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본 수능, 시원하게 말았습니다.(나이 00년생ㅠ)
제목 그대로, 제가 원하던/나오던 성적보다는 2등급 가까이 와르르 무너졌네요..
우선 집 앞에 있는 지거국(서울대 아닙니다ㅠㅠ) 상경을 갈 수 있는 성적은 나와주니 나름 다행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수능이 끝나고 한 달이 넘었는데, 성적이 나오고 처음 일주일은 수학을 밀려쓴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잠도 못자고 울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는 왜 틀렸는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피드백도 하고, 잠도 자고 했더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솔직히 미국 AP, SAT 성적 발표와 대학 합격의 기쁨과는 비교도 안되는 실패감과 우울감 이었습니다.
물론 수능을 제외한 대부분의 성적은 집, 독서실 모의고사이긴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밖을 못나가기도 했고, 오만한 생각이지만, 시험장의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했거든요(실제 SAT때도, 너무 편한 마음으로 본 결과, 소위 말하는 고득점군인 1500 이상을 찍었었네요).
하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아마 많은 재수를 결심하신 현역 분들도 비슷한 실수일 것 같습니다.)
우선 수능 자체가 1년에 한 번만 돌아온다는 특성상 현장에 들어가서 종이 치고나니, 정말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지더군요. 변명이지만, 저는 6, 9와 모든 실모에서 만점 가까이 나와주는 바람에, 후반에 공부를 좀 많이 '안'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가지고 있던 지병인 공황발작이, 시험장의 압박감 때문인지 문제풀이 도중에 나타나는 바람에, 결국 수학은 가채점 답안지와 20점 정도가 차이나는 성적이 나왔네요. 아마 마킹할 때, 손을 좀 많이 떨어서 중복마킹(ex.3과5를 한 문제에 마킹)했던 것 같네요. 혹시나 저같은 증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청심환이나 따뜻한 물은 꼭 챙겨가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물론 마스크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려운 환경+평소 지병의 영향이 좀 크지만요.
개인적으로 이번 수능을 치고 느낀 부분이지만, 수능에서 타 장애우분들처럼, 신경정신과 항목도 배려를 해서 시험장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대한민국이 정말 좋은 나라이지만, 미국에서의 장애 편의 항목과는 아직 차이나 인식이 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약을 분명히 가져갔는데, 시험 감독관이 약을 포함한 필기구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책상 위에 올리지 못하게 하고, 물 또한 마실 수 없게 하더군요.. (저는 코로나인지라 당연히 안되는 줄 알았는데, 삼수를 한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시험장은 가능했다네요ㅠ)
뭐 누구를 탓하거나 환경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제가 6, 9월의 결과에 너무 취해있었고, 후반에 크게 찾아온 우울증과 슬럼프에서도 쉬어주지 못한 제 잘못이 90이고 감독관이 어쩌고 공황이 어쩌고 하는 것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생각해서요.
아마 올 한해동안 제가 저지른 실수들이 많은 고3 현역 수험생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올해는 특히나 9월과 수능간의 텀이 길어서 그런지 6, 9월을 잘 보고 수능에서 좀 많이 미끄러진 안타까운 케이스들을 정말 많이 들은 것 같아요.
혹시나 올해 수능을 볼 친구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6월과 9월에 너무 취하지 마시고, 아쉬운 부분과 만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피드백 하며, 수능까지는 긴장을 놓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두서 없이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ㅎㅎ. 쓸데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원서 접수 하루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 익명으로라도 넋두리 하고 싶었네요:) 올해 대학 합격하신 분들 정말 축하드리고, 혹시나 아쉬운 결과를 받으신 분들 또한 다들 응원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동아시아사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데
-
교육청모고도 30분동안 3페이지 풀면 끝났던걸? 그래서 바로 물리런침 물1은 그래도...
-
잘가라, 최악
-
문과의 중대 경영과 이과의 성대에서 넘어오나요
-
저 해설지에서 표시한 부분이 이해가 안됩니다. 오늘 3교시부터 끙끙됐네요 ㅜㅠㅠ
-
화1 화2에 대해 알려주겠다 화1 -> 니 머리에 총겨누고 30분안에 20개 못풀면...
-
제 맘은 설인데 투표점
-
미쳤다
-
일당백 풀다가 정신 나갈거같은데
-
적으면 한 3~4천명 하니까 사람들 한 천 명 정도 고용해서 백지 내달라 하면 불법일까
-
안녕하세요 (구) 장시인 (현) Team. BLANK 입니다. 좋아요 + 댓글...
-
아니 강의 듣는데 자꾸 씹덕 광고 뜨니까 괜히 사주경계하게 됨
-
맥락없이 봤을때 뭐하자는건지 전혀 이해가 안되는데?
-
전통적인 화학1 준킬러이자 학생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주기적 성질 파트입니다. 대부분...
-
?? : 화학1 응시자수 2만명 붕괴, 심화과목인 화학2 응시자수도 몇천명 수준에...
-
요즘 쓰지도 않는 어휘나 표현 몇개 모른다고 학력저하 ㅋㅋ 0
진심으로 믿는사람 없겠지 ㅋㅋ
-
뉴런미적 18강 하루에 5강씩 이번주 완료해야지
-
와...
-
이유도 같이..
-
불법촬영 들키자 4층서 뛰어내린 고교생…골절상 입원 9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자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다 적발되자 학교...
-
놀랍게도 중등기하로만..
-
f(x)가 f’’(x)>0이면 아래로 볼록이잖아요 근데 x가 실수 전체 구간일때는...
-
나만그런가
-
강민철 커리 타신 분들 강기본,강기본,새기분,피드백 푼 교재들 자주 복습하시나요?...
-
중앙네이비 8연 잡음
-
한의대 ,건수의 목표로 문디컬 하려는데 확통 / 미적 둘중 머가 좋은가유 공통...
-
월클 간쓸개 0
현역 고3입니다. 동욱t 커리 일클,취클 다 했는데, 이제 간쓸개 시즌 4부터...
-
정말이해 ㄴ
-
음 카페 굿 9
-
물국어 맛좀봐라 ㅋㅋ
-
시험에 하나도 안나오니까 좆같긴 하다
-
저는 고민을 스스로 해결하는 편 입니다. 요즘들어 20여 만원을 주고 국어 과외...
-
작년에 흔히 말하는 지방대 다닐때는 정말 설렁설렁해도 대부분 a+ 나왔어서...
-
볼품이 없다 에피컷 295.5 충족? 설대식은 430.8(설의, 설치 안 됨)
-
텔그 쳐보니 11
지학두개 더맞췄으면 갈수있는 대학이 훨 많아지네.....
-
이걸 매일 10시간씩 듣는 전문직 시험들은 대체 뭘까,,,,
-
좀전에 다른분께서 올리신 문제인데 풀이가 엄청 다양할거같네 풀이 공유 부탁해!...
-
안녕하새요오늘은물리12024년5모17번을풀어볼거에요 딱 빡 끝 감사합니다
-
9평이면 몰라도 6평 성적으로 텔그 낙지 열심히 돌리면서 쓰는 시간이 좀 아깝다고...
-
과탐은 24수능과 유사한형태 표점도 은근히 비슷함 수학은 23수능과 유사한형태임...
-
지1 내신 억까로 1등 놓쳤다고 시험지 보는중인데 그 틀린 문제에서 오류 찾아서...
-
과외쌤이 레벨3 포함해서 수특만 다 풀 줄 알면 3은 뜬다고 제 목표가...
-
사문 다했다 13
요즘 안나오는 통계부분빼고 다했다 실모도 대충 1개 틀리는듯 이제 정법 달려야지 다 까먹었네
-
230913 2
은 현역 때 학교에서 봤는데 풀어서 맞춘 기억이 ㅋㅎㅋㅎㅋ 당시 통통이 4등급 받은 기억이 있음
-
수학 100점 600명넘는다 거의 700명임 표점은 1등인데 이거 수능이면...
-
ㅅㅂ 내가 이렇게 멍청했던가 ㅈㄴ 안 풀리네.. 나도 고정 92되고 싶다
-
지1 지엽적인 문제 연습하기 좋은 문제집 잇을까요? 0
이렇게도 물어볼 수 있구나? 싶은 문제들 연습하고 싶습니다 ..
오르비에서 현역찾는건불가능합니다. 원래대학가는건 재수부터죠...ㅎㅎ
그런가요ㅋㅋ 현역도 많이 하는 줄 알았네요. 내년에는 원하는 대학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능이 유달리 아쉬움이 크게 남는 시험인 것 같아요... 준비하는 기간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개선점을 안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대학합격 부터 대학생활까지 글쓴이분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외고나오셨나봐요!. 저도 현역때 외국대학 입시했거든요ㅋㅋㅋㅋ 근데 수능쳐보니까 압박감이 차원이 다르고ㅜㅜ 현역때 대학 진짜 쉽게갔구나 싶고 그러네요 ㅎㅎ
그래도 에세티 잘보신것만 봐도 기본적으로 머리는 좋은 분이신 듯한데 실수때문에 속 많이 상하셨겠어요 ㅠㅠ
결과는 바뀌지 않겠지만.. 한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맞아요ㅋ큐ㅠ. 아무래도 수능은 일 년에 하루만 있는 시험이라 그런지 더 압박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