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논술 가능한 뇌
읽어내는 논술, 정답을 산출하는 논술
읽기 그 자체는 주체(본인) 외부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텍스트를 단서삼아 읽기 이전부터 갖고 있던 사전지식, 선입견, 파편적 기억, 가설 등을 수정하고 갱신하는 능동적인 과정입니다. 엄밀히 말해 보자면 외부의 정보를 채집하는 식의 읽기는 존재하지 않으며, 더 근본적으로는 외부에, 텍스트에 정보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세상의 갖가지 텍스트는 뇌 속에 이미 있는 정보를 재조합하여 인출할 수 있게 해 주는 사회적으로(문화적으로) 코드화된 단서이지 정보를 무한정 제공하는 신밧드의 모험이 아닙니다.
논술 논제를 풀어내기 위해 학생이 제시문을 읽는다는 것은 본인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본인이 만들어내는 최대한의 합리적 재구성'이고, 그래서 논술 기출 제시문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곧바로 써먹을 수 있는 논술지식은 상상 이상으로 적을 수 있어요.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똑같은 물을 마셔도 젖소는 우유를 만들지만 독사는 독을 만든다" 소와 독사는 물을 마시지만 인간은 텍스트를 먹습니다. 독사같은 뇌 대신에 젖소의 뇌를 가져야 합니다.
저는 새롭고 다양한 논술 지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신박한 논술 스킬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학생이든 이미 12년 이상의 세월 동안 배우고 익힌 지식과 선입견 안에 논술 합격답안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뇌가 있습니다. 저를 그를 추동시키는 트리거에 불과합니다. 이거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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