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수능 31345
씨발. 죽고싶다. 못난 내 팔을 자르고 싶다. 돌로된 뇌를 내리쳐 깨뜨리고 싶다. 붙들고 갈갈이 소리즈르며 원통하게 울고 싶다. 내 계획은 수능을 잘 보고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었다. 입학할때 친구를 사귀기 위해. 이제 나는 친구도 없고성적도 좋지 않다. 배속에서 괴물이 요동친다. 머리에 금이 갔다. 계속 내 현실과 감정을 구분하려 하지만 고무줄로 당긴 것 같이 원상태로 돟아간다. 시간이 아깝다. 고통스럽고 무섭다. 이대로 괴물이 되어버릴 것 같다. 계속 내 패인을 분석하고 왜그럴까왜구럴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ㅎㅏㄱ교 가는게 무섭다. 성적 때문에 인간 때문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하하 내가 원하는 삶은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돈걱정 없는. 재밌는 공부를 하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삶인데.
어머니께 죄송하다. 이렇게 못난것도. 재수하면서 걱정 끼친것도. 괴물이 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이미 괴물일지 모른다.
내일은 성대논술이 있는데. 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
이 지옥도를 다시 걸어야 한다니. 정말 신기하다. 작년의 종이무더기를 보기만 했는데 헉구역질이 난다. 수능을 잘 못 본 것만으로 나의 경험은 죄악이 되고 나의 가치는 사라진것 같다. 어머니 죄송해요. 어머니의 친구분들 못난 죄가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고 고개숙이고
인간은 인간에게 있어 멋진 존재다. 고통을 인내하면 한명의 인간은 수백 인간을 능가할 힘을 얻는다. 하지만 절로 하늘을 나는 새와 달리 인간은 그것의 길이 없다. 아닌가. 하긴 이 세상에서 내가 아는게 뭐가 있겠어.
과학성적은 날이갈수록 떨어졌다. 이상하게 뇌가 굳는 기분이랄까. ㅏㅡ다른 것과 달리 이것은 예상했다. 9모부터 그 기운을 느꼈지만 긴장한 탓이겠지 하고 넘겼다.
영어는 씨발 쉬운 1~20번대를 틀리고 앉았고. 국어는 엄밀하지 못하게 풀었다. 긴장인가 집중인가. 수학은 3번,23번을 틀리고 앉았다.
16일저녁 고려대 학우 1차에 붙었다. 다시 정상이 된듯 컴퓨터 뇌가 위잉하는 소리가 들리다. 언제나 그렇든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최저는 어떻게 되지? 영어 1만 맞으면 면접 볼 수 있는데. 병신같은년.
형도 재수하므라 어머니가 고생하셨는데 나는 어쩌지. 기운을 차려야 어머니도 힘을 내는데.
보란듯이 합격증을 내밀고 싶었는데
고통스럽지만 이걸 말하는 것 자체가 어린애새끼 같아서 못하겠다. 자랑질하고 살았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정말 최소한 중앙대정도는 갈 줄 알았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예시로 들며 긴장 놓치면 이렇게 된다의 예시로 드는것이 상상이 된다. 나는 원래 타인에게 딱히 기억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기에 금방 잊혀지겠지.
친구 없이 산 것도 서러워서 보상을 받고자 했는데. 365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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