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골프산업학과 논술 후보1번 추가합격
![](https://s3.orbi.kr/data/file/united/c0beb42fee3f6381a6b147850b832b44.jpg)
제목 그대로 경희대 골프산업학과에 논술로 입학했다.
그 과정에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내 이야기가 다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나는 대구에 있는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에 내 내신 성적은 전체적으로 6등급이었다. 수시로 대구에서 흔히 마지노선이라 생각되는 영남대, 계명대도 불가능했으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대학만이 지원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체대를 희망했는데 실기를 아무리 잘 쳐도 좋은 대학은 당연히 불가능한 성적이었다. 정시만을 바라봐야 했는데 사실 수시 성적이 이런 친구들이 대부분 그렇듯 모의고사 성적도 형편없었다.
그러던 중 논술이라는 전형이 체육에도 존재함을 알게 됐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로는 고3 여름? 이었다. 처음 가서 글을 썼는데 글을 생전 읽어 본 적이 없던 나에게는 당연히 수준 높은 글들을 독해할 능력이 없었고 이거 할 시간에 차라리 실기 연습을 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수능 날이 됐다. 그 해 수능에서 국어는 가능 세계, 우주론으로 이어지는 역대급이었고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좌절한 시험이었다. 그해 수능에서 나는 국영수탐 62755 라는 성적을 받았고 실기가 자신이 있든 없든 웬만한 대학에 합격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제서야 논술을 열심히 할 걸 이라는 후회가 가득했다. 수능이 끝나고 난 뒤 급하게 논술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수능 국어가 단시간에 준비가 불가능하듯 긴 글을 읽고 글을 써야만 하는 논술에서 합격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었다.
난 양심도 없이 그 성적에 재수를 시작했고 정말 모든 분야를 열심히 준비했다. 정시, 논술, 실기 모든 분야를 놓치지 않도록 하루 10시간을 넘게 공부했고 재수 학원이 끝나면 문 닫은 체대 입시 학원을 열어 실기 준비를 했다. 그렇게 준비하다 보니 모의고사 성적은 369 순으로 점차 오르기 시작했고 실기를 잘 친다는 가정 하에 건국대를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부를 하지 않던 내가 그저 1년 열심히 준비했다고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욕심이고 오만이었다. 수학을 포기하고서 준비한 수능은 국영탐 3233 이었고 실기를 정말 잘 치지 않는 이상 합격이 불가능한 성적이었다. 그래서 원하지도 않던 대학에 특수체육교육과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논술도 후보도 뜨지 않는 결과가 나왔고 삼수는 불가능한 현실이기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하지 않던 대학이자 흔히 말하는 지잡대에 진학하고서 느낀 점은
누군가를 만나서 학교를 말해야 할 때면 내가 너무 초라해진다는 점이다. 또 학교에서 진행하는 업무 처리 방식은 이게 대학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형편 없다는 점이다. 물론 내가 갔던 대학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하던 대학일 수 있으며 만족할 만한 대학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느낀 점은 이러하다. 대학은 자기가 만족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경희대도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대학일 수 있으며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대학이다.
코로나 시기로 내 대학 생활은 비대면의 연속이었고 21년 5월 나는 코로나가 심하던 때에 입대하게 된다. 그렇게 군생활 중에 만난 나와 동갑인 선임은 전역 후 의대 진학을 위해 2번의 수능을 더 응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시 23살이던 나는 전역하면 24살인데 26살 1학년은 너무 늦은 거 아니냐? 실패하면 뒷감당이 가능하냐? 라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했다. 하지만 그 선임은 성공이 마치 당연한 일인 듯 나에게 설명했고 2년의 투자가 80년 혹은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 올 수 있는데 왜 도전하지 않고 망설이냐고 나를 꾸짖었다.
맞는 말이다. 평생 지잡대생이라는 말을 듣고 살기는 싫었다. 나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군대에서 논술을 준비했다. 경희대 체대 논술의 경우 영어만 3등급을 맞으면 최저가 충족되며 실기도 볼 필요가 없었다. 영어를 그래도 하는 편이던 나에게 경희대 체대 논술은 가장 적합한 전형이었다.
그래서 현역 재수 때 배웠던 참논술 원장쌤을 찾아갔다. 군인이던 내가 어떻게 논술을 준비하면 좋을지 여쭤봤다. 그 분의 대답은
1. 과거에 수업했을 당시에 적었던 내용들을 전부 정리할 것
2. 경희대 3년치의 기출과 모의고사의 모범 답안을 필사할 것
3. 인강으로 논술의 기본에 대해 익혀올 것
4. 휴가 때마다 선생님 수업을 듣고 첨삭을 진행할 것
이었다
그 후 나는 일과 후 운동, 논술 공부로 시간을 보냈다. 다른 선후임들이 핸드폰 보고 놀고 있을 때도 나는 공부하고 운동했다. 휴가 때도 다른 친구들이 술 먹고 놀고 있을 때 학원에서 첨삭을 받았으며 수업을 들었다. 내가 배웠던 쌤은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게 논술에게 글을 쓰는 틀과 도구를 알려주는 대신 글을 제대로 읽고 내 생각대로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단순히 공식을 알려주는 수업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과 내 주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정석이라 생각될만한 답안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바를 어떻게 글로 쓸 것인지를 알려주셨으며 나의 생각이나 글을 최대한으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첨삭을 진행했다.
준비 과정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필사를 통해 경희대가 원하는 방향성을 파악함과 동시에 인강으로 논술에 대한 기본기를 잡았고 학원에서 선생님의 첨삭으로 마무리 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들 알듯 첨삭이다. 논술은 글을 쓰는 시험이다. 누군가 잡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도 없다. 옆에 좋은 선생님이 내 글을 읽어주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런 선생님을 곁에 두길 바란다. 내 글을 무시하고 모범답안을 강요하거나 정해진 틀만을 강조하는 선생님은 과감하게 피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뒤 수능 영어는 무난하게 2등급을 가져갔고 논술을 치러 용인으로 대구에서 올라갔다. 전 날 밤에 올라가 학교 앞에서 김밥을 먹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한 뒤 숙소로 들어가 잠에 들었다. 전 날부터 너무 긴장됐고 당연히 시험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너무 너무 긴장됐다.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대중매체에 대한 긍정, 부정의 시각 문제 그리고 방탄소년단을 사례로 한 sns의 순기능에 대한 입장 문제가 나왔는데 늘 읽던 제시문에 비해 쉽다고 생각됐고 글을 쓰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다.
sns의 역기능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순기능을 강조하는 입장을 비판하는 글 1개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사례를 통해 대중매체가 사람들에게 가져오는 에너지를 사례로 대중매체를 비난하는입장을 비판하는 글 1개
이렇게 총 2개의 글을 작성했다. 항상 내가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글에 쓸 수 있도록 선생님이 강조했기 때문에 시험장(현장)에서 당황하지 않고 내 글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앞서 언급했던 후보 1번이었고 문 닫고 들어올 수 있었다. 경쟁률은 31대1 이었고 내가 그 1이 됐다. 단순히 논술 합격했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기쁘다 이런 말을 하고싶은게 아니라 다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20대 초반까지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 나는 입시 구간이라 생각한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건 내가 어떤 일이든 도전할 때 임하는 마인드가 달라지게 만든다. 성공이라는 것과 엄청난 성취감을 경험한 사람들은 도전할 때 마인드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 그걸 내가 체감하고 있고 다들 경험했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보다는 실패와 친하다. 그래서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는 이유로 도전을 비판하고 실패할 경우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꼭 특별한 사람들만이 도전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또 꼭 실패할 것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인생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도전을 하기에 늦은 사람들이 아니다. 내 선임이 나의 동기였던 것처럼
내가 여러분들의 동기가 됐으면 한다.
앞으로의 도전을 응원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참논술 민준석 선생님 믿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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