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수능치기 (3) 성장기 + 수능 응시까지
3편입니다. 이때까지 부대에 적응을 잘 하고 수능 공부를 시작했으면 적어도 일말~상초 정도의 짬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때부턴 허드렛일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며, 군번이 풀렸으면 실세 자리도 노릴 수 있는 그런 위치입니다. 업무는 이때쯤 완벽히 숙달되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며, 개인정비 시간에 별다른 일이 없으면 누가 터치할 일도 없습니다. 공부의 스퍼트를 올릴 시기입니다.
전 편과 비교 시 뭐가 달라지냐면, 자잘구레한 일들에서 먼저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개인정비 시간에는 그냥 공부방이나 싸지방 가서 열공하세요. 그리고 슬슬 짜투리 시간, 할일 없는 일과 시간에 책을 좀 봐도 됩니다. 짜투리 시간은 아침, 점심식사 시간을 의미합니다. 짜투리 시간은 거의 개인정비 시간처럼 집중도 100%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단, 일과 때는 간부나 선임들의 눈치를 보면서 눈치껏 공부하세요. 이때 하는 공부는 아무래도 일이 생기면 바로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집중도 100%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한 40~50%? 그래서 전 그냥 EBS 독서랑 문학을 책 읽듯이 계속 읽었습니다. 아니면 그냥 수학 N제를 풀었고요. 일과 시간에 국어나 과탐 공부는 진짜 비추드립니다.
이렇게만 해도 일병 때보다 공부 시간이 1~2시간 더 늘어날 겁니다. 연등까지 포함하면 평일에 하루 약 5~6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주말 개인정비 시간도 눈치 안보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으니 공부 효율은 엄청 높아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지 재수학원이 아닙니다. 몇 가지는 신경 써줘야 합니다.
첫째, 공부하는 데 윗사람이 일을 시킨다고 불편해하지 마세요. 물론 저도 집중하다가 흐름 끊기면 기분이 좋진 않지만, 원래 군대는 명령 내리면 따르는 곳입니다. 그냥 바로 책 덮고 일 빨리, 깔끔히 끝내고 다시 공부해도 시간 안 모자랍니다. 표정관리 못하면 불편한 기색 내비쳤다고 찍혀서 향후 공부에 방해될 확률이 훨씬 큽니다. 향후 공부를 위해서라도 지시사항은 즉각 이행하세요. 더불어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는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신병들 교육은 어느 정도 맡아줘야 합니다. 한 상꺾 전까진 신병을 직접 케어하는 위치일 텐데, 처음엔 많이 귀찮습니다. 얘는 도대체 훈련소에서 뭘 배워온 거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우리 모두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세요. 그것이 인간적인 도리이기도 하고, 실리적으로 보았을 때도 신병이 1인분을 빨리 해내면 내 몫이 줄어들어서 공부에 집중하기 더 편해집니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은 덤이고요. 한 상초까진 인수인계나 신병 교육에 신경 써주는 게 이득입니다. 상꺾~병장 때부턴, 뭐 신병 케어는 놓으셔도 됩니다. 그때쯤 되면 제 조언도 필요없으실 거고.
셋째, 수능 휴가 일정을 간부들과 지속적으로 상의하세요. 군생활을 잘하면서 수능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음을 피력하면, 간부들이 시험 여건을 봐줄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6평, 9평, 수시 원서 접수 등에 훈련과 일정이 겹치면 많이 피곤해집니다. 부대에서 수능응시를 위한 휴가는 내보낼 의무가 있지만 위의 일들은 안 보내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간부들과 관계가 좋다면? 모의고사나 수시 원서 접수를 위해 훈련때 휴가를 승인해 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수능 전에 길게 4주 동안 휴가를 썼는데요, 월~금 찍턴을 몇 번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대에서 이를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저도 혜택을 받은 거죠. 덕분에 마지막에 스퍼트를 올릴 수 있었고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전반적인 군생활 동안 군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줬는데요, 육군 일과 시간 동안 공부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안 적은 것 같아서 사진으로 첨부합니다.
부바부니까 참고만 하세요!
특히 평일에는 짜투리 시간이 정말 중요합니다. 공군 등 타군은 다를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자기가 굳은 의지가 있다. 군수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남자는 2년을 손해본다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어차피 현역으로 대학 간 애들도 군대 다녀와야 합니다. 군수는 공짜 2코인이예요. 그리고 진짜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 향상을 이룰 수도 있고요. 사회에 있을 때보다 공부가 힘들겠지만, 어차피 사회에 있을 때도 힘들게 공부해야 해요. 게다가, 군대에 있으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확률이 높습니다. 기회비용이 없다는 게 진짜 진짜 큰 겁니다.
저는 군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능을 친 적도, 수능을 준비한 적도 없습니다. 오직 군대 안에서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에 붙을 만한 성적을 얻었습니다. 물론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지만, 반대로 말하면 운이 좋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할 수 있어요. 운은 원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겁니다. 올해 수능 응시한 군수생들 정말 수고하셨고, 또 내년 수능 응시 예정인 군수생들을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Snu Roman.과 함께하는 오르비 법률여행 제목: 거스름돈, 더 받으면 사기...
-
Snu Roman.과 함께 하는 시리즈 #4 ID만 욕했는데 어떻게 모욕죄인가요?...
-
그린북 영화후기 0
영화의 호흡은 담백하되, 신산하다. 남유럽 특유의 가족애가 넘치는 평범한 백인...
-
(이 글은 지극히 사적인 글이므로 읽어도 득될 것이 없음) 수십가지 딜을 다루다...
-
습작 #7 1
(정리)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신용에 심대한 의문점을 던진 사건 공매도는 주가 과열을...
-
인증 4
진짜 했음 조회수 10되면 삭제 생각했던 이미지와 비슷하지 않을 거라 생각
-
습작 #6 1
남북단일팀에 관하여. 어릴 때부터 한국을 응원하지 않았다. 한국이 역전골을 넣을...
-
습작 #5 시사 9
이번엔 글 쓸 건 아니고 정치상황에 대한 키워드 정리를 해보려 한다. 글도 여러번...
-
끊임없이 글을 찍어내다. 3.16. 6:19PM 당신이 좋은 학교에 합격했을 때...
-
공장처럼 글을 찍어낸다. 지금 시각 5:59PM 개인적 경험을 얘기해보려 한다....
-
습작 #2 1
이어서 습작을 써본다. 칼럼을 써볼까. 글을 공장처럼 찍어낸다는 건 만들 떈...
-
지금 시간은 3/16 5:11PM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보려 한다. 몇 편이나 쓸...
-
잘생기고 싶다. 2
이제 30대이지만, 훈남소리 좀 듣는 시기를 갖고 싶다. 편의점에서 얼마예요?...
-
본업을 젖혀두고 언젠가 한 번은 강의를 하겠다고 마음먹어 왔다. 처음엔 4년간...
-
거짓말의 미학 7
한 가지 거짓말을 하면 열 가지 거짓말이 그것을 위해 또 필요하다. 열 가지...
-
수시와 정시 2
글쓰러 들어오는 사이트는 두 곳이다. 페이스북과 오르비. 페북에는 나만 보기 위한...
-
이 글은 Snu Roman. & 나의일기장 태그로만 올리는 글입니다. 졸필이라...
-
말이 현실이 되긴 어렵지만 현실을 이끌긴 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좋은 학교...
-
방향 0
If we are facing in the right direction, all...
-
사랑 0
모두가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상대방의 거짓에 배신해 쉽게 질리는...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20.gif)
군수 설의요...???? 선좋아요 후정독합니다확정은 아니지만... 면접까지 준비해야죠.
와... 대단하시네요 저도 좀만 쉬다가 2-3주 뒤부터 다시 달립니다!!!
혹시 보직 여쭤봐도 될까요?
화생방병입니다.
GOAT of GOAT
개씹 goat
슬리벙님 군수와 관련된 조언글 잘 읽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 댓글을 보실 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군수와 관련된 게시글을 개인 블로그에 담아가도 괜찮을까요? 유용한 글입니다.
혹시 괜찮을 경우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불편하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담아가셔도 괜찮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입시에 만족하는 결과가 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