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법] 9월 모의고사 정치와 법 5번 문항의 ㄷ선지 해설
강사 가답안에서 ㄷ선지를 옳은 것으로 풀이한 가운데 평가원이 5번 문항 정답을 2번(ㄴ 선지만 맞음)으로 발표한 것에 혼란을 느낀 수험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게시글에서는 ㄷ선지와 관련한 간략한 해설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시문을 보자면, 갑은 A조항에 관해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하였고 A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있자 징역 2년 6개월의 확정 판결을 받고 형 집행이 종료한 을은 재심을 청구하여 징역 2년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을은 부당하게 구금되었던 기간에 대하여 형사 보상을 청구하고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와 형량이 감소한 경우를 차별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B조항에 대하여 권리 구제형 헌법 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헌법 재판소는 심판 대상 조항을 C조항으로 변경한 뒤 C조항이 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ㄷ 선지는 '헌법 재판소는 을이 청구한 헌법 소원에서 C조항이 헌법상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인데, 이 선지는 평가원 정오표상 틀린 선지로 되어 있습니다.
선지의 틀린 부분은 '과잉 금지의 원칙'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무죄의 경우와 감형된 경우의 차별 취급은 을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인데, 평등권에 대한 위헌 심사는 '자의 금지의 원칙' 또는 '엄격한 비례 심사'에 의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배경이 되는 헌법재판소 2022. 2. 4. 선고 2018헌마998, 2019헌가16, 2021헌바167 결정도 같은 취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 침해 여부에 관해 자의 금지 원칙에 따른 심사를 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점은 있습니다. 먼저 형사 보상 청구권 관련 규정의 기본권 침해 심사와 관련하여 '과잉 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도 있다는 점입니다. 형사 보상 청구권은 이른바 청구권적 기본권의 한 종류로서, 국가에 의해 법률로써 권리가 형성된 뒤에야 비로소 국민이 그 권리를 향유할 수 있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국가에 의한 권리의 형성은 동시에 권리를 제한하는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기본권의 제한이 침해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한 심사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8헌마514는 형사 보상 청구권의 보상금 규정에 관한 권리 구제형 헌법 소원 사건에서 과잉 금지의 원칙에 의한 심사를 한 바 있습니다.
이 문항의 경우에도 판례의 사실 관계를 배제하고 백지 상태에서 생각해보자면, 청구인이 재심에서 감형이 있은 경우에 대해 형사 보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자체로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는 것이며, 청구인의 주장이 없이 헌법 재판소가 그러한 취지의 판단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정치와 법 교과목이 판례의 암기를 문항 풀이의 요소로 하고 있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판단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적어도 헌법 재판소가 평등권 침해에 관하여 판단하였다는 점은 제시문에 명확히 드러났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한 점에서는 이 문항의 완결성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금 급하게 작성한 탓에 글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아무쪼록 수험생 여러분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댓글로 질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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