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거미이야기
쌀쌀한 가을 밤, 인간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으슥한 곳에서
한 엄마거미가 지쳐 눈을 떴다.
"엄마, 배고파.." 며칠 째 먹이를 먹지 못한 새끼거미들이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엄마거미를 깨운 것이였다.
"... 엄마가 오늘은 꼭 큰 먹이를 구해올게"
엄마거미는 오늘도 허탕일걸 알지만 새끼들에게 희망이라도
주고파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일으켜 굴 밖으로 나간다.
10월 27일, 살을 파고드는 추운 날씨에 어디에도 새끼들의
요것거리는 보이지 않았고 기진맥진한 엄마거미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선택을 한다.
'괴물들의 소굴엔 뭐라도 있겠지, 위험하지만 난 가야해..'
창문의 빈틈을 비집고 괴물들의 소굴에 들어가니 따뜻한
바람과 밝은 빛이 엄마거미를 반겼다.
서둘러 뭐라도 찾아보려고 바삐 움직이던 엄마거미는
뒤를 보지 못했고 그만 한 괴물과 눈이 마주치고 만다.
"으악!!" 괴물이 괴성을 내지르며 거대한 물체를 집어던졌다.
어미거미는 무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도망쳤지만 괴물의
빠른 손을 피해 낼 수 없었고 결국 괴물이 던진 물체들 사이에
깔려버리고 만다.
"다리가 부러졌어..난 여기까지인가.."
그 순간 엄마거미의 머리 속에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새끼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안돼..난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제발 누구든 살려줘!"
엄마거미는 남은 다리들로 필사적인 발악을 시작한다.
마침 괴물의 기척도 들리지 않아 엄마거미는 탈출을 위해
젖먹던 힘까지 끌어와 움직였다.
그 순간, 갑자기 자신을 짖뭉게던 물체가 스르륵 올라간다.
'아아..위대한 거미 신께서 나를 도우셨구나'
어미거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괴물 2명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고 꼭 갚겠습니다!"
괴물들에게 알아들었을지 모르는 감사인사를 전하고
엄마거미는 다시 먹이를 찾으려 떠나려고 하였다.
그때, 괴물들이 들고 있던 푸른 통에서 하얀 안개가 날카로운치익 소리를 내며 엄마거미를 덮쳤다
"끄아아악!! 눈이...눈이..!"
엄마거미의 눈이 보이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엄마거미는 새끼들을
보기 위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매정한 괴물들은 간절한 엄마거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흰 안개를 계속해서 뿌려대기 시작한다.
"으윽.." 엄마거미는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을 직감했다.
자신이 태어났던 순간..처음 사냥에 성공해 기뻐했던 순간..
사랑하는 숫거미를 만나 새끼들을 낳았던 순간..
자신의 아이들이 자라날 미래를 꿈꾸던 순간, 한없이 소중한
시간들이 엄마거미의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엄마가 미안해 얘들아.."
엄마거미의 단말마였다.
10월27일, 엄마거미는 따뜻하지만 차가운 괴물들의
세상 속에서 숨을 거뒀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오공완 0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
보름 남았는데 끝도 없이 나오네
-
06년생 ㄷ ㄷ ㄷ
-
인스타맞팔할사람 0
-
나야 뭐 입시 끝난지 한참 됐는데 오로비 들어온게 신병들 군수얘기 엄청해대길래...
-
할인 0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쓰신 분은 그런 의미가 아니겠지만 지연된...
-
둘 다 합격하면 어디 가세요?
-
이딴거 있으면 어케댐
-
국어 ㅈ병신인 내가 국어3만 떠도 걍 그랜절함 내신 국어 암기빨로 2뜨는 나한테...
-
집가고싶다 0
분명 7시부터 단어 외우고 점심 때도 매e네 듣고 9시간 공부했는데 마음에 드는...
-
둘 다 합격하면 어디 가세요?
-
여긴 여자 기숙사 방이다. 어라..
-
시간이 약간 흘렀네요
-
이훈식ㅋㅋㅋㅋ 1
훈식쌤 1배를 “한 배” 라고하는거 개웃기네 한 번 당한적이 있으신갘ㅋㅋ
-
상상 배송 오류 0
상상 파이널 패키지 샀는데 5-7회차에 해설지만 두개 들어있고 모의고사는 없는데...
-
아침일찍일어나고 1
운동갔다가 학교가니 일찍부터 에너지를 다쓴건지 오늘 사회성 제로모드였음 밥먹는다는데후다닥탈주
-
둘 다 합격하면 어디 가세요?
-
요새 실모 치는거 점수보면 3나오면 감사해야될거같아....
-
만년 2등급임 실모 치면 11~13, 20(왜 20어렵게 내냐) 29 개...
-
ㄹㅇ ㅈㄴ 어렵네 ㅅㅂ
-
시발 존나 어렵다고요
-
남은 17일 실모를 풀까요 엔제를 풀어야하나요..참고로 드릴은 풀고 있습니다
-
내신시험이나 쳐야지 어차피 망해서 복구 못함 에효
-
어제 기간권 퇴실 안 누르고 간 게 자리 남아있음! 다른 데는 보통 5시나 이쯤에...
-
둘 다 합격하면 어디 가시나요?
-
컴공이나 소프트웨어보다 전자나 반도체가 훨씬 갈데 많은듯 이번에 네카라쿠배 하반기...
-
틀린 거 빼고 맞은 문제도 다 들으시나요? (물론 준킬러 문제) 시간이 좀 아까운거...
-
오늘 이거 공부했는데 이번 연계작중에서 가장 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소설같음…....
-
둘 다 합격하면 어디 가시나요?
-
ㅂ
-
너네 모고 4회분 = EBS 파이널 국영수 27회분이다 이것들아
-
올해 목표 수능 점수 13
96 99~100 3 2 99 99 2 이렇게 뜨면 세달 동안 매일 한라산 등반 할 자신있음
-
나도 대통령 개싫어하지만 그렇다고 2024년에 계엄 같은 선동질 하는건 진심...
-
아까 오르비에서 글을 봤는데요. 22번 1번선지 "어두운" 을 관용적 의미 말고...
-
오랜만에 오르비 4
(3,4일만임)
-
10.31일에 끝이에요 근데 그간 입시학원도 다니고 체력 많이 딸려서 마지막 2주는...
-
이동시간으로 3
일주일에 6시간정도 소비하는 것 같은데 너무 아깝다..멀미나서 아무것도 못하는데
-
끝까지 다녀서 수능 이후 정시 상담 같은 걸 받는게 좋을까요? 상위권도 아니라라서...
-
3목표인데 올해 교육청이랑 22부터 지금까지 평가원 기출만 봐도 괜찮을까요?
-
아 너무 아프다 참고로 '이빨'을 사람한테 쓰면 안 되고 동물에게만 쓰라는 건 아무...
-
걍 참고 들을게요 혹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흠
-
이때까지 1주일에 한번씩 실모풀 때 듣기까지 같이하고 틀려도 그냥 넘어갔는데 수완...
-
고통 받는 사회에는 무법국가도 포함되는거 아닌가요? 롤스는 무법국가엔 강제력...
-
쉬는시간에 딴 교실로 대피하시나요 아님 그냥 푸시나요
-
ㄷㄷ
-
월즈에서 888484를 기록한 쵸비는 세체미이다.
-
'아동 성범죄' 혐의로 복역했다 지난 2020년 출소한 조두순이 최근 이사를 한...
-
갓생 살수있을듯
-
2026 심찬우 1
찬우쌤 오르비에서 계약 종료라는데 혹시 시대인재 가시면 인강 수강 어려울까요??...
-
최지광 코너 백정현 구자욱 원태인 강민호 우울한 가을이다
백석 수라가 생각나네요 ㅋㅋ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찌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어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백석, 「수라(修羅)」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 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적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아이고 거미야... ㅈ간이 미안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