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시리즈 4편. 음성학(Phonetics)
언어학 시리즈의 글들은 장영준 교수의 “언어학 101”과 김진우 교수의 “언어 이론과 그 응용"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립니다.
언어학 시리즈 1편: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학 시리즈 2편: 동물에게도 언어가 있는가
언어학 시리즈 3편: 언어의 기원(ft. 언어 유전자?)
음성학(Phonetics)
* 읽기 전
언어학에서는 기호에 관한 약속이 있습니다. [ ]는 실제 우리의 입을 통해 발음되는 소리를 표시하는 기호이고, / /은 우리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추상적인 소리의 표시입니다. 전자를 음성표기(phonetic description)이라 하고, 후자를 음소표기(phonemic description)이라 하는데 음성과 음소의 차이점은 다음 편인 ‘음운론'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그리고 유튜버 향문천의 IPA 영상을 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언어는 소리와 의미의 결합이다. 소리 즉 음성은 언어의 매개체이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은 음성이 아닌 다른 수단을 매개체로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몸짓이나 손짓은 소리와 달리 좀 더 먼 거리에서 보일 수도 있고 그림은 지속적이므로 소리보다 시간적인 제약이 덜하다. 그럼에도 언어의 매개체로 소리가 사용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각적 신호는 어둡거나 종이 한 장의 장애물만 있어도 보이지 않으며, 두 손을 손짓의 통신에 묶어 놓으면 도구의 제조와 사용 등에 불편이 많아질 뿐 아니라 수신자의 눈도 묶어 놓는다. 무엇보다도 특정 시간 내에 송신할 수 있는 소리의 통신량이 손짓이나 그림 그리기보다 훨씬 더 많다. 인간의 음성은 1분에 200음절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 인간의 발성기관은 고도로 진화해서 수많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또 인간의 귀는 그런 소리들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진화했다. 인간의 음성은 손 신호나 기호로 나타낼 수 없는 다양한 기호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다양한 음성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소리들의 조합을 통해 더 많은 소리 연속체를 만들어내며,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 연속체들이 다양한 의미를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이 말소리 즉 음성을 연구하는 학문을 음성학이라고 한다. 음성학에서는 말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인식되는지 그리고 물리적 속성은 어떠한지를 연구한다.
말소리의 물리적 속성을 알아내기 위해 언어학자들은 음성분석기와 같은 기계를 활용한다. 말소리는 주파수(frequency)나 음폭(amplitude), 또는 사용된 소리 에너지를 활용하여 기술한다. 모음은 주로 주파수의 차이에 기인하는 음상(formant)에서 서로 차이점을 보이고, 자음은 사용된 음 에너지(acoustic energy)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언어음의 음향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를 음향음성학(acoustic phonetics)이라고 한다. 그러나 음향음성학은 1950년대 이후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발달된 것으로 그 역사가 길지 않고, 일반 대중의 물리적 지식은 얕고, 또 소리의 스펙트럼에는 너무도 상세하고 사소한 정보가 많을 뿐더러, 연속적(continuous)으로 나타나는 음향 현상을 어떻게 불연속적(discrete)인 소리의 단위로 구분하느냐 하는 난점이 있다. 만화가가 사람이나 사물을 그릴 때는 사진을 찍은 것처럼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고 단지 몇 개의 금으로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린다. 소리의 스펙트럼은 “소리의 사진"이다. 여기에는 필요없는 세목이 너무 많다. 몇 개의 선만으로 소리를 묘사할 수는 없을까?
말소리는 인간의 발성기관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ㅍ/ 소리는 두 입술로 기류(airstream)를 막는 데서 나는 소리이고, /ㅌ/ 소리는 혓날(tongue blade)로 기류를 막는 데서 나오는 소리이다. 그런데 같은 혓날로 내는 소리라도 /ㅌ/의 경우는 혓날이 잇몸에 꼭 닿아 기류를 완전히 폐쇄시키는 반면, /ㅅ/ 소리의 경우는 혓날과 잇몸 사이에 좁은 간격을 두고 이 틈으로 공기가 줄곧 새어 나오게 한다. 이렇게 인간은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위치와 방법에 따라 다양한 언어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조음음성학(articulatory phonetics)이라 한다. 전문적인 물리 지식이 필요가 없고, 인간의 발성기관은 그 해부학적 구조가 언어에 상관없이 거의 똑같기 때문에 음성학은 어느 나라 말이든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조음위치와 방식으로 말소리를 분류하려면 우선 발성기관의 구조와 성능부터 알아야 하며, 이를 위해선 발성기관의 하부기관들의 위치와 명칭을 알아야 한다. 다음 그림을 보자.
장영준(2019: 83)
김진우(2017: 64)
인간의 발성은 허파에서 내보낸 공기가 기도를 타고 성문을 거쳐 입이나 코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허파에서부터 입술과 코까지 모두 발성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허파에서 시작된 공기를 내보내 입이나 코 밖으로 내보내면서 만들어지는 말소리를 흡출음(egressive sound)이라 한다면, 거꾸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만들어내는 말소리를 흡입음(ingressive sound)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공기를 입 밖으로 내보내면서 언어음을 만들기가 쉬워서 그런지 이 세상 언어에는 흡입음보다 흡출음이 훨씬 더 많다.
이러한 음성은 어떻게 표현할까? 음성학과 음운론에서는 국제음성기호(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 IPA)를 사용한다. 로마자를 사용하는 많은 언어에서 동일한 글자가 여러 가지 말소리를 나타내는데, 로마자 c의 경우 영어에서 cake와 ceiling에서 보이듯 다른 말소리를 표시한다. 모음 같은 경우는 훨씬 심하다. apple, America, amen, ale, cake 등에 쓰인 글자 a는 한 가지 소리만을 일률적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반대로 동일한 말소리가 어떤 글자로 나타나는지도 알기 어렵다. /f/란 발음은 coffee, enough, philosophy 등에서 보이듯이 여러 가지 철자로 나타낼 수 있다. 또 묵음이란 것도 존재하여 철자들이 쓰여도 발음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세계의 음성학자들은 철자의 이러한 단점 때문에 하나의 기호가 하나의 음만을 나타내도록 약속을 하게 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IPA다.
그렇지만 모두가 IPA만을 쓰는 것은 아니다. IPA에는 타자기에 없는 기호가 많아 미국에서는 그들만의 새로운 기호를 만들었다. 이러한 관행을 American Phonetic Alphabet (APA) 또는 North American Phonetic Alphabet(NAPA)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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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의 분류
허파에서 시작된 공기가 기도를 타고 입이나 코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 동안 특정한 지점의 방해를 받으면서 만들어지는 말소리를 자음(consonant)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음은 공기가 저항을 받는 위치나 방법에 따라 분류된다. 즉 조음위치(place of articulation)와 조음방법(manner of articulation)에 따라 그 특성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먼저 자음이 어느 위치에서 만들어지는가, 즉 조음위치에 따라 분류해 보자. 김진우(2017: 64)의 그림에서 구강과 후두에 있는 숫자를 참고하면서 보자.
1. 양순음(bilabial): 두 입술로 내는 소리
2. 순치음(labiodental): 아랫입술을 윗니에 갖다 대고 내는 소리
3. 치음(interdental): 혀끝(tongue tip)을 윗니 뒤쪽에 갖다 대고 내는 소리
4. 치경음(alveolar): 혓날(tongue blade)을 잇몸에 대고 내는 소리
5. 치경구개음(alveolo-palatal): 혓날을 alveola와 palate 사이에 대고 내는 소리
6. 경구개음(palatal): 혓몸 가운데쯤을 경구개에 대고 내는 소리
7. 연구개음(velar): 후설을 연구개에 접촉시켜 내는 소리
8. 구개수음(uvular): 후설을 목젖에 접촉시켜 소리
9. 성문음(glottal): 후두에서 나는 소리. 성문이 열린 상태에서 성대를 닫음으로써 생긴다
이밖에도 혀의 뿌리와 인두로 인강을 좁혀서 내는 소리인 인두음(pharyngeal), 혀끝을 잇몸 뒤에 대서 내는 반전음(retroflex) 등 인간의 언어음은 아주 다양하다.
그렇지만 조음위치가 같더라도 소리가 다를 수 있다. 우리말의 /ㅃ/, /ㅂ/, /ㅍ/을 생각해 보자. 모두 두 입술에서 나는 소리이지만 우리는 이를 다르게 인식한다. 이들 세 가지 음을 발음할 때의 서로 다른 조음방법이 한국인들에게는 서로 다른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조음 방법은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의 흐름을 입안의 어디에서 막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막느냐 하는 것으로 조음간격 또는 개구도(degree of aperture)를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의 개구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대여섯 가지가 쓰인다. 개구도가 가장 좁은 것에서 더 넓은 순으로 조음방법에 따라 분류해 보자.
1. 파열음(plosive): 구강에 들어온 공기가 완전히 폐쇄되어 압력이 높아졌다가 갑자기 개방됨으로써 생기는 소리로 폐쇄음(stop)이라고도 한다. 무성 파열음으로 [p, t, k] 등이 있고 이에 대응하는 유성 파열음은 [b, d, g]이다.
2. 마찰음(fricative): 공기의 흐름이 완전이 막히지 않은 채 좁은 조음기관 사이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소리.
3. 파찰음(affricate): 폐쇄음과 마찰음이 연속으로 나는 소리
4. 유음(liquid): 공기가 구강에서 어느 정도 방해를 받지만 마찰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상태에서 나는 소리. 공기가 혓몸 옆으로 빠져나오는 설측음(lateral)과 공기가 구강 가운데로 빠져나오는 R계 음[rhotic]으로 나뉘고 R계 음은 혀를 굴려서 내는 전동음(trill), 혀끝으로 잇몸을 가볍게 쳐서 내는 경타음(tap), 혓날을 잇몸에서 스치듯 가볍게 쳐서 내는 소리인 탄설음(flap) 등으로 세분화된다.
5. 전이음(glide): 공기가 방해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로 혀가 이웃하는 모음을 향해서 미끄러지듯 나는 소리. 활음이라고 불리기도 반모음(semivowel) 혹은 반자음(semiconsonant)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자음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엔 어렵지만 자음 체계표에 넣는 편이다.
숨이 가쁘지 않을 때면 우리는 보통 입을 닫은 채로 호흡을 한다. 평상시에는 연구개와 목젖이 후설 위에 내려앉아 있어 비강을 통해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발성 시 연구개가 내려와 있어 공기가 비강을 통해 나가면 이를 비음(nasal)이라 하고, 연구개가 닫혀 있어 공기가 구강으로만 빠져 나가면 이를 구강음(oral)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말소리는 구강음이며, ㅁ, ㄴ, ㅇ 등이 비음의 대표적 예이다.
이밖에도 혀를 쯧쯧 하고 찰 때 나는 설타음(click), 꾹 닫은 성대를 올려서 입안의 공기를 압축시켰다가 이를 풀어주며 내는 방출음(ejective), 그 반대로 닫은 성대를 아래로 내리면서 바깥 공기를 입안으로 끌어들이며 내는 내파음(implosive) 등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자음들을 표로 정리해 보자. 세로줄은 조음방법, 가로줄은 조음위치이다.
김진우(2017: 70). ㅎ은 활음이 아니라 마찰음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를 주의깊게 보면 알아차렸겠지만 같은 조음위치에 두 가지 자음이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점선 왼쪽은 무성음, 오른쪽은 유성음을 나타낸다. 구강의 폐쇄/협착과 동시에 성대가 닫혀 있어 진동하는 소리를 유성음(voiced)이라 하고, 성대가 열려 있어 성대의 진동 없이 나는 소리를 무성음(voiceless)이라 한다.
김진우(2017: 67)
여기서 무성자음 뒤에 모음이 올 때 성대의 진동이 폐쇄되는 구강의 개방과 동시에 일어나면 이를 무기음(unaspirated)이라 하고, 폐쇄의 개방 얼마 뒤에 성대가 진동하기 시작하는 경우를 유기음(aspirated)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유기음은 무성음이 발음될 때 거친 입김이 새어나오는 소리이고, 후자는 기음화되지 않은 소리다. 기음 표시는 위첨자 h로 표기하는 것이 관례이다.
ㅃ과 ㅍ 둘 다 폐쇄 기간 동안 성대 진동이 없어 유성음 ㅂ[b]과 대조되는 무성음이지만, 표에서 보이듯 둘에는 기음의 차이가 있다. 즉, [p]는 후행하는 모음의 성대진동이 구강폐쇄의 개방과 동시에 일어나지만 [ph]는 조금 지연되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성대진동의 지연기간(delay in voice onset time)을 기식(aspiration)이라 한다.
위에서 우리는 ㅂ[b]을 유성음이라 하였는데 유성성(voicing)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성대가 울리면서 나는 소리를 유성음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소리를 무성음이라고 한다고 했지만 이론적인 설명일 뿐이다. 실제 발화에서는 무성음이 유성음인 모음 사이에 끼어 있으면 일정 부분 유성음처럼 발음되고, 반대로 유성음도 발음이 끝날 무렵에는 약간 무성음처럼 발음될 수밖에 없다. 또 어두에서는 무성음이면서 약간의 기음을 띤다. 예를 든 우리말 /ㅂ/은 유성음인 모음 사이에서는 그림처럼 유성음으로 발음되지만, 어두에서는 무성음이고 약간의 기음(aspiration)성을 띤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부산'을 무성음인 영어의 /p/ 소리를 써 Pusan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Pusan이 아니라 Busan으로 쓰기로 한 것은 사실적 발음에 기반한 발음주의보다는 형태주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발음에 상관없이 /ㅂ/은 로마자 ‘b’로, /ㅍ/은 ‘p’로 표기하기로 한 것이다.
참고로 기호 명칭을 쓸 때 조음방식(manner)을 맨 나중에, 그 앞에 조음위치(place)를, 그 앞에 성대의 진동(voicing) 여부를, 그 앞에 기음(aspiration) 여부를 두는 순서로 하는 것이 관례이다. 따라서 우리말의 /ㅍ/ 소리인 [ph]는 유기 무성 양순 파열음(aspirated voiceless bilabial stop)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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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의 분류
모음(vowel)은 자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기의 저항을 덜 받고 만들어지는 소리이다. 따라서 구강 안의 협착의 위치와 정도로 분류한 자음과 같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없다. 모음은 크게 혀의 위치, 입술의 모양, 혀의 긴장성 등에 따라 분류된다. 혀의 위치는 다시 혀의 높낮이와 앞뒤 위치로 나뉜다.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모음사각도, 모음삼각도 같은 모음도(vowel diagram)를 만드는데 첫번째 사진은 국제음성학회에서 제공하는 IPA의 모음사각도이고, 두 번째 사진은 영어와 우리말 모음의 모음사각도이다.
김진우(2017: 74)
좌측 세로줄은 혀의 높이를 나타내는데 순서대로 고모음(high), 중고모음(mid-high), 중저모음(mid-low), 저모음(low)을 나타낸다(IPA에서는 폐/개모음으로 기술한다). 위쪽의 가로줄은 혀의 앞뒤 위치를 나타내는데 순서대로 전설(front), 중설(central), 후설(back)을 나타낸다. 그리고 짝지어진 모음은 입술의 모양에 따라 입술이 동그랗게 되는 모음이 오른쪽에 놓인다.
이러한 모음도에 따라 한국어의 모음을 분류해 보면, 혀의 높낮이에 따라 고모음(/ㅣ, ㅡ, ㅜ/), 중모음(/ㅔ, ㅓ, ㅗ/), 저모음(/ㅐ, ㅏ/)으로 나뉘고, 혀의 앞뒤 위치에 따라 전설모음(/ㅣ, ㅔ, ㅐ/), 중설모음(/ㅡ, ㅓ, ㅏ/), 후설모음(/ㅜ, ㅗ/)으로 나뉜다. 또 입술의 둥글기에 따라 원순모음(rounded)와 평순모음(unrounded)으로도 나뉘는데 우리말의 /ㅜ, ㅗ/가 원순, /ㅣ, ㅔ, ㅐ, ㅡ, ㅓ, ㅏ/는 평순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음은 소위 단모음(monophthong)이라는 것으로 발음할 때 다른 발성기관의 동요 없이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모음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단모음 앞뒤에 전이음(활음)인 /j/나 /w/가 따라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이중모음(diphtong)이라 하며 이들을 발음할 때는 소리를 내는 도중에 혀나 입술의 위치나 모양이 달라진다. 다만 이중모음에서는 중모음이나 저모음에서 시작하여 고모음 쪽으로 혀를 이동시키기는 하지만, 고모음 쪽으로 이동하는 흉내만 낼 뿐 실제로 고모음 위치까지 혀를 이동시키지 않는다. 또 이중모음의 길이는 연속된 두 개의 단모음을 발음하는 길이보다 짧다. 따라서 이중모음을 포함하고 있는 영어의 boy를 발음하는 것과 단모음 두 개를 포함하고 있는 우리말의 ‘보이-(보이다의 어간)'를 발음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전자는 1음절이고 후자는 2음절이다.
한편, 자음에 비음이 있듯이 모음에도 비음화된 모음이 있다. 모음을 발음하는 동안 연구개를 내려 공기가 비강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하면 모음이 비음화한다. 문구회사 모나미는 불어 mon ami에서 온 말인데 두 단어를 천천히 또박또박 끊어 읽으면 [모나미]가 아니라 [몽아미]처럼 들리게 된다. 즉 [mɔŋ ami]처럼 발음된다. 이때 모음 /ɔ/는 뒤따르는 비음인 /ŋ/의 영향으로 비음화된 /ɔ̃/으로 발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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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 자질
그런데 언어학자들은 앞서 언급한 용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가능하면 적은 기준으로 대칭적 분류를 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학문에서는 이항대립(binarity)적 구분을 좋아하는데 무성음과 유성음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무성음과 비무성음으로 나누는 거다. 따라서 한 가지 기준에 대해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면 +값을, 충족하지 못하면 -값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영어의 /p/와 /b/는 각각 무성음과 유성음으로 불리는데, [voice]란 기준에 대해 /p/는 -값을 가지므로 [-voice]로 표현하고 /b/는 +값을 가지므로 [+voice]라고 표현한다.
모음의 이분법적 주류 자질은 고설성[±high], 저설성[±low], 후설성[±back], 원순성[±round]이 있다. 모든 음성자질이 이러한 이분법으로 쉽게 분석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체계의 일관성을 위해 이를 다른 조음방식, 조음위치 및 모음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 중, 저의 세 범주를 고[high]와 저[low]의 두 자질만을 이용하여 고모음은 [+high, -low]로, 중모음은 [-high, -low]로, 저모음은 [-high, +low]로 표기할 수 있다. 이분법적 기준을 적용하여 영어의 모음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은 표를 얻을 수 있다.
김진우(2017: 76)
자음을 분류할 때 쓰는 이항대립적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조음위치와 조음방법을 활용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자음을 조음위치를 기준으로 분류할 때는 자질로 전방성[±anterior]과 설정성[±coronal]이 쓰인다. 음이 치경(잇몸)을 경계로 그 앞쪽에서 만들어지는 음을 [+anterior], 잇몸 뒤쪽에서 만들어지는 음을 [-anterior]라 한다. 또 구강을 폐쇄하기 위해 혀끝이나 혓날을 사용하는 자음을 [+coronal], 그렇지 않은 자음(순음, 연구개음, 등)을 [-coronal]이라 한다.
자음을 조음방식을 기준으로 분류할 때는 공명성[±sonorant]과 지속성[±continuant]이 있다. 비음과 유음을 포함한 자음군은 구강 및 비강이 떨린다 하여 공명음[+sonorant]라 하고, 파열음과 마찰음, 파찰음을 포함한 자음군인 저해음(obstruent)은 [-sonorant]로 표시한다. 비음과 유음의 구별은 [±nasal]을 이용한다.
김진우(2017: 78)
위 도표에 나타나는 음성자질만으로 모든 자음을 충분히 기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어의 ㄱ, ㅋ, ㄲ을 분류할 때 ㄱ을 ㅋ과 나누기 위해 유기[±aspirate]의 표시가 필요할 것이며, ㄱ과 ㄲ을 구별할 때는 긴장/이완[±tense]의 표시도 필요할 것이다.
김진우(2017: 78)
이렇게 음을 서로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음성자질을 변별자질(distinctive feature)이라고 부른다. 변별자질은 음의 구성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물리학에서 물질은 분자로 구성돼 있고 분자는 원자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개별음을 분절음(segment)이라 하고, 이 분절음은 변별자질로 구성되는 것이다. 자연계를 설명할 때 물질이 분자로 구성되었다고 하는 것보다 원자로 구성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교한 설명을 가능케 하듯이, 언어음을 분절음이 아니라 변별자질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정교하게 해 준다.
영어의 부정접두사 ‘in-’을 예시로 들어보자.
possible impossible
legal illegal
regular irregular
active inactive
여기서 inactive와 같은 경우 뒤에 나오는 모음 /æ/가 접두사 in-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모음은 다른 자음에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접두사 -in이 음변화의 결과가 아니라 원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im-, il-, ir- 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음 편인 음운론에서 음운규칙 중 하나인 동화(assimilation)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간략히 말하자면 접두사 in-이 후행하는 양순폐쇄음 /p/의 영향으로 im-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음 변화 과정은 변별자질로 설명하는 것이 유용하다.
/p/ {+bilabila, -voice, +stop}
/n/ {+alveolar, +voice, +continuant}
/m/ {+bilabial, +voice, +continuant}
즉, 위 변별자질에서 보이듯 치경음 /n/이 뒤따르는 양순음 /p/의 영향으로 양순음(+bilabial)이라는 변별자질을 얻게 될 것이다. 동화란 이렇게 일부 변별자질이 이웃하는 음의 변별자질과 같아지거나, 모든 변별자질이 이웃하는 음과 같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정 접두사 in-은 regular의 /r/ 앞에서 완전 동화되어 ir-로 바뀌었다. 변별자질을 사용하면 동화나 이화의 본질적 속성을 자세히 기술할 수 있다
한편, 변별자질에 의해 동일한 집단으로 묶인 언어음들을 자연음군(natural class)이라고 한다. 가령 /p, t, k/는 무성폐쇄음이라는 자연집단을 구성하는데, 이들만이 유기음(+aspirated)과 무기음(-aspirated)의 구별을 보여준다. 한국어에서도 오직 /ㅍ, ㅌ, ㅋ/만이 경음과 유성음과 파열음의 삼중대비 현상을 보인다. 중국어에서도 다른 성조와는 달리 오직 /p, t, k/로 끝나는 어휘들이 입성으로 구분된다. 또 인도유럽어(인국어)에서 게르만어어가 갈라져나가면서 겪은 언어변화인 그림의 법칙(Grimm’s Law)를 보면 오직 /p, t, k/만이 마찰음화되고 후에 다시 유성음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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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절음
'달’, ‘봄', ‘dog’, ‘cat’ 등의 어휘를 발음할 때 우리는 설사 철자법을 모르더라도, 각 단어의 흐름에 소리가 셋 있다고 느껴 알 수 있다.(사실 정서법에서 세 문자로 쓰기 때문에 말소리가 셋 있다고 느낀다기보다, 이들 어휘가 세 말소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세 문자로 표기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음과 모음은 이렇게 소리의 흐름 즉 소리의 연속체로 들리지만, 이를 토막으로 나눠서 서로 단절된 개별음인 분절음(segment)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분절음처럼 연속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분절음을 타고 분절음과 동시에 나타나는 음성현상들이 있다. 예를 들면 세 분절음의 연결인 ‘달'을 음조(pitch)가 높게 발음할 수도, 낮게 발음할 수도 있으며 소리가 크게 발음할 수도 있고 작게 발음할 수도 있으며, 또 길게 발음할 수도 있고 짧게 발음할 수도 있다. 분절음 위에 얹혀서 나는 요소들이라고 하여 이들을 초분절(음)소(suprasegmental)라 한다.
음조(pitch)는 어조/억양(intonation)과 성조(tone)의 두 형식으로 나타난다. 문장이나 구절이 음조의 고저의 변화로 문장의 의미에 변화가 초래될 때 이를 어조라고 하고, 한 단어나 음절이 음조의 고저의 변화로 단어의 의미에 변화가 초래될 때 이를 성조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어조는 문장 차원의 높낮이이고 성조는 단어 차원의 높낮이이다. 대체로 서술문은 억양이 끝에서 내려가며, 의문문은 억양이 끝에서 올라가고, 한 문장에 절(節)이 몇 있을 경우 비최종절의 억양은 거의 수평적이다.
아프리카의 누페어, 중국어, 타이어, 미얀마어 등에서는 소위 성조(tone)가 의미 차이를 초래하는 핵심적 기능을 한다. 기본적인 성조는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 L low tone
[‾] M mid tone
[′] H high tone
[^] HL falling tone(High to Low)
[ˇ] LH rising tone(Low to High)
성조 언어인 중국어에서는 같은 자음과 모음을 가지더라도 성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ma가 대표적이다.
[mà] 罵(꾸짖다)
[má] 麻(삼)
[mā] 媽(어머니)
[mǎ] 馬(말)
또 모음이나 자음의 장단으로 단어가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현대 국어에서는 거의 사장되었지만 원래는 우리말도 장단이 유의미한 변별 자질이다.
단모음: 굴(貝), 말(馬), 병(甁), 눈(眼
장모음: 굴(窟), 말(言), 병(病), 눈(雪)
다음절어에서는 어느 한 음절이 다른 음절보다 음량이 더 클 때, 이 음절에 강세(stres) 또는 악센트(accent)가 온다고 한다. 영어는 강세가 큰 역할을 하는 언어 중 하나인데 강세의 위치에 따라 분절음의 구성이 같은 어휘라도 품사가 바뀌거나 아예 다른 의미의 어휘로 바뀔 때가 있다.
pérmit(허가증)과 permít(허가하다)
cónvict(죄수)와 convíct(유죄 선고를 하다)
다음절어에는 강세가 둘이 있을 수도 잇는데 가장 센 강세를 주강세(main stress), 그 다음 것을 부강세(secondary stress)라 한다. 영어에서 형용사와 명사가 명사구를 이루면 형용사에 부강세가 오고 명사에 주장세가 오지만, 두 품사가 하나의 합성명사를 이룰 때에는 형용사에 주강세가 오고 명사에 부강세가 온다. 주강세는 오른쪽 사선(′)으로, 부강세는 왼쪽 사선(`)으로 표기한다.
메리엄웹스터, 옥스포드, 캠프릿지 등의 사전에서는 /ˈblækˌbɔrd/처럼 강세를 모음 위에 표시하지 않고 음절에 표시한다.
그 유명한 경상도에서 2와 e를 읽는 법도 같은 맥락이다. 경상도에서는 22, 2e, e2, ee을 읽으면 아무런 차이가 없는 서울말과 달리, 알파벳 e에 강세를 두어 발음한다. 이러한 요소를 우리는 초분절음소라 한다.
다음편은 음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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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7ㅐ추
고생하셨수
잠 안 올 때 읽으면 개쩔듯요
아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유기음이 바로 거센소리 즉 격음입니다
언매도사의 귀환
언어학과가는게맞나.....심히고민이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