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ㅇㅣ [753112]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4-09-09 19: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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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1] 230920 - 왜 우주 초기에 우리은하를 향해 발사된 빛은 우리은하로부터 멀어지다가 다시 가까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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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도 9월 20번 자료에 대한 의문 - 왜 우주 초기에 우리은하를 향해 발사된 빛은 우리은하로부터 멀어지다가 다시 가까워질까?



오뎅이j

前 ORION 지구과학1 출제진

colombia2@naver.com


0. 들어가기에 앞서

지구과학1 과목을 공부하다 보면 ‘왜 이렇게 되는 걸까?’ ‘무슨 원리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 하고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기출 문제나 사설 문제 같은 곳에 나오는 자료들을 많이 보면 그 자료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궁금한 경우도 많을 테고요. 많은 경우에는 지구과학1 범위 내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지구과학2 범위까지 확장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를 설명할 수 있지요. 그런데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몰라도 되는 것”입니다.

일전에도 비슷한 결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https://blog.naver.com/colombia2/222648020106). 지구가 1년 동안 공전하면서 받는 총에너지양과 이심률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글입니다. 실제로 평가원 모의고사에 해당 선지가 나왔었죠. 문제를 풀면서 저건 몰라도 되지만 그래도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23년도 9평 20번도 마찬가지입니다. 풀면서 ‘왜 빛이 멀어졌다가 가까워지지?’라고 생각하시지 않으셨나요? 제가 예전에 ORION 모의고사에 비슷한 문제를 출제했었는데, 해설지에 “궁금해할 필요 없다”라고 써놨었습니다. 굳이 알 필요 없는 사실이거든요. 어차피 그냥 결과를 나타낸 자료를 해석만 하면 되게끔 문제가 나오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알아야만 머리가 시원해지는 학생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정확한 내용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그냥 대략 이렇다는 사실만 얻어가면 좋겠습니다.


1. 우주의 팽창

우주의 팽창 관련 내용을 배울 때, 고무밴드에 점을 찍어놓고 고무밴드 양옆을 늘리는 것에 비유하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즉, 은하가 멀어지는 것은 은하 자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것이고, 공간에 박혀있는 은하는 그로 인해 마치 은하가 움직여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어느 은하에서 출발한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빛도 역시 우주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 자체가 팽창하면 공간에 있는 빛 역시 그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빛과 은하의 차이점은 빛은 실제로 스스로 움직이기까지 한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공간의 팽창과 빛의 자체적인 이동을 모두 고려하면 우주 공간에서 빛의 이동 궤적은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요? 시간에 따른 위치를 나타낸 그래프로 한번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요? 먼저 가장 간단한 경우인 우주가 팽창하지 않는 경우를 상상해 봅시다.


1.1. 우주가 팽창하지 않을 때

우주가 팽창하지 않을 때는 그냥 빛의 속도대로 나아가겠죠. 아래 그림과 같이 그래프가 그려질 것입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어느 시점에 P1~P4에서 출발한 빛들은 저렇게 그래프상 직선을 따라 이동하겠죠. 지점 P1~P4는 시간이 지나도 위치가 그대로일 테고요. 저 직선의 기울기는 1/(빛의 속도)겠죠? 여기까지는 상식선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1.2. 우주가 팽창할 때

이제 우주가 팽창할 때를 상상해 봅시다. 여기서는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단순히 등속으로 팽창하는 경우를 봅시다. 시간에 따른 공간의 팽창이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멀리 있는 지점일수록 팽창 속도가 빠른 것은 허블의 법칙을 의미하겠죠? 지점 간의 거리는 서로 같다고 합시다.

우선 관찰자에서 출발한 빛과 P4에서 출발한 빛에 대해서만 알아봅시다. 먼저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우주는 등방적으로 팽창하므로 빛은 우주 어디에서 출발하든 어느 시간 간격 동안 각각 서로 같은 거리만큼 이동한다.


따라서 t0 시점에 관찰자로부터 출발한 빛이 t1 시점에 P4에 도착했다면, t0 시점에 P4로부터 출발한 빛도 t1 시점에 관찰자에게 도착합니다. 그러니까 일단 관찰자에서 P4로 가는 빛의 이동 궤적을 그리면, 그걸 반대로 그려서 P4에서 관찰자로 가는 빛의 이동 궤적을 충분히 그릴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그럼 관찰자에서 P4로 가는 빛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아봅시다. 순간의 속도를 알려면 뭔가 미적분의 개념이 필요할 것 같으니, 우리는 구간을 쪼개서 평균 속도를 보는 걸로 합시다. 

0초에 출발한 빛이 1초 동안 딱 지점 한 칸만큼 갔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서 출발했든 상관없이 바로 옆 지점에 도착했을 겁니다. 바로 아래 그림처럼요.

이번엔 1초에 출발한 빛이 2초에는 언제 도착할지 봅시다. 지금 우리는 등속으로 팽창하는 우주로 가정했기 때문에, 0초에서 1초까지 우주가 팽창한 정도와 1초에서 2초까지 우주가 팽창한 정도는 동일합니다. 또한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기 때문에, 0초에 관찰자에서 출발한 빛이 1초에 도착했을 때 도착한 지점과 관찰자 사이의 거리는 1초에 관찰자에서 출발한 빛이 2초에 도착했을 때의 거리랑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 우주는 이미 0초에 비해 팽창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빛은 1초 동안 지점 한 칸보다는 덜 갔을 겁니다. 즉, 아래 그림처럼 한 칸보다는 작은 거리만큼 이동하였고, 위의 박스 내용에 따라 P1에서 출발한 빛도 P2를 향해 같은 거리만큼 이동하였을 것입니다. P4 입장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겠죠?

이제 기본 원리는 알았으니 쭉쭉 그려봅시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그려집니다.

오! 이렇게 연속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니 뭔가 둥글둥글하게 기출해서 봤던 그림처럼 빛이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처음에 궁금했던 건 ‘왜 빛이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질까?’였습니다. 그런데 기출 문제를 잘 보면, 빛이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것은 우주 초기에만 그렇고, 그 이후에는 딱히 그렇지 않습니다. 즉, 우주 초기에만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우주 초기의 높은 팽창률, 그러니까 우주 초기에 허블 상수가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1.3. 우주의 팽창률

허블 상수가 크면 우주의 팽창률이 크다는 게 무슨 뜻인지 단순히 직관적으로 한번 이해해 봅시다. 등속 팽창 우주라고 하면, 허블 상수는 1/(우주의 크기)에 비례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허블 상수는 작아집니다. 즉, 초기 우주는 허블 상수가 매우 컸습니다.

먼저 우리가 우주의 팽창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신이 되었다고 생각합시다. 우주 초기에 관찰자로부터 1km 떨어진 지점을 P라고 하고, P의 후퇴 속도를 v라고 합시다. 똑같이 이번에는 2km 떨어진 지점을 Q라 하면, Q의 후퇴 속도는 2v겠죠. 등속 팽창 우주이기 때문에 P, Q의 후퇴 속도는 항상 v, 2v입니다. 이 시점 이후에 T라는 시간 동안 Q가 열심히 후퇴하여 3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하였습니다. 즉 Q가 1km 후퇴한 것이죠. 더 시간이 흘러서, P가 관찰자로부터 2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하였습니다. 여기는 원래 Q가 있던 자리였죠. 이때 P가 T라는 시간 동안 후퇴하면 Q처럼 3km 떨어진 지점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못하죠. 왜냐하면 후퇴 속도가 서로 다르니까요. 즉, 서로 다른 시점에 관찰자로부터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지점의 시간당 후퇴 거리가 줄어들었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곧 우주의 팽창률이 약해졌다는 것입니다.

 

1.4. 과거 방향으로 그리기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면, 우주 초기에는 P1~P4 지점이 더 촘촘했기 때문에, 빛의 속도보다 팽창률이 더 세게 작용하여 빛이 밀려나는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알아봅시다. 위의 그림에서 더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P4 이후의 지점도 더 그려줬습니다.

과거에는 지점의 이동 궤적을 나타내는 선들이 마치 더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팽창률이 더 세다는 의미입니다. 위에서 쓴 것과 같은 논리로, 0~1초 동안 관찰자로부터 빛이 멀어진 거리는 –1~-2초 동안이나, -2~-3초 동안이나 언제나 같습니다. 따라서 그 사실을 이용해서 아래쪽으로 한번 그리면 초록색 화살표로 그려지는 것입니다. 이제 같은 논리를 적용해서 쭉쭉 그려봅시다. 그럼 아래처럼 그려집니다.

드디어 우리가 기출 문제에서 봤던 그 물방울 모양이 보이네요! 이러한 원리로 빛이 처음에는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것이었습니다.


2. 가속 팽창 우주에서는

가속 팽창 우주에서는 위의 지점 P1~P4의 이동 궤적이 우주의 크기 변화 그래프와 동일한 양상으로 그려질 것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등속 팽창 우주에서의 결과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 않나요? 우주는 계속 팽창하는 것도 같고, 우주 초기에 허블 상수가 매우 컸던 것도 같고, 빛의 속도도 똑같이 일정하고요.

실제로 가속 팽창 우주에서의 빛의 궤적을 그리려면 수학적으로 미분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우리 수준을 아득히 넘어섭니다. 우리보다 더 뛰어난 천문학자, 수학자 선생님들의 수고로 대신하여 계산하였더니, 가속 팽창 우주에서도 저런 물방울 모양을 가지더라라고 알면 됩니다. 저런 물방울 모양의 빛의 궤적을 광원뿔(Light Cone)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저는 전공자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요! 이것으로 여러분의 궁금증이 좀 해결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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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뢰딩거 고양이 · 770527 · 09/09 19:39 · MS 2017

    와드

  • Pietro Badoglio · 1289622 · 09/09 19:56 · MS 2024

    지구과학 우주쪽 공부하다 보면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음

  • ReNewAll · 1195229 · 10/27 15:14 · MS 2022

    분석글 감사합니다.
    빛의 이동 경로와 빛의 출발 지점에 관해 궁금했던게 강사들의 설명처럼 빛의 출발 지점을 위로 그어버리면(파란색 선)
    t1과 t2에서 빛의 출발지점부터 우리은하까지의 이동거리가 같은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분석글처럼 팽창에 따라 빛이 밀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t2에서 이동거리가 더 길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