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만 골탕먹이는 현행 입시제도
2012학년도 서울대 특기자전형 구술시험 수학문제 11개 중 10개(90.9%)가 대학과정에서 출제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은 합격하기가 힘들다는 말이겠지요.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현직 교사 등
전문가 28명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고 하는군요.
사실 일부 대학에서 면접을 "감추어진 본고사"의 성격으로변질시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에 속하는 일이었습니다.
주로 이과계열에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같은 교수로서 말하기가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이건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접 혹은 구술고사의 본래 취지가 몰래 본고사 비슷한 걸 시행하는 게
아니니까요.
나는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불정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3불정책을 그렇게 심하게 매도하던 현 정부 인사들이 집권한 후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3불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남이 할 때는 온갖 이유를 들어 헐뜯다가 자기네들이 칼자루를 쥐니까 마음이 달라진 것인가요?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본고사제도로 전환한다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 분명합니다.
처음부터 본고사제도를 실시했다면 모를까, 오래 전에 폐지시킨
것을 다시 부활시키려 하니까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이지요.
단지 수능보다 본고사가 더 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고사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입니다.
백지상태에서 어느 한 제도를 선택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능제도가 정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본고사로 바꾼다면 수많은 추가적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본고사제도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번 보도에서 드러났듯, 일부 대학은 자율권을 악용해 면접을 감추어진 본고사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아예 드러내 놓고 본고사를
실시하는 게 더 떳떳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감추어진 본고사의 성격을 갖는 형태로 면접이 운영되는가 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준비된
답변을 앵무새처럼 되뇌게 만드는 방식으로 면접이 운영되기도 합니다.
주로 문과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그 동안 여러 번 면접에 참여해 봤지만,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이냐는 회의가 들
때가 많았습니다.
불과 십여 분 동안의 짧은 대화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학문적 자질이나 인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대부분의 학생이 미리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해 오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면접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논술고사도 면접 이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제도입니다.
논술고사 채점의
경험이 있는 교수들은 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믿습니다.
감추어진 본고사의 성격을 갖는 방식으로 논술을 운영해도 문제려니와,
누가 글쓰기 연습을 많이 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해도 문제입니다.
어느 쪽으로 운영하든 참다운 교육과는 거리가
멉니다.
현 정부가 자랑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제도가 우리나라 와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케이스가 한 둘이 아니잖습니까?
앞으로 문제점이 한, 둘씩
드러날 테지만 경악을 금치 못할 일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행 대학입시 제도는 학생들만 골탕을 먹일 뿐,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데도 별 효과가 없고 교육적으로도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학생들을 시험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것이 비교육적이라는 말 그 자체는 맞습니다.
공부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도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의미 없는 평가기준 덧붙인다고 나아질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더
좋은 학생 뽑을 수 있을까요?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공정한 제도가 될까요?
역시 대답은 "절대로
아니다"입니다.
공연히 학생들의 부담만 늘릴 뿐입니다.
사실 현행 대학입시제도가
갖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매우 큰 불확실성을 수반하고 있고, 따라서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면접과 논술,
서류평가처럼 주관적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서 공정성이 담보되고 있는지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입학사정관제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한 이것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습니다.
내 느낌으로는 마치 로또와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로또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면 그나마 낫습니다.
운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최소한의 공정성은 있는
셈이니까요.
그렇지 못하고 예를 들어 부유층에게 체계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는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늘 주장하는 것이지만 대학입시제도는 대폭
단순화되어야 합니다.
대학은 복잡한 입시제도로 더 좋은 학생을 뽑을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설사 더 좋은 학생을 뽑을 수 있다 해도 복잡한 제도가 야기하는 수많은 문제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수많은 문제점을 외면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닙니다.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린 학생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공부도 하고 (사실 인생에 별 쓸모도 없는) 스펙도 쌓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듭니다.
불행한
얼굴로 학원에서 학원으로 전전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기성세대는 참으로 바보 같은 인간들이란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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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신 이준구 교수님이 쓴 글입니다.
출처 : http://jkl123.com/sub5_1.htm?table=board1&st=view&page=1&id=14157&limit=all&keykind=subject&keyword=입시&bo_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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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수능 성적 최우선으로...ㅋㅋ
제가 무지해서 모를수도 있는 건데 학교 입시안은 그 학교의 교수님들이 정하는 것 아니었나요? 아니면 여러 외부적 영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고 있는건가요?
아뇨..국립대는 정부의 압력이 존재합니다. 이게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국립대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적 차원에서 간섭을 하는 겁니다. 서울대가 입사정 늘린 건 이명박정부 때 입사정제를 통한 학생선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실시된 것입니다. 고로 새로운 정부에서는 또다른 입학제도가 탄생할 수 있는거죠.
근데 저렇게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벗어난 내용으로
문제를 풀때, 예를 들어 대학과정에만 있는
'XX의 정리'라는 게 있다고 가정하면
실제 논술 시험지에 답변을 작성할 때
'XX의 정리에 의해...'같은 식으로
대놓고 대학과정의 내용을 적어도 되는 건가요?
아니면 좀 더 은근하게 적어야하나요?
걍 면접떄는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괞찮데요.
특기자(현 일반전형)는 제대로 알고 쓰면 써도 돼요. 다만 그게 고등학교 과정으로도 설명가능한 부분이라면 교수님들이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 보라고 유도할겁니다.
정말 공감합니다ᆢ요즘 입시는 교육적으로 별 효과도 없을뿐만 아니라 공정성도 떨어지고 학생들입장에선 변수가 너무 많아서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죠ㅜㅜ 단순하면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생들을 뽑았으면 좋겠어요ᆢ 다른것도 아니고 대학이 결정되는 건데ᆢ에휴 푸념글 하나 올리고 갑니다ㅠㅋㅠㅠ
정말 일단 '단순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