最善 [485108] · MS 2013 · 쪽지

2014-06-05 00:15:25
조회수 13,209

너무나도 끔찍했던 고등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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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선행반을 마치고
학사에서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졸업식.





나와 모든 감정을 공유했던 교복을 다시 입는다.

마지막은 슬픔으로 점철되어버린
기억들이지만.






졸업식 사전준비때문에 부모님보다 먼저 집을 나선다.






현관을 나온다.
아직 겨울이 가지 않았다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더 추운 것 같다.




부모님께서 문자 하나를 보내셨다.

"우리 아들~ 기죽지 말고 씩씩하게^^"

아침 내내 울적했던
 내 모습을 눈치채셨나보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이런저런 얘기가 들린다.
연대 추합된 누구, 서울대 합격한 누구, 고대 4년 장학금 누구 등...

모두 내 친구들이다.


한때는 같은선상에 있었고,
같이 치열하게 경쟁했었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듯 하다.



갈수록 표정관리가 안된다.
뛰쳐나가고 싶다.

결국 부모님께 오지말고
 그냥 집에 계시라고 문자를 보낸다.




담임선생님이 주신 졸업장을 챙겨서
행여 아는 친구나 친구어머님을 만날까
황급히 뛰쳐나온다.



집에 가니까 부모님이 안타까움이 섞인 표정을 지으시면서,
 "갈 준비 다 하고 있었는데.." 라고 하신다.

난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보인다.




마지막으로 교복입은 사진 하나만 남겨놓자며,
가족 모두 거실에 모여
함께 사진을 찍었다.

모두 나를 배려해주시는게 느껴진다.
너무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근데 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슬픔만 안겨주는가.

내가 언제부터 이런 존재였는가.




순간 울컥해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최대한으로 틀어놓고
미친듯이 울었다.


새어나오는 울음소리 막으려고
손으로 입을 막으며
계속 울었다.

그냥.
너무.
서러웠다.









그리고 난 다짐했다.
반드시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이,
정말 내 스스로 떳떳해지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공부하다보니,
벌써 6월이 되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할게 너무 많고,
한없이 부족한 것 같다.




95년생 재수생, 그리고 삼수를 비롯한 모든 분들.

올해는 반드시.

순간순간 힘들더라고 조금만 더 참고,

수능 후에 다같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반드시 그러자구요.

약속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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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과잠 · 493973 · 14/06/05 00:21 · MS 2014

    그때 흘린 슬픔의 눈물이 합격후 영광의 눈물로 되기를...ㅠ 파이팅이요

  • 레드힐 · 499535 · 14/06/05 00:2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독특한파이딴 · 450198 · 14/06/05 00:24 · MS 2013

    어느덧 크게 한것도 없는데 벌써 6월이되고..... 시간 참 빠르네요
    미련없을 만큼 열심히 노력하면 결과 또한 미련없기를 그런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님도 여러분도 모두 다요

  • 문경새재 · 487025 · 14/06/05 00:26 · MS 2014

    저도 졸업식 떄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얼마나..... 화이팅하시고 꼭 원하시는 대학에 합격하길 빌게요 화이팅!!!

  • 공공순이 · 508021 · 14/06/05 00:35

    ㅠㅠ 처음 오르비 가입하고 본 글인데 너무 마음에 와닿네요

  • 언제나, 최선 · 409300 · 14/06/05 00:54 · MS 2012

    .. 힘내요 우리!.. 눈물이 나요 ㅠㅠ 정말 화이팅!

  • 욘세이유니버스티 · 501551 · 14/06/05 00:58 · MS 2014

    좋은글이에요....힘냅시다...

  • 죽은자의권리를말하다 · 506277 · 14/06/05 01:02 · MS 2014

    하늘은 계속해서 노력하는 자를 현위치에 머무르게하지 않는다. 더 높은 하늘로 향하여... 아타락쿠스.

  • 오르븨 · 505489 · 14/06/05 01:10 · MS 2014

    노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웃는날이 꼭 올거에요 화이팅!!

  • 핫펠트 · 486873 · 14/06/05 01:26 · MS 2014

    울컥하네요ㅠㅠ우리 올해는 꼭 원하는 거 이뤄요

  • 소고기 · 500233 · 14/06/05 06:58 · MS 2014

    합격의 그날 목놓아 울어보리라

  • 둥당둥당 · 502996 · 14/06/05 09:15 · MS 2014

    필력 ㅎㄷㄷ..

  • 헤븐 · 488173 · 14/06/05 09:53 · MS 2014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Dr.Bae · 401764 · 14/06/05 10:36 · MS 2012

    더 간절한 사람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 돌쇠네개 · 506875 · 14/06/05 12:10 · MS 2014

    아픈만큼 더 성장한다고 그러죠 힘내요^^

  • 섹서아저씨 · 467928 · 14/06/05 12:22 · MS 2013

    아쉽네요 평생 추억이될 한 장면을 놓치셔서...

  • Downkey · 461182 · 14/06/05 12:49 · MS 2013

    댓글을 달게만든 글ㅠㅠ

  • 노력팡 · 427489 · 14/06/05 13:11

    절치부심

  • 스카이콩콩:) · 501878 · 14/06/05 15:59 · MS 2014

    닉네임처럼 하십숑

  • selection&focusing · 503375 · 14/06/05 17:15 · MS 2014

    하하... 작년 저도 그랬어요.... 정말 공감됩니다..
    승리로 보답합시다.

  • selection&focusing · 503375 · 14/06/05 17:16 · MS 2014

    1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별거 아니였는데도 그때 부모님께 오지말라며 저도 했던 기억이...참...

  • 쨍이마눌 · 498725 · 14/06/05 19:46

    아 진짜공감ㅠㅠㅠ졸업식날이 그대로 떠오를정도로 필력이 좋으시네요..살짝 소름돋았어요.. 근데 재작년..이라 더슬프네욬ㅋㅋㅠㅠ 학력중심의 대한민국은 즐거운 추억과함께 애뜻하게 마무리지어야할 고등학교 졸업식을 승패가 갈린 장으로 만드네요..ㅠ 저는 패배감에 젖은채 탈출할날만을 기다리던 재수1년이 힘들기만하고 부담감만 큰 나날들이었어요 그 부담감이 긴장이되고 오히려 현역때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어요ㅜㅜ 지금은 작년에 몰랐던내용 깨우치고 감동받으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도전이지만 과정이 작년처럼 괴롭지가 않네요..꼭 과정을 즐기시고 빠져드세요! 작년의 제모습이 너무 후회스러워서 주저리주저리 하고갑니당ㅋㅋ 올해는 꼭 부모님께 자랑스런 합격증을 가져다드립시다!ㅠㅠ

  • zorzor · 504239 · 14/06/05 22:13 · MS 2014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네요. 파이팅 하십시요!
    원래 잘 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목표가 큰 사람일수록
    현재 자신이 부족한게 많아보이고 조급해지죠.
    지금 하는데로 쭉! 달려가세요!

  • Academia · 429804 · 14/06/05 22:41

    댓글 잘 안다는데... 응원하고 싶어요 같이 힘냅시다!!

  • 연대씨씨 · 471450 · 14/06/05 22:51 · MS 2013

    힘내세요..ㅠㅠ저도 덕분에 힘받아 갑니다

  • 설리보단크리스탈 · 451336 · 14/06/05 23:36

    글 보고 정신차려요! 저도 졸업할 때 저랬거든요.. 눈 와서 더 서글펐다는..저는 택시타고 집에 혼자 오면서 펑펑 울었어요.. 도착한지도 모르고 펑펑 울고 있는데 택시 기사아저씨가 그냥 아무 말 없이 백미러로 보시더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한테 너 만한 아들 있었는데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하시면서 그런데도 이 아저씨는 밝게 웃으면서 살아간다고.. 그러니 뭐든지 힘내서 어깨피고 다니라고...ㅠㅠㅠㅠ 더 움 ㅋㅋ 아저씨가 돈도 안 받고 당당해라! 하고 떠나셨음 ㅠㅠ..
    전 아직도 그 아저씨를 잊을 수가 없어요 ㅠㅠ... 진짜 글 보고 다시 졸업식 때 상기하면서 달릴께요! 아자아자!

  • 마린아델 · 415108 · 14/06/06 02:47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성대글경정시 · 502375 · 14/06/06 07:57 · MS 2014

    ㄷ ㄷ ㄷ 소름돋네여 느슨해진 저의 정신을..잡아주시네요 열심히합시다

  • Noir_NOR · 507665 · 14/06/06 09:35 · MS 2014

    아 이년전에 저도 졸업식할 때... 생각 나네요. 중학교 동창 누구는 서울대 들어가서 교단에서 장학금 받고있는데 나는 재수준비나 하고 있구나 싶어서 속상하고, 길가에 꽃다발 들고 지나가는 애들 보면 같은 꽃다발 들어도 이게 아무 의미 없구나 싶어서 울적했구요.
    두번째로 수능에 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올해 말에는 다 잘되어서 과거의 아픔은 성장통처럼 여기고 훌훌 날려보냈으면 좋겠어요 :3 모두 힘내요!

  • 당당한정시충 · 361451 · 14/06/06 09:56

    저는 학교에서 제일 잘봤어도 제가 원하는곳에는 조금 모자랐다는 사실 때문에 속상해서졸업식도 안갔다는...
    근데 후회는 안되더라고요.

  • gkstjd · 321264 · 14/06/06 10:28 · MS 2009

    ㅠㅠ
    와닿네요

  • 포성 · 443630 · 14/06/08 19:22 · MS 2018

    진짜 댓글 안다는데 달았어요 올해는 꼭 좋은결과 있으실거예요 화이팅입니다

  • 예예 · 507470 · 14/06/08 23:25 · MS 2014

    현역인데 공부하게 만드네 ..

  • 강치도리 · 415459 · 14/06/10 19:14 · MS 2012

    ㅠㅠ

  • 한의해달 · 504487 · 14/06/22 13:56 · MS 2014

    난뭐지..

  • 눈물 의사 · 514170 · 14/07/18 09:33 · MS 2014

    하..보면서 저도 울컥 햇습니다. 하아..정말 님 글을 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싶어집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보고 정말 부끄럽네요.................

  • 유두리 · 416070 · 14/08/06 16:51 · MS 2017

    와 정말 울컥하네요..
    반수시절 떠올리니 눈물이 납니다.
    글 정말 잘쓰시는듯
    반드시 성공해서 원하시는 곳 가세요.

  • 팡주포도 · 522729 · 14/09/15 09:20 · MS 2014

    그저 한to the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