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해란 글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모 신문의 교육 관련란에 정기 기고중인 제 글입니다.
수험생활의 초기에 필요한 글이라 올립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는 학생들이 안타깝습니다. 사실 지금 고3인 학생들도 안스럽습니다.
---------------------------
독해란 글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이 궤변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독해(讀解)를 풀어 말하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됩니다. 이 말을 엄밀하게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이 분석하게 됩니다.
독해 = 글을 읽고 이해한다 = 글을 읽는다 + 그리고 ‘읽은 그것을’ 이해한다
심리학에서는 이해를 ‘언어 정보를 자신의 인지 과정에 의해서 의미적으로 해석하고 표상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글 이해에서 가장 중요한 인지과정은 추론인데, 추론은 ‘알려진 사실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추출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국어 교육과정에서도 ‘글에 명시적으로 제시된 정보로부터 제시되지 않은 정보를 얻는 것’을 추론적 이해라 하면서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독해란 추론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독해에서 그렇게도 추론이 중요하다면 ‘글’을 읽고 ‘읽은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히려 ‘글에 제시되지 않은’ 어떤 것을 어디에선가 가져와야 합니다. 글을 이해하려는데 글에 없는 것을 가져온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가져온다는 말인가요? 정말 독해가 그런 것일까요? 혹시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글인 듯이, 글이 아닌 듯이...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심리학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언어심리학에서 글은 ‘생각의 단서’라고 말합니다. 글은 우리가 무엇을 연상할지를 인도해 줍니다. ‘부산’이라고 써놓은 표지판은 목적지인 부산으로 가는 길이 어느 쪽인지를 가르쳐 주지만 목적지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글을 읽지만 글로 인해 어떤 관념을 떠올렸을 때 비로소 글을 이해했다고 말합니다. 아래 문장을 읽을 때 어떤 관념을 떠올리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콩나물의 가격 변화에 따라 콩나물의 수요량이 변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1. 단어를 읽고 기억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떠올린다.
2. 단어 주변에 저장된 지식들이 함께 연상한다.
3. 문장(글)이 구성하는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연상한다.
위 문장을 읽으면서 , , 등에 대한 개념 지식을 떠올립니다. 더불어 는 문장에 없는 ‘물가’에 대한 지식이 떠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경험에 따라 ‘물가’에 대한 지식이나 와 관련된 경험을 연상을 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콩나물이나 다른 반찬거리 또는 물건의 가격이 올라서 그것을 사려 할 때 머뭇거리거나 반대로 가격이 내려서 주저없이 샀던 경험이 있다면 그런 경험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경험에 관한 기억은 이라는 개념 지식을 만나 다시 하나의 상황을 구성합니다. 상품의 가격 변화에 따라 구매 의사가 달라졌던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통해 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말에 동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문장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기억은 두 가지 면으로 기여를 했습니다. 기억은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정보인 단어의 의미(콩나물, 수요량)를 저장하였다가 내어주고, 문장에서 발견한 상황(콩나물 가격 변동 ~ 수요량 변화)과 유사한 상황의 경험(어떤 상품의 가격 상승/하락이 자신의 구매에 영향을 줌)을 저장하였다가 내어주는 저장 창고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기억은 여러 단어들을 조합하여 문장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 단어들로부터 연상한 단어 지식이나 경험들이 만날 수 있는 심리적 장이 되어주었습니다. 전자를 장기기억(long term memory)라고 하며, 후자를 작업기억(working memory)라고 합니다.
추론은 글을 읽고 장기기억에서 작업기억으로 불러낸 관념을 ‘읽고’ 그것으로부터 다시 장기기억에서 지식이나 경험을 불러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독해란 글을 읽음으로써 1차적으로 그리고 2차적으로 떠오르는 관념이 맺히는 작업기억을 읽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글을 읽되, 추론하지 않는다면 다시말해서 작업기억에 맺힌 관념을 읽지 않는다면 이해를 할 수 없고 단지 나열된 단어들을 기억할 뿐입니다. 무엇이라고 적혀 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이해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글 기억을 글 이해라고 오해하고 있고 이렇게 잘못된 읽기 또는 이해로 독해와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독해력이 학습의 기본이라고 말을 합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합니다. 기본기를 정확하게 쌓기를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돈 모으기 ㅋㅋㅋ 재워주지 밥 주지 나갈돈이 없는데 월급도 인상?? 군대가가전 천...
-
21살 먹고 보기 괜찮음요? 가끔 드라마 보고싶네
-
2합8 윈터스쿨 0
분당청솔은 2합8 가능하다고 들었고.. 다른 러셀은 그 위네요.. (수학이 많이...
-
정삼각형 넓이가 X이고 3분의2 × X가 색칠한 부분의 넓이라고 X를 정삼각형 으로...
-
거리는 둘다 멀어서 상관없는데 아웃풋 커리큘럼 다 따져서 어디가는게 좋음?
-
9잘수잘 1
9잘수잘인 케이스 꽤있나여ㅜ 주변에서 하도 9망수잘 9잘수망이래서 개불안함
-
물론 그중에서도 실수는 있지만 공부계랍시고 타임라인에 잡담 ㅈㄴ올리고 순공시간...
-
원=대상 대상이 모여서 대상이 됨 원소가 모여서 집합이 되는게 아니고 대상이 모여서...
-
ㅈㄱㄴ
-
고대 상경 계열 논술 수리 문항 없는 거 맞나용........
-
이번학기에 처음뵙는쌤이라 어떨지 예상이 전혀 안가는데 영어 모고 지문 대본없이...
-
저 원들이 대상이고 대상이 모여서 대상이 되는것임 즉, 대상은 대상으로 이루어져있다는것임
-
이번달 매매 끝 6
테슬라 300달러 까지존버할거임 tsll 샀으니 30% 먹어야지
-
문과가 더 어려운 시험지 쳐서 국어는 문과가 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음해에...
-
ㅋㅋㅋㅋㅋ
-
심심 7
아무말이나 ㄱ
-
괜히 설레이잖아 그대를 훔쳐보는 나를 눈치 채 줄래요 Hey Man 무슨 남자가...
-
도감청법 에반데 1
ㄹㅇ
-
야식으로 5
Chicken, beef with pok Choi Alcohol-free wine...
-
9덮 화작 0
15 16 20 43 45 89점 수능이면 백분위 89는 되냐요?
-
수학 올리는법 9
5등급으로 재수 시작했는데 4에서 올라갈 생각을 안함 11~15 무난하게 풀린적...
-
주말새벽인데 7
왜다들자러간거야
-
. 2
굿나잇
-
근데 문제가 좀 이상하게 ㅈ같네
-
https://orbi.kr/00069308678 1. 모든 원소를 부분집합으로...
-
그룹과외 4명씩 n팀했었던 고3 고2 만족률 100퍼센트였어서 믿고 토스해주신덕에...
-
도대체 왜 틀렸길래 봤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암흑의 스킬을 써버린건가 이게 뭔 혼종 비율이지..
-
N제 풀다보면 느긋해지고 시간제약도 없어져서 뇌가 여유로워짐 수능자체가...
-
아이린은 앎 대 주 현
-
어떤가요? 시즌1은 무난한거 같은데 시즌 6까지 달릴까 고민 되긴하네요
-
2등급 서킷 0
서킷 70분 잡고 풀고 30번 한문제 못푸는 정도면 안정 2 가능인가요??
-
현 고2이고 n제 드릴, 4규 시즌2, 설맞이, 이해원 등 정답률 보통 70프로...
-
오늘 아파서 누워만있느라 아수라 하루 밀렸는데 내일 이틀치 몰아서 할까요 아니면 걍...
-
6모 정도 난이도 실모 잇나요? 여태까지 시대컨만풀엇음
-
-6 나왓어욤!!!
-
미분당한 적분상수의 눈물과 한 자기가 한 일은 없다는 걸 깨달은 수직항력의 눈물...
-
내일 아침밥은 0
ㄱ ㅣㅁ 치 볶ㅇ,ㅁ밥 이다 굿ㅅ바 ㅁ
-
내가 남친 데려왔을때랑 누나가 비혼주의 선언했을때
-
대세연 1
캬 섹스
-
어떤문제가 어려웠나요?
-
. 1
피곤하다 먼가
-
원래 집합A={a,b,c,d}로 표현되던걸부분집합 {a}랑 원소 a를 왜...
-
ㄱ ㄴ까지는 해결했는데 ㄷ은 도저히 모르겠어요 해설 강의도 들었는데 X의 공전...
-
왜 자꾸 90점이 나오지
-
누구시길래 실검을
-
언제와요? 받으신분 ??
-
나머지는 수학 + 물1
그러면 글을 읽으면서 단어의 의미를 생각한 다음 자신의 기억과 연관하여 생각하면서 글을 읽으면 되나요?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자동적, 반사적으로 연상되어야 됩니다 기억속의 지식과 연결해서 글에는 제시되지 않은 지식체계의 한 부분에 닿으면 그 체계를 글 이해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추론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의 예전 글을 좀 더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