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어릴 때 집 뒷뜰엔 장미가 있었다.
예뻐서 항상 쳐다봤고
만지다 가시에도 찔려봤다.
찔릴 때마다 장미가 미웠지만 차마 꺾지 못하고
집에 가서 그 아픈 세정제를 바르고 반창고로 메웠다.
그 무서운 장미는 다음날이면 또 생각이 났다.
다시 뒷뜰에 가서
장미를 보다 가시에 찔렸다.
그렇게 보다가 찔리고, 씩씩거리다가도
어느새 또 보러 가고
그렇게 장미는 나에게 기억되었다.
그 아파트를 떠나 난 뒷쪽 더 큰 아파트에 이사갔다.
더 큰 아파트에서 더 좋은 동네의 더 큰 아파트로 이사갔다.
그러다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여 덜 번화한 동네의 더 작은 아파트에 갔다.
아파트를 다니면서도 나는 어릴 적 뒷뜰 장미만큼
예쁜 꽃을 보지 못했다.
나는 항상 떠올린다.
찾아간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 뒷뜰에 내가 가면
여전히 있을 잔디밭 위 빨간 장미는 예의 가시를.
더 날카롭게 하면서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
가시의 날은 돋았고
줄기의 편벽은 더욱 거칠었지만
그래도 나는 항상 장미를 볼 수 있다는 것.
지금의 너를
먼발치에서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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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