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원인 추정™ - 애벌랜치 광다이오드 출제오류 논란 종결
필요원인 추정™
- 애벌랜치 광다이오드 출제오류 논란 종결
이해황
"만일 저자가 자신의 신념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시시한 책이 될 것이다."_세인스버리
__『거짓말쟁이의 역설』(야마오카 에쓰로, 안소현 역, 2004)에서 재인용
0. 들어가며
수능 국어를 가르친다면, 논란이 있었던 문항에 대해 나름의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이 수험적합적인가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으니까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문항은 2016학년도 수능국어 19번 ②일 겁니다. 행정소송까지 갔던 문항이다 보니,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학생들의 질문이 날카롭고,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다고 소개하기에는 '시시한' 선생님처럼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해당 문항에 대한 제 입장을, 기존 기출문제와 엮어서 밝혀보려고 합니다. 가르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학생분들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시험장에 이런 문항이 또 나온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1. 원인
원인에 대한 논의는 제법 복잡하지만, 수험적으로는 필요원인(필요조건으로서의 원인)과 충분원인(충분조건으로서의 원인)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필요충분원인은 필요원인인 동시에 충분원인이니 따로 공부는 필요 없죠. 이외에 INUS원인, 2009학년도 수능에서 언급된 확률적 원인 등도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1-1. 필요원인
필요원인이란, 결과를 일으키는 데 없으면 안 되는 필수적인 원인을 뜻합니다. 시험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된 적 있습니다.
필요조건으로서 원인은 “어떤 결과의 원인이 없었다면 그 결과도 없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염모기에 물리는 것은 뇌염 발생의 원인이다. 뇌염 모기에 물린다고 해서 언제나 뇌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염모기에 물리지 않으면 뇌염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인에 해당하는 뇌염모기를 박멸한다면 뇌염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만일 원치 않는 결과를 제거하고자 할 때 그 결과의 원인이 필요조건으로서 원인이라면, 우리는 그 원인을 제거하여 결과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민경채 PSAT 언어논리 2012년 5번 |
<갑희의 인과 개념> ‘X가 Y의 원인이다’라는 문장은 ‘X가 일어나지 않으면 Y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어제 일어난 교통사고의 원인은 음주운전이다’라는 말은 ‘어제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교통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행정고시 2007년 PSAT 언어논리 12번 |
1-2. 충분원인
충분원인이란, 결과를 일으키는 데 충분한 원인을 뜻합니다. 시험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된 적 있습니다.
충분조건으로서 원인은 “어떤 결과의 원인이 있었다면 그 결과도 있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콜라병이 총알에 맞는 것은 콜라병이 깨지는 원인이다. 콜라병을 깨뜨리는 원인은 콜라병을 맞히는 총알 이외에도 다양하다. 누군가 던진 돌도 콜라병을 깨뜨릴 수 있다. 하지만 콜라병이 총알에 맞는다면 그것이 깨지는 것은 분명하다. 만일 특정한 결과를 원할 때 그것의 원인이 충분조건으로서 원인이라면, 우리는 그 원인을 발생시켜 그것의 결과가 일어나게 할 수 있다.민경채 PSAT 언어논리 2012년 5번 |
<을보의 인과 개념> ‘X가 Y의 원인이다’라는 문장은 ‘X가 일어나면 항상 Y도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만일 다운증후군의 원인으로 특정한 염색체 이상을 지목한다면 그것은 그러한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다운증후군이 나타난다는 뜻이다.행정고시 2007년 PSAT 언어논리 12번 |
2. 필요원인 판단
지문에 인과관계가 "A가 일어나지 않으면 B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면, A를 B의 필요원인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인에서 결과로 이어지는 연쇄적 경로가 유일할 때도, 연쇄적 경로에 제시된 원인들을 각각 결과의 필요원인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인과모형에서 A에서 C로 가는 경로가 유일하므로, A와 B는 C의 필요원인입니다. (물론 A는 B의 필요원인이기도 합니다.)
반면, "A가 B의 원인"이라고 했는데, 지문에 A 외에 B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이나 경로가 언급된다면 A는 B의 필요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출사례1]
“이와 같은 (연쇄적) 경로 이외로는 발병할 수 없다.”(2015학년도 LEET 추리논증 24번)를 통해 ‘이와 같은 (연쇄적) 경로’에 제시된 원인들을 필요원인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출사례2]
“다양한 메커니즘 중 하나로 다음 <이론>을 제시하였다”(2015학년도 PSAT 언어논리 18번)는, 결과를 일으키는 다른 경로가 있다는 뜻이므로, <이론>에 제시된 원인은 필요원인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수능 수험생들은 몰라도 되는 내용 PSAT, LEET의 경우 연쇄적 인과관계에 개입(intervention)하는 문제가 나오곤 합니다. 예를 들어, 앞의 인과모형에서 B를 특정한 값으로 고정시킨 후 A와 C의 관계를 묻거나, A에서 B로 가는 경로를 차단한 후 A와 C의 관계, 혹은 B와 C의 관계를 묻는 식입니다. 수학적으로는 조건부 독립(conditional independence)과 관련이 있으나, 시험문제는 상식적 판단만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습니다. PSAT, LEET 수험생으로서 구체적인 기출문제가 궁금하다면 '강화약화 매뉴얼'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
3. 필요원인 추정™
[2. 필요원인 판단]과 달리, 명시적 표현이 없어서 필요원인을 추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글을 생각해보죠.
“A가 일어난다. 그다음 B가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C가 일어나면 D가 일어난다.”
독해력이 부족한 상태로 문장논리(명제논리)만 어설프게 배운 경우, 밑줄 친 문장을 근거로 C를 D의 충분원인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C는 D의 필요원인으로 추정해야 올바릅니다. 왜 그럴까요? 맥락 때문입니다. A, B는 일어났지만 아직 D가 일어나지 않았던 이 상황에서, C가 추가로 일어났을 때 D가 일어났다는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이런 상황에서 C가 일어나지 않으면 D가 일어나지 않는다'가 추론되므로, 위 맥락에서 C는 D의 필요원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라는 표현은 맥락상 생략되곤 하므로, 제시문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합니다.)
또한 시험에 나오는 과학기술 지문은 제시된 인과경로를 유일한 것인 양 가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지문에 X가 Y를 일으킨다는 서술이 있다면, X를 Y의 필요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목을 자르면 사람은 죽는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면, 과학이론이나 현상과 관련된 기술에서 충분원인이 제시된다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고요.
다만, 이러한 추정은 파기(철회) 가능합니다. Y를 일으키는 다른 원인이나 경로가 지문이나 <보기>에 제시되거나, 일반상식 범위에 존재한다면 그러한 추정은 파기됩니다. 이때 일반상식의 범위는 개인의 독서량, 지적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출제기관은 학교 수업을 통해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을 기준으로 할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비가 오면 땅이 젖는다’만 지문에 서술되었다고 하더라도, 땅을 젖게 할 수 있는 그럴 듯한 다른 원인(눈, 살수차 등)을 일반상식 내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으므로, 비는 땅이 젖기 위한 필요원인으로 추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추정은 제시된 원인 외에 결과를 일으키는 다른 원인이나 경로가 존재하여, 수험생이 이를 고려해야 한다면, 출제자가 지문에 언급했어야 하거나 수험생이 쉽게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강한 가정 하에 성립합니다. 엄밀한 논리학이 아니라, 시험논리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점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잘 이해했다면 기출문제에 적용해보겠습니다.
3-1. 2005학년도 9월 모의평가 언어영역 34번
우주가 생성될 때 일어난 대폭발로 수소와 일부의 헬륨이 생겼다. 그리고 별이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머지 헬륨과 또 다른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태양보다 질량이 큰 별의 생성 초기에는 수소로부터 헬륨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는 천만 도(107K)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고온에서 원자핵이 반응하여 더 큰 원자핵이 되는 것을 핵융합이라고 한다. 수소가 핵융합을 하여 헬륨을 생성하는 단계가 끝난 후, 별의 중심부 온도가 일억 도(108K) 정도로 올라가면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헬륨 3개가 결합하여 탄소가 만들어지며, 탄소에 하나의 헬륨이 더해져 산소가 만들어진다. |
윗글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④ 탄소가 만들어지려면 일억 도(108K)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해설]
지문에는 (헬륨X3 & 108K)→탄소라고만 나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④는 일억 도(108K) 이상의 온도를, 탄소가 만들어지기 위한 필요원인(~108K→~탄소)으로 보고 있죠? 따라서 적절하지 않습니다...라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헬륨이 만들어지기 위해 107K 이상 높은 온도가 필요했는데, 이때는 아직 탄소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온도가 108K 정도로 더 올라갈 때 탄소가 만들어졌으므로, 필요원인 추정™에 따라 "탄소가 만들어지려면 일억 도(108K)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④는 윗글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3-2. 2013년 PSAT 언어논리 10번
다음 글에서 추론할 수 없는 것은?
소리는 고막을 통해 내이(內耳) 기관인 달팽이의 난원창으로 전달된다. 달팽이에는 전정관과 고실관이 있는데, 이 두 관은 외림프액으로 채워져 있고 한쪽 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전정관과 고실관의 나머지 한쪽은 각각 난원창과 정원창으로 덮여있다. 달팽이의 속에는 내림프액으로 채워져 있는 달팽이관이 있는데, 그 곳에는 내림프액의 압력 변화를 감지하는 털세포가 있다. 전정관과 달팽이관 사이에는 전정막이라는 얇은 막이 있고 달팽이관과 고실관 사이에는 기저막이 있다.
난원창으로 소리가 전달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소리는 난원창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에 의해 전정관 내부에 있는 외림프액을 안쪽으로 밀면서 압력을 가한다. 이 압력은 전정막을 통과하여 달팽이관의 내림프액에 전달된다. 내림프액에 전달된 압력은 기저막을 가로질러 고실관을 통해 정원창으로 이동한다. 이 때, 정원창이 진동하면서 이 압력은 달팽이 외부로 방출된다.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압력이 기저막을 통과하는 위치가 달라진다. 난원창에 가까운 기저막 부위는 뻣뻣하여 진동수가 많은 고음만 통과할 수 있고, 난원창에서 멀어질수록 기저막은 차츰 유연해지면서 진동수가 적은 저음이 통과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털세포는 압력이 통과하는 기저막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신호를 만들고, 뇌에 그 신호를 전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① 털세포가 없으면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해설]
①은 ~털세포→~소리 즉, 털세포가 소리를 듣기 위한 필요원인이라는 진술입니다. 그런데 지문에 명시적으로 털세포가 소리를 듣기 위한 필요원인이라고 서술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①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PSAT, LEET 수험생 분들이 많았는데... 필요원인 추정™에 따라 제시된 경로를 유일한 인과경로로 가정할 수 있으며, 이때 털세포를 소리를 듣기 위한 필요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①은 적절한 추론입니다.
3-3. 2016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19번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광통신은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보의 전달은 매우 빠를 수 있지만, 광통신 케이블의 길이가 증가함에 따라 빛의 세기가 감소하기 때문에 원거리 통신의 경우 수신되는 광신호는 매우 약해질 수 있다. 빛은 광자의 흐름이므로 빛의 세기가 약하다는 것은 단위 시간당 수신기에 도달하는 광자의 수가 적다는 뜻이다. 따라서 광통신에서는 적어진 수의 광자를 검출하는 장치가 필수적이며, 약한 광신호를 측정이 가능한 크기의 전기 신호로 변환해 주는 반도체 소자로서 애벌랜치 광다이오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애벌랜치 광다이오드는 크게 흡수층, 애벌랜치 영역, 전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흡수층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 이때 입사되는 광자 수 대비 생성되는 전자-양공 쌍의 개수를 양자 효율이라 부른다. 소자의 특성과 입사광의 파장에 따라 결정되는 양자 효율은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흡수층에서 생성된 전자와 양공은 각각 양의 전극과 음의 전극으로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전자는 애벌랜치 영역을 지나게 된다. 이곳에는 소자의 전극에 걸린 역방향 전압으로 인해 강한 전기장이 존재하는데, 이 전기장은 역방향 전압이 클수록 커진다. 이 영역에서 전자는 강한 전기장 때문에 급격히 가속되어 큰 속도를 갖게 된다. 이후 충분한 속도를 얻게 된 전자는 애벌랜치 영역의 반도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과 충돌하여 속도가 줄어들며 새로운 전자-양공 쌍을 만드는데, 이 현상을 충돌 이온화라 부른다. 새롭게 생성된 전자와 기존의 전자가 같은 원리로 전극에 도달할 때까지 애벌랜치 영역에서 다시 가속되어 충돌 이온화를 반복적으로 일으킨다. 그 결과 전자의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애벌랜치 증배’라고 부르며 전자의 수가 늘어나는 정도, 즉 애벌랜치 영역으로 유입된 전자당 전극으로 방출되는 전자의 수를 증배 계수라고 한다. 증배 계수는 애벌랜치 영역의 전기장의 크기가 클수록, 작동 온도가 낮을수록 커진다. 전류의 크기는 단위 시간당 흐르는 전자의 수에 비례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광신호의 세기는 전류의 크기로 변환된다. 한편 애벌랜치 광다이오드는 흡수층과 애벌랜치 영역을 구성하는 반도체 물질에 따라 검출이 가능한 빛의 파장 대역이 다르다. 예를 들어 실리콘은 300~1,100 nm*, 저마늄은 800~1,600 nm 파장 대역의 빛을 검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와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애벌랜치 광다이오드가 제작되어 사용되고 있다. * nm : 나노미터. 10억 분의 1미터. |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②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흡수층에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해설]
2문단의 “흡수층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만 보면, ②와 같이 ~광자→~전자-양공 쌍 즉, 광자를 전자-양공 쌍 발생의 필요원인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애벌랜치 광다이오드가 빛의 세기를 전류의 세기로 바꾸는 장치라는 맥락을 고려하면, ②를 옳은 추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문을 구한 두 분의 과학철학, 분석철학 교수님 모두 ②를 정답으로 보는 데 문제없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만약 ②가 거짓이라면, 광자가 입사되지 않아도 전자-양공 쌍이 발생한다(~광자&전자-양공 쌍)는 뜻인데, 이는 애벌랜치 광다이오드가 빛의 세기를 전류의 세기로 바꾸는 장치라는 맥락과 어긋나게 됩니다.
또한 ②를 파기할 수 있는 근거가 지문이나 일반상식 내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시된 경로를 유일한 경로로 본다면, 필요원인 추정™에 따라 ②를 옳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광자의 입사가 없으면 충분한 에너지의 광자의 입사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출제기관의 이의신청 관련 답변 자료를 봐도, 결국 광자 입사를 전자-양공 쌍 발생의 필요조건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문항은 애벌랜치 광다이오드 소자에 대한 지문의 설명 내용에 비추어 일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이의 제기의 주된 내용은 첫째, 지문의 특정 문장으로부터 정답지 ②가 논리적으로 추론될 수 없으므로 정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지문에서 설명하지 않은 과학적 정보로 볼 때 정답지 ②는 사실과 다르므로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 지문에서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라 하였는데 정답지 ②에서는 ‘광자’라고만 하였으므로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선, 첫 번째 이의 제기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 문항은 지문에 설명된 전체 내용을 이해하여 답지를 판단하는 문항인 바, 특정 문장에만 주목하여 답지를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의 제기한 바와는 달리, 지문의 전체 내용을 고려하면 정답지 ②가 타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지문 첫째 단락에서 설명한 바처럼, 광통신에서 애벌랜치 광다이오드는 “적어진 수의 광자를 검출하는 장치”이자 “약한 광신호를 측정이 가능한 크기의 전기 신호로 변환해 주는 반도체 소자”란 점을 알 수 있고, 둘째 단락 이하의 내용을 통해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정답지 ②는 애벌랜치 광다이오드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기본 전제 조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의 제기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의 제기에서 언급한 정보는 지문에서 설명한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에서 벗어나는 정보입니다. 지문에서 설명한 기본적인 작동 원리 외의 다른 상황까지 가정하여 정답지 ②를 판단하는 것은 이 지문과 문항의 맥락을 고려하여 읽지 않은 것입니다. 세 번째 이의 제기도 타당하지 않습니다. 지문에서 언급한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이라는 내용을 정답지 ②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오류라는 이의 제기는 광자의 입사가 전자-양공 쌍을 발생시키는 조건임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첫 번째 문단에서 애벌랜치 광다이오드는 약한 광신호를 측정하기 위한 소자로서 이용되고 있다고 소개한 후, 두 번째와 세 번째 문단에서 입사된 광신호가 전기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 문단에 ‘약한 광신호를 측정이 가능한 전기 신호로 변환해 주는 반도체 소자’라는 내용은 결국 광자의 입사가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작동에 필요한 조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답지 ②의 진술은 적절합니다. 그러므로 이 문항의 정답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
4. 나오며
고백하건대, 저도 논란 당시에는 2016학년도 수능 19번이 출제오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다룬 2005학년도 9월 모의평가 언어영역 34번, 2013년 PSAT 언어논리 10번 등을 분석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2016학년도 수능 19번 ②를 다른 기출문제와 정합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 또 이와 유사한 문제를 만났을 때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오래 고민했고, 이 글이 제 답변입니다. 만약 더 나은 답변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쪽지나 메일이 아닌) 댓글로 남겨주세요.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신 두 분의 철학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덧: 학습자료는 '좋아요' 당 500XDK가 작성자에게 간다는데, 사실이겠죠?!
덧: 필요원인 추정™과 관련하여 수험서나 강의에서 소개하고 싶은 선생님들께서는, 글 제목(링크) 형식으로만 인용해주시거나, artofkorean@gmail.com으로 사전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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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재밌게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컴공이 보는 논리학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제가 일이 바빠서 못적고 있는데 ㅠ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까진 가서 끝내야될텐데 말이에요 흑흑
수능국어 수험생입니다. 글을 보고 나서 생각한건데, 선지의 역을 통해서 정오판단을 했습니다. 바람직한 태도인가요? (광자 입사 x > 전자 양공쌍 발생 x)
본문 및 조건문에 대해 잘못 이해한 듯 합니다. 아래 영상을 참조하여 본문을 다시 정독해보길 권해드립니다.
필요조건, 충분조건 총정리 [논리공부 | 중급자]
https://www.youtube.com/watch?v=86dhjT8DJ7A
만약 전기추1 수강생이라면 '필요조건 충분조건 한국어 번역 관행 [One Point Lesson]'을 보길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수능 국어 공부를 하다보면 꼭 생기는 의문점에 대해 명료하게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흡수층에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 와 같은
'필요원인 추정'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사건 A(전자-양공 쌍 생성)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조건1(광자 입사),조건2(그 광자가 충분한E)가 필요하다 와 같이 조건을 여러개로 나누면, 사건A가 발생하기 위한 조건은 조건1과 조건2의 교집합이 되는데, 선지에서 물어보는건, A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조건2가 만족되어야한다. 이므로 조건1과 조건2의 교집합이 "어쨋든" 조건 2의 부분집합이므로 맞는 선지이다 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필요원인 추정'이라는 것에 대한 칼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기출문제도 그렇고, 사설문제들을 풀다보면, 필요조건,충분조건에 대한 개념들을 바탕으로 했을 때 상충되는, 혹은 합리적 추론을 넘어서는 것 같은 선지들을 볼 때 힘들었는데 이 칼럼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최초에 조건1&조건2가 필요조건임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문제입니다. 이후의 추론은 형식적으로 도출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영상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제시된 추론형식을 전부 대우로 바꿔보면 됩니다.)
[FAQ]논리학 공부하면, 독해력에 도움이 될까?
https://youtu.be/2AvJY2dLQM4
많이 도움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게 오토정치걸리네 ㅋㅋ
제목에 '논란', 본문에 '소송'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ㅎㅎ
수능 국어도 조금 엄밀하지 못 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순수 논리학 공부한 사람은 손해겠어요
만약 '순수 논리학'이 초급 수준의 명제논리나 술어논리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그런 능력만을 엄밀하게 평가하는 문항은 PSAT 언어논리나 LEET 추리논증에 제한적으로 존재합니다.
3-3의 2번 선지에 대해
애벌런치 광다이오드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된다. 따라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했다면 광자가 입사되었을 것이다.
‘흡수층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라는 진술이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기 위해 반드시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는 말과 동치는 아니지 않나요? 라고 질문할 수도 있겠다. 지문의 맥락을 보자. 이 장치가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었는가? ‘약한 광신호를 측정이 가능한 크기의 전기 신호로 변환해 주기’ 위함이 아닌가? 물론 5번 문장만 놓고 볼 때, ②번 선지를 논리적으로 완전한 선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에 광자가 입사되지 않았음에도(=광통신 과정에서 송신자가 정보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전자-양공쌍’이 발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후 충돌 이온화에 따라 전자가 증배되어 전기 신호가 발생할 것이다. 이것은 광통신의 소기 목적(=정보 전달) 달성에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따라서 맥락상 이 선지는 마땅히 옳다고 판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설한 교재를 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본문을 잘 이해하셨다면 제 답변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이 논란에 대해서 알게되었는데, 당시 이의제기의 두 번째 내용의 근거로 광자를 입사시키지 않아도 전자-양공 쌍을 만들 수 있는 사례를 들었었나요? (광자입사가 아닌 다른 사건 X를 해주었더니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였다)
평가원 답변 '두 번째'가 그것입니다.
핫!
음...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겟군
수능 수준이므로 반복해서 정독하여 완전히 이해해보길 바랍니다
박제하는 데 3만 덕코를 썼는데, 좋아요로 4만 덕코를 얻었습니다.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오류 문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쭉 읽으니 설득당하게 되네요. ㅎㅎ
의견 감사합니다. 선생님을 설득했다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
본문을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VCU34bE4NI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그런데 3-1을 3-2나 3-3과 함께 묶어서 학생들에게 소개하기에는 다소 어색하다고 느껴 부족한 댓글을 남깁니다.
"별의 중심부 온도가 일억 도(10^8K) 정도로 올라가면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시작한다'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맥락에서 유리시켜 위 문장만을 살펴보더라도 충분히 (~10^8K → ~탄소)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3-2와 3-3은 추론 과정에 맥락이 훨씬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에서 3-1과는 결이 달라 보입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추후 칼럼 작성시 고려하겠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3-1도 3-2, 3-3과 묶이는 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일억도가 탄소 발생을 위한 INUS원인이라는 것뿐입니다. 반면 선지는 필요원인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는 결과를 일으키는 다른 경로가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이끌어 낼 수 있는 결론입니다. 즉, 지문을 바탕으로 선지의 내용을 추정한다는 점에서 세 문항은 같이 다루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