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maemaemae [605325] · MS 2015 · 쪽지

2023-02-19 04:32:42
조회수 9,866

인생은 꼬였고 세월은 순식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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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커뮤니티 자체를 안하는데, 유일하게 이전에 글을 썼던 곳이 이곳인것 같아 새벽에 몇 자 남깁니다.

저는 98년생이고 .. 엊그제 20살이였던것 같은데 벌써 26살이 되어버렸네요.


고등학교때는 특별히 하고 싶은것도 없었고, 그저 물 흐르는 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내신은 바닥이였고, 수능은 그냥저냥 쳤던 것 같아요.

제 기억에 2017학년도 수능 이과 기준/ 수학 가형 2등급이였고, 나머진 2~3등급정도 였던것 같구요.


수능 전날에도 오버워치를 날 새면서 할 정도로 게임에 미쳐있었고, 공부에 특별히 열정은 없었는데 

막상 성적을 받고 나니, 정말 제대로 공부하면 성적이 어느정도 나올까 궁금해서 막연히 재수를 시작했어요.

꿈이나 진로에 대한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남들이 다 의대가고 싶어라 하니까 나도 성적이 잘 나오면 의대에 가고싶다...


그렇게 강남대성기숙학원에 들어갔고..

4월 정도 되니까 진득히 앉아있지도 못하던 제가 도저히 못버티겠어서 때려치고 혼자하겠다고 대치동으로 갔습니다.


고등학교때도 야자 안하고 게임방만 다니던 제가 처음으로 혼자 살아보니까 모든 고삐가 풀렸습니다.


당시 러셀이란 학원에 등록해놓고 안나가도 아무 연락이 없더라구요.

그렇게 1년이란 세월을 게임만 하면서 허송세월..  

4월 이후로 책을 한번도 안펴볼 정도로 모든것을 까먹을 정도로 생각도 없이 원 없이 게임만 했어요

당연히 수능은 말도 안되는 성적을 받았구요.


이번엔 정말 잘해야겠다 싶어서 다음해인 2019년 또 대성기숙학원에 들어갑니다.

1월에 들어갔는데 4월 정도 되니까, 그 당시 대성에서 모의고사 성적표를 벽에 붙여놨는데,

빌보드에 들었어요. 

아.. 뭔가 되겠구나-싶고,

또, 재종 수업이 너무 불필요 한것 같아서.. 그 시간에 혼자 자습하고 싶다 생각해서 때려치고 나갔어요.

윤도영 현강, 배성민 현강 이것저것 등록해놓고 또 안나가다가..

그 이후로 작년과 똑같은 세월을 보냈고.. 


그 다음해는 고향에서 지냈습니다.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목표도 없고 목적도 없고 아무 생각없이 방황하다가 또 비슷한 1년..


말도 안되는 성적표를 매년 들고오니 부모님께서도 의아해하셨고, 저에게 너무나 실망하셨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억지로 등록해놓고,

그 해 수능이 끝났던 당시 때부터 PC방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돈 때문에 대학을 가는거라면,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벌면 그만아니야?' 라는 생각에서요.


그 때부터 아르바이트와 주식을 병행합니다.

그리고.. 돈은 꾸준히 모았습니다. 때로는 잃기도 하고 .. 벌기도 하면서요.


2020년은 자취한다고 올라와 있었는데, 비대면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수업을 듣지않고 방안에서 밥 먹고 주식매매만하다 1년 전체 학사경고를 받고,

21년 7월에 입대를 해서 두달 전 전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많이 먹고 나니까, 그 소중했던 시간을 날려먹은 제가 너무 한심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주식하는거를 아셔서, 그리고 아버지 계좌도 맡아서 수익을 냈기 때문에 덜 죄송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께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뒤를 돌아보니, 느끼는게 너무 많습니다


선물/주식 매매로 먹고 살고, 돈을 축적하는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은 변함 없다만...

19년 겨울, 수능 끝나고 알바 할 당시에 정말

한달에 몇백만원이라도 꾸준히 벌고, 1억이란 큰 돈을 만들면..

과거의 제 책임감없고, 의지도 없고, 쓰레기 같이 살았던 시절을 잊을 것만 같았는데...

그게 아니였습니다.


재수, 삼수 하면서 짧은 기간 기숙학원에 있으면서,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소중한 친구, 동생이 몇 있는데..


얼마전에 본 치대에 다니는 소중한 친구나,

삼수 할 때 같은방에 있었던.. 얼마전에 시골 한 구석에 있는 제 방에서 하루 자고 간, 서울대에 간 친한 동생이나

작년에 같이 제주도에 놀러 간, 부산대 공대 다니는 동생이나..


결과야 어떻든 ,

그 당시 때 끝까지 견뎠던 친구들을 보면 경외심도 들고, 반성도 많이 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올해 다시 시험을 치려고 합니다.


제가 인생에 있어서 꾸준히 무언가를 해 본것이 주식/해외선물/게임 말고는 없다만,

과거의 오점을 지우기 위해서 ..

나중에 제 자신에게 떳떳해지기 위해서,

하루에 3-4시간이라도 꾸준히 공부해보려 합니다.



목표는 1.교대 2. 상경계입니다.


정말 돌아보면 소중했던 시간들--

어른들 다 하는 뻔한 소리들이 결국 다 맞았다는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새벽에 생각이 많아져서 혼자 적어내렸는데..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되는 청춘들이 너무 부럽고

너무나도 힘든 기간이겠지만-

입시 결과를 떠나서, 후회없고 떳떳한 날들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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