록빛을 본다.

나의 12년간의 당신을 향한 청춘이 스쳐지나감을 본다.

근데 또 그 모든 것은 헛된 노력이었노라고….., 혼자 맴돌던 짝사랑에 불과하였노라고.

차가운 현실이 피부를 때린다.


수많은 비웃음이 내게 향하는 것 같다.

난 맞설 자격도 용기도 없다. 그저 고개만을 부끄럽게 숙이고…


이제는 횡단보도를 본다.

도로 위에 깔린 흰 건반, 검은 건반…, 우린 애초에 조화로울 수 없었던 걸까 난 언제나 흰 건반만 밟고 넌 언제나 검은 건반만 밟았나. 화음 따위는 바랄 수 없는 거였나. 

혹은 이 인생의 피아노 위에서, 우리의 발은 서로 닿지도 못한 채 그리 스쳐지나가 버렸나. 

하, 하…, 내 열렬한 짝사랑이 무색하게도.


빨간불,

내 짝사랑의 비정의 색.

배신감과 끓어오르는 피만큼 네 입꼬리 속 숨겨진 잔인함만큼 빨간 색. 


그래 이 참에 그 잔인함에 치여 죽자, 죽어나보자. 


하고 체념한 채 올려다본 하늘에는 분홍빛 노을이 가득 깔려서…..,

다가올 듯 돌아서던 너의 그라데이션이 생각나 뒤를 돌아봤지만,


넌 이미 눈짓도 주지 않고 가 버리고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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