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는 아무도 모를듯?
나는 이 글 하나만으로 학생들의 국어 등급이 2~3급씩 올라갈 거라 확신한다.
여러분이 국어 비문학에 항상 실패하는 이유를 알려주겠다.
그건 '작업기억의 원리'를 몰라서다.
국어 비문학은 정확히 '누가 작업기억을 잘 활용하는지'의 경쟁이다.
이게 비문학의 유일한 해답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교육과정이 반영하고 있는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자마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지금부터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수준으로 설명해보겠다.
이것도 이해 못하면 그냥 비문학 포기하는 게 맞다.
위 그림은 '작업기억'의 모형이다.
즉 우리의 '작업기억'은 저 모형대로 작동한다.
작업기억은 쉽게 말해 '정보를 처리하는 기억'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글을 읽을 때 작업기억을 활용한다.
미리 한 가지 말해주겠다.
작업 기억은 '단기 기억'의 한 종류이다.
이는 당연하다.
하나만 떠올려보자.
내가 앞서 비문학을 '작업 기억 활용 경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비문학 지문 하나를 읽다가 60% 지점에 왔을 때 첫 문단에 있는 문장이 그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가?
아마 당신이 나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거의 하나도 기억이 안 날 것이다.
왜냐하면 '작업 기억'이 '단기 기억'이라 1분 이상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독해'의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다음 대화에 관한 문장을 보자.
내가 서브웨이에 가서 주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나: 올리브랑 할라피뇨 좀 많이 넣어 주세요
직원: 올리브 다 떨어졌어요. 아보카도로 대체해도 될까요?
직원이 말한 두 가지의 문장을 살펴보자.
'올리브 다 떨어졌어요.'
'아보카도로 대체해도 될까요?'
만약 첫 문장인 '올리브 많이 떨어졌어요.' 가 없었거나 까먹었다고 해보자.
나: 올리브랑 할라피뇨 좀 많이 넣어 주세요
직원: 아보카도로 대체해도 될까요?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올리브를 대체한다는 걸까, 할라피뇨를 대체한다는 걸까
이처럼 만약 당신의 뇌가 '올리브 다 떨어졌어요.'라는 문장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면,
'직원: 아보카도로 대체해도 될까요?' 이 문장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독해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A 문장+ B 문장 같은 두 문장이 연이어 나타난다고 해보자.
우선 A 문장에 시선이 간 후 이 내용을 단기기억에 저장한다.
B 문장으로 시선이 옮겨가면 단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활용해 B 문장의 정보를 처리한다.
B문장의 정보를 처리한 후에는 A문장의 정보가 단기기억이기에 까먹는다.
이게 작업 기억의 '음운 루프', 다른 말로 '읽기 혹은 대화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수능 비문학 독해는 '너 작업 기억 잘 활용해? 음운 루프 쓸 줄 알아?'를 물어본다.
그런데 몇몇 국린이들이 항상 망하는 이유가 있다.
'작업 기억'을 활용하라는 건데 '암기', 즉 '장기 기억'으로 돌리려고 노력한다.
'되뇌기', 즉 여러번 읽거나 머릿속으로 문장을 떠올리면서 기억하려고 한다.
안타까운 사실을 하나 알려주겠다.
'되뇌기', '의식적으로 떠올리기'만으로는 '장기기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똑같이 몇십초 지나서 문제 풀 때면 다 까먹는다.
이 망하는 모습을 분석해서 '작업 기억'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작업 기억에는 용량이 정해져있다.
즉 많이 쓰면 용량이 줄어들고, 작업 기억을 활용하는 것에 오류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문제를 틀린다'는 이야기다.
위 '되뇌기', '의식적으로 떠올리기'가 대표적인 작업 기억의 용량을 잡아먹는 행위다.
이걸 지문 읽는 내내 반복하게 되면 당연히 작업 기억 용량은 바닥나게 되고,
지문을 다 읽고 문제를 푸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져서 시험을 망친다.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점이 있다.
수능에서 이런 어리석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훤~히~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해황T 같은 기출 분석파 선생님들을 좋아해서 그분의 게시글을 읽어봤다.
읽은 순간, 왜 베스트셀러 작가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https://orbi.kr/00035766876 [국어&영어] 출제자가 허수 걸러내는 방법
이 글이다.
평가원에서 오답을 만드는 원리를 이렇게 쉽게 설명하다니....
수능에서는 이런 '되뇌기', '의식적으로 떠올리기'를 하는 학생들에게 함정을 파놓았다.
지문에 있는 단어들을 선지에 쓰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이 학생들은 안그래도 작업기억을 다써버려서 판단 능력이 흐려졌으니까 '옳거니!'하고 고른다.
그럼 바로 국어는 망하는 거다.
그러면 비문학 독해 어떻게 하라고?
우선 기본적으로 읽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건 이해황T나 유현주T 혹은 션티에게 물어보셔야 한다.
나는 이쪽 전문가는 아니다.
이제 그럼 나의 해결책을 주겠다. 비문학을 잘하고 싶으면 좀만 더 읽어보자.
'작업 기억'의 원리를 통해서 몇 가지 해결책을 주겠다.
위 그림을 다시 보자.
쉽게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작업 기억은 3가지 루트로 정보를 처리한다.
옆에서 친구가 길을 안내하면 내가 그걸 찾아가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작업 기억은 친구의 안내의 정보를 처리하는 게 '대화를 이해'하는 과정이니 '음운 루프' 로 정보를 처리한다.
내가 길을 찾아가는 건?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길을 찾아 간다.
이것이 바로 '시공간 잡기장(네비게이션)'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국어 비문학 독해에서 '길찾기'를 사용한다고?ㅋㅋㅋ
그렇다.
지문을 다 읽은 후 문제를 보고 다시 지문의 해당 문단 혹은 문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즉 네이버 지도로 즐겨찾기 해놓고 다른 곳에서 놀다가 다시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이때 작업 기억은 머릿속으로 길의 구조를 떠올리는 '시공간 잡기장(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한다.
일화적 저장소는 배경지식과 관련되어 있다.
'배경지식'은 '장기기억'의 일종이다.
이 '장기기억'을 작업기억이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 루트를 '일화적 저장소'라 한다.
독해 때 누구는 배경지식이 필요없다 하는데, 이는 클루지다.
자신도 배경지식이 없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있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이 한 선택을 부정하려 하지 않는 '클루지'를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이런 오류를 범한다.
내가 재수생이더라도 시간이 날 때는 독서를 하라고 추천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아까 나는 '작업기억'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고 이걸 넘어가면 '판단력을 흐린다'고 얘기했다.
'작업 기억이 세 가지를 다 활용하면 용량이 줄어들어서 망하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답은 '아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동일 루트에서는 작업 기억 용량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서로 다른 루트를 왔다갔다 하면서 사용하면 용량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아까 말했듯 '되뇌이기' '의식적으로 떠올리기'를 하면서 '읽기'도 한다면 작업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결국 망한다.
하지만
1.읽기
2. 문제 마주쳤을 때 다시 지문의 해당 문단, 문장으로 돌아가기
3. '배경지식 활용'
이 3가지는 동시에 활용해도 작업 기억 용량에 작은 영향만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문학 독해를 할 때 이 3가지를 훈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공부해야 한다.
이게 수능을 설계한 평가원의 의도다.
'인지심리학'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비문학에 접근하는 것과 아닌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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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팍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선지를 읽고 지문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거긴 한데 작업기억이라...궁금한 것은 종종 비문학을 풀다보면 심심치 않게 1문단에서 제시되었던 개념이 2,3,4문단의 문제와 해결 등응 거치며 안 나오고있다가 5문단에서 다시 뿅 하고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1문단과 5문단을 연결하며 읽어야 내용이 이해가 되는데 작업기억으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나요? 제 생각에는 작업기억 이외에 지문을 되뇌이는 것도 필요하다 보는데욤...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제가 설명을 놓친 부분을 잘 잡아주셨네요. 제가 '음운루프'와 '시공간 잡기장'의 병행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관점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다. 단기기억이 잠시 개념을 머금어도 까먹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럴때 음운루프를 가동하는 것과 중복되지 않도록 시공간 잡기장으로 필요한 개념이 있는 문단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시선을 돌리는 것만으로 뇌는 장소와 기억을 묶는 경향이 있어 제대로 그 문단을 읽으셨다면 기억이 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여나 기억이 안나더라도 훑어보면서 '개념 머금기'를 하시면 됩니다.
성지 순례 왔습니다. 사실상 수능 국어의 방법론은 이게 전부라 생각합니다. 귀중한 자료 저만 갖고 싶은 욕심이 나네요.
사실상 결국 종합적 지능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딱 읽으니 뭔소린지 알 것 같네요 ㅋㅋㅋ
글로 써내려가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고생많으십니다
와 이 글 보니 제가 느낀게 혼자만의 감?착각?이 아니라는걸 느끼네요 ㄷㄷㄷ
이건 번외의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생겨서요.. 되뇌이기와 의식적으로 생각하기는 그럼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담으려는 목적을 가진 행위임과 동시에 단기기억의 일종인 작업기억이 수행되는 방법인 셈인거네요? 단기기억의 절차이면서 장기기억으로의 정보의 전달의 수단일 수 있나요? 신기하네요. 뭐...되뇌이기와 의식적으로 생각하기가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에 둘 다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 뇌가 착각하는 겁니다! 장기기억으로 돌릴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거에요. 사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죠
그리고 저는 정보는 적지만 논리관계나 고도의 이해가 필요한 지문을 아무런 이해가 필요없는 단순 정보량 많은 생명과학 지문 문제보다 쉽게 느껴지는데, 이 현상도 저의 의식적인 많은 정보 처리를 위한 되뇌이기로부터 기인한 결과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런 문제는 결국 지문으로 돌아가기 밖에 없는건가요? 김동욱 선생님은 그냥 집중해서 읽고 풀라고 하시던데.. 어질어질하네요
그러니까 지문을 읽을때 일부러 되뇌어서 외우려하지말고 정보의 맵핑에 집중해서 읽으면 문제풀때 정확히 그 부분을 잘 찾아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씀이 맞나요? 외우려하는 행위는 오히려 독해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구요?
와 제가 생각하고 있던거를 그대로 담아주셨네요! 대박 ㅎㅎㅎ
저는 지문을 읽을때, 지문 전체의 주제나 이 말은 어디 있었다 뭐 이런거 혹은 이해를 중점에 두고 지문을 읽어요
세부 정보(기술에서의 작동 순서 등)들은 나중에 되돌아와서 다시 체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거든요
이게 맞는거겠죠? ㅎㅎ
좋은 글이네요. 수능국어 5등급을 웃돌고있는 과외 학생들에게 이 글을 프린트해서 보여줘도 괜찮을까요?
김동욱 선생님의 “반응하라”와 상응하는 독해태도인거 같네요 글의 구조를 파악하면 자연스레 비슷한 단어로 대체한 선지는 거를 수 있죠 다만 노력은 필수겠죠!
글로 돌아가기 위해 VSWM 용량을 할당한다는건 동의하기 어렵네요
3점짜리 어려운 문항을 풀때도 저 방법을 쓰나요? 확인해야할 정보가 너무 많고 정보끼리고 섞여서 혼란스러운디 이런 경우는 어떻게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