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ignal [325175] · MS 2010 · 쪽지

2012-10-12 02:36:21
조회수 6,318

비문학 독해에 대한 조언 한 말씀 올립니다.

게시글 주소: https://cheetar.orbi.kr/0003117604

저도 수험생 때 비문학 때문에 참 애를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문제를 보면 다 까먹고, 보면서도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랬죠. 그래서 수험생 기간 내내 비문학 독해에 대한 의구심을 늘 가지고 있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참... 짜증납니다 비문학이란 거 ㅋㅋ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언어와 논술 지도도 오래 해 오면서 이제는 독해에 대한 감이 명확하게 잡혔습니다. 수능을 앞둔, 혹은 고3을 앞둔 여러분께 미력하나마 그 감이란 것을 전달해드리려 이 글을 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글의 구조를 파악한다는 말과 거의 일치합니다.

비문학 지문은 대개 설명문과 논설문 중 하나가 출제됩니다. 그 두 갈래의 글은 분명한 목적성을 띠고 쓰이게 마련입니다. 설명문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이 있을 것이고 논설문에는 설득하고자 하는 주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주제'라고 부릅니다. 글의 구조란 것은 그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글쓴이가 선택한 전략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해에 대해서 설명하는 글들을 보면 핵심어나 주제문, 혹은 단락 간의 관계 등의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들도 모두 글쓴이의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한다면 빠를 겁니다. 그러한 모든 장치들은 저마다의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쉽게 말하자면, '왜 이 위치에 이 말이 나오지?'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스스로 제기하고 답하는 과정이 바로 독해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단락 안에서도 그 안의 문장들은 각각 다 이해를 했는데 막상 읽고 나면 뭔 말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문장은 이해했지만 그 문장들 사이의 연관관계, 즉 구조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든요. 1번 문장을 읽고 이해를 했으면 그 다음에 오는 2번 문장이 왜 와야 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앞에서 비판을 하고 뒤에서 예를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주장을 하고 뒤에서 근거를 제시했을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개념의 정의를 내리고 뒤에서 자세히 설명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찌 됐든 그 '다음 문장'이란 것은 앞문장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관계들을 파악하면서 읽어 보세요. 그럼 그 단락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곧, 단락의 주제가 파악이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과정을 단락 수준에서 적용해 보겠습니다. 위의 과정을 거쳐서 한 단락의 내용을 파악했다면,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단락이 왜 있는지를 파악하면 되는 겁니다. 앞 단락에서 개념 정의와 세부 설명을 통해서 어느 한 개념을 설명했다면 이어지는 단락에서는 그 개념이 쓰이는 곳을 예를 들어 주든지 아니면 그 개념의 부작용을 경고하든지 뭐 기타 등등의 내용을 담을 수가 있겠지요. 이렇게 단락 사이에도 연관관계가 있습니다. 그것들을 모두 파악하고 나면 글 전체의 주제가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조를 파악하면서 읽어 낸 글은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왜냐면 글쓴이의 의도에 따라 어떤 요소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를 이미 이해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세부사항까지 완전히 기억나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 세부사항이 어느 위치에 있더라, 하는 정도까지는 머릿속에 남아 있게 됩니다.

글로써 설명하려다 보니 다소 장황해 보입니다만, 결국 

"'여기서 왜 이게 나오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글을 읽어라!"

라는 간단한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당장 눈앞의 시험이 급해 죽겠는데 언제 일일이 이해하고 앉았냐고. 맞는 말입니다. 당장 수능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쉽게 시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어, 주제문장 찾기, 세부사항 넘겨 짚기 등으로 칭해지는 각종 요령을 활용하는 것은 적어도 30%는 요행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독해를 더 느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요새는 그렇게 단편적인 넘겨짚기만으로는 풀 수 없는, 글 전체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문제들의 출제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러니 수험생 여러분께서는 마음이 바쁘더라도 하루 정도는 이 방법대로 읽어 보시기를 감히 권해드립니다. 어쨌든 해가 되진 않지 않겠어요? ㅋ 그리고 아직 수험생이 아닌 학생들이라면, 지금부터 이 방법에 적응해 놓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공부 방법이란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위의 방법이 유일한 길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쨌든 참고할 만한 방식일 겁니다. 수험생 때 제가 효과를 봤고, 또 제가 가르치면서 늘 효과를 봐 온 검증된 방식이니까요.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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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둥실둥실 · 403944 · 12/10/12 09:07 · MS 2012

    좋은글 고맙습니다.

  • 좀더빠르게 · 390710 · 12/10/12 10:37 · MS 2011

    요즘은 혼란이네요...
    글을 거시적으로 봐야한다.라는 의견과
    수능은 1:1 대응이다..

    이거 상충한다는게 ... 진짜 힘든거같아요 ㅋㅋ

  • 언수외사탐1등그 · 411893 · 12/10/12 20:49 · MS 201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qwg6442 · 377813 · 12/10/12 11:28 · MS 2011

    문제가 원하는게 뭔지 알아야죠
    문제는 지문이해해서 그를 바탕으로 사실적,추론적사고하기원합니다.
    1:1대응이라구요? 그거는 지문이해한상태로 지문에서 다시한번확인하는거지(정답률100%위해)
    그자체가 본질이될수없습니다.
    100점맞고싶으시다면 지문제대로이해(먼말인지 알기,말귀알아듣기)하는 수밖에 없는것같네요
    그래야 문제가 아무리 추론으로 나와도 다맞출수있구요

  • hungryperson · 344250 · 12/10/13 00:03 · MS 2010

    딱 제생각과 일치..

  • 샤르넬 · 363677 · 12/10/12 12:4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sheephit · 405959 · 12/10/12 20:27 · MS 2012

    사소한거지만 바램이라고 안쓰고 바람이라고 쓰셨네요
    실수하시는분들이 많던데~

  • 11시간법칙 · 363160 · 12/10/12 20:33 · MS 2010

    바램이 틀린 표현입니다
    바라다 의 명사형이 바람 ;

  • ithilien · 404157 · 12/10/13 01:32 · MS 2012

    바램 틀린표현 아닙니다. 바람이 원래 맞는 표기 였으나 바램을 사용하는 문중들이 많아짐에 따라 바램이 맞는 표기가 되었습니다. 바람도 맞는 표기로 계속 유지가 되는지는 모르곘네요

  • sheephit · 405959 · 12/11/01 18:17 · MS 2012

    실수하시는분들이 많던데 실수안하신

    국어국문과다우시군요 라는 뜻입니다..

  • 석원찡 · 419776 · 12/10/12 22:31 · MS 2017

    ㅋㅋㅋ

  • 실패해서행복해요 · 386561 · 12/10/12 23:35 · MS 2011

    와 완전 공감되네요 이 글 ...

    한 단락 안에도 정말 중요한 문장이 있고, 그 중요 문장을 보조해주는 뒷받침 문장이라는 것이 있지요.

    그것들의 관계를 케치하면서 읽어가다보면, 글이 길어보이던 것이 간단하게 몇 줄로 압축되는걸 느낄 수 있지요..

    그리고 어떤 한 문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바로 앞에 문장까지도 다시 읽어봐야 합니다..

    평가원 지문은 더더욱 한 단락 안에서 문장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가면, 바로 앞문장, 또는 전체 글을 파악해야 그 부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경우의 지문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 실패해서행복해요 · 386561 · 12/10/13 00:00 · MS 2011

    질문있는데요!

    글을 이해한다는건 글의 구조 (= 글쓴이가 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를 파악하는 것이다...

    즉, 글쓴이가 택한 전략(서술상특징)을 간파하지 못한다면 내용을 이해했어도 정말 100% 이해한 게 아니다. 라는건가요?

    서술상 특징 문제 보면, 전체적인 구조를 묻는 문제 (가령, 화제의 변천을 통시적으로 설명하고있다 등등) 가 있고,

    한 단락 내에서 예시를 들어주고 있어서 그거 째끄마한거 물어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_-.....

    이 글로 봤을때, [전체글 구조 파악 묻기]는 이해가 가지만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보이는 [한 단락 내의 구조]라던지...그 외의 [설명방식,

    주장방식]이라던지.. 그것들을 케치하는게 그렇게 내용이해에 도움이 되는건가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까 정리하면, 완벽한 내용이해를 위해서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라는 것에는 아직도 깨달은 바가 없어요..
    후아..ㅠ.ㅠ그래서 매번 서술상 특징 문제 나오면 불만이 많네요 제가.

  • NoSignal · 325175 · 12/10/13 00:30 · MS 2010

    원문 말미에 말씀드렸다시피 구조를 굳이 파악하지 않더라도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요령이 있다면 그걸 고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전 다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계신 분들께 제 나름의 노하우를 말씀드린 것에 불과하고 선택은 당사자들의 몫이죠 뭐^^

    그런데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내용이 이해가 되는 수준까지만 파악하면 되는 데 반해, 서술상의 특징을 묻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내용 이해와 서술상의 특징 파악은 영어에서의 독해와 문법 사이의 관계와 흡사합니다. 영어에서 독해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문법 지식은 필수이지만, 지문을 어느 정도 이해했더라도 막상 문법 자체를 묻는 문제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더군다나 '서술상의 특징'을 묻는 문제는 참 난해한 용어들을 많이 동원해서 수험생들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됩니다.

    서술상의 특징을 묻는 문제를 최대한 많이 접해 보시면서 감을 잡으시는 게 가장 나은 방법 같아 보이네요. 출제자들이 계속 더 꼬이고 꼬인 용어들을 개발해서 출제에 활용하기 때문에 이것을 정형화해서 미리 대비해 두긴 어렵습니다. 문제 풀이를 통해서 다양한 '서술상의 특징'들을 접하고, 그것을 지문 속에서 이해해 보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저도 그 유형의 문제 때문에 수험생 시절에 꽤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튼 정리하자면, 글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서술상의 특징을 묻는 유형을 따로 충분히 연습해 두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실패해서행복님이 이번 수능에 성공해서 행복하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 실패해서행복해요 · 386561 · 12/10/13 00:44 · MS 2011

    ㅠㅠ 답변 감사해요. 정말.. 저는 또 서술상 특징 문제 풀려고 지문 다시 돌아가고 하는 걸 보면

    내용은 이해되었는데 구조를 파악 못한건가?? 이러면서 의문을 가질 때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출제자가 왜 서술상 특징 문제를 내는지도 이해가 안갔어요.. 문제를 출제할 때 그냥 출제하는 게 아니라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걸 물어보고 싶어서 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어떤 점에서 서술상 특징 파악이 중요하단 걸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대학와서 레포트 쓸 때, 내용만 치중하지말고 구조나 글쓰기 전략에도 신경 써라~ 혹시...이런건가?!ㅋㅋ하고서 그냥

    넘어갔던 기억이 있네요 ㅠㅠ 시그날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출제자들이 왜 서술상 특징 지문을 꼬박꼬박 내는 걸까요 -_-+?

  • NoSignal · 325175 · 12/10/13 01:02 · MS 2010

    그러게요 ㅋㅋ 서술상의 특징이라는 차원을 명확하게 알아 두면 나중에 글 쓸 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려나요? 뭐, 비록 전 국문과에서조차 사용한 적 없지만요 ㅋㅋㅋ

    근데, 에이~ 뭐 출제자들이 요새 그렇게 학생의 앞날을 걱정해서 문제를 내겠어요? 걍 출제 지침에 나와 있으니까 내는 거겠죠 ㅋ

    대한민국 수험생의 비애예요.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서 빨리 벗어나시는 수밖에 없어요 ㅠㅜ

  • 평가원시발년들 · 394360 · 12/10/13 00:29 · MS 2011

    일치불일치 팁좀주세요 ㅠ..ㅠ 생각없이체크하고틀리네요

  • NoSignal · 325175 · 12/10/13 00:43 · MS 2010

    지문마다, 주제마다 묻는 스타일이 달라지는 유형이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정형화해서 말씀드리긴 어렵고요, 제가 당시에 쓰던 몇 가지 팁을 소개해드릴 테니 취사해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1. 제시문을 읽기 전에 일치불일치 문제를 먼저 풉니다. 일치불일치를 풀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꼼꼼하게 읽어야만 하고, 결국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대개의 독해가 끝이 나서 나머지 문제들을 보다 쉽게 풀 수 있었습니다.

    2. 일치불일치나 세부사항을 묻는 유형의 보기를 보면, 저는 먼저 '이게 말이 되나?'를 먼저 점검합니다. 다섯 개의 보기 중에 왠지 튀는 게 한두 개가 있어요 ㅋㅋ 상식적으로 왠지 틀릴 것 같은 보기가 있으면 저는 거기에 물음표를 쳐 놓고 그 한두 개의 보기를 검증하는 컨셉으로 지문을 읽기도 했습니다. 혹은 다섯 개의 보기들 중 뭔가 컨셉이 다른 보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네 개는 절대주의적인 느낌이 나는데 어떤 한 개는 상대주의적인 냄새가 나더라, 하면 거기에 물음표를 쳐 두고 또 그것을 검증하면서 지문을 읽는 겁니다. 가설과 검증... 뭐 그런 거죠 ㅋㅋ 의외로 제가 세운 가설이 답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시간은 어느 정도 단축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지문 독해는 따로 다시 해야겠지요.

    그러나 요새는 단지 지문에 나와 있느냐 아니냐뿐 아니라 지문을 올바르게 이해해야만 판별할 수 있는 일치불일치도 자주 출제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령은 참고만 하시고 지문에 대한 올바른 이해 속에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확실한(그러나 말처럼 쉽진 않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본인이 답을 고를 때 왜 그것이 답이 되는지에 대한 나름의 근거는 꼭 가지고 답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 평가원시발년들 · 394360 · 12/10/13 08:40 · MS 2011

    감사합니다!!!! 적용해볼게요!

  • juice21 · 416571 · 12/10/16 00:13 · MS 2012

    문제푸는 시간이 5분이 주어진다면 글을 분석하는데 4분, 문제를 푸는데 1분을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 클로로 · 280849 · 12/11/18 20:14 · MS 2009

    저기 지문표시에대한조언좀 부탁드립니다ㅠㅠ
    이해때문에 표시하는게아니라 문제에서되돌아올때 정보보기좋게 표시하고싶은데
    실전에선 사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