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정시파이터가 국어선생님과 싸운 썰. SSUL
0.
들어가기에 앞서,
이 썰은 제가 요즘 쓰고있는 '잠이 안 와서 쓰는 현역시절 이야기' 中 한 챕터의 내용입니다.
실화이고, 재미를 위해서 가미된 부분들이 조금 있습니다.
언젠가 저 이야기를 다 쓰게 된다면 그것도 업로드할게요.
1.
하지만 그런 학교생활과는 반대로 나의 공부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솔직히 학기 초 며칠 동안은 나름 (스스로) 열심히 했다. 마닳도 매일 풀고,
인강도 나름 그래도 앉은 자리에서 1강은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복습을 안 해서 그렇지.
나는 노베이스 상태였고, 들어야 할 인강은 많은데
수업 시간이 문제였다.
지금에서야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땐 수업 시간조차도 너무나 아까워서
몰래 다른 과목을 하다가 들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들이 다른 수업도 아니고, 수특으로 수능+내신을 다 잡아 주셨는데
그냥 그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나의 고고한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락하지 못했다.
그때는.
2.
무슨 용기였는지, 그놈의 고고한 자존심 때문인지,
하루는 국어 시간에, 그것도 가운데 분단 맨 앞 줄에서
다른 과목을 푸는 진기한 광경을 보여줬다.
국어 선생님은 열심히 수특을 보고 지문을 읽어주시고 계셨는데,
나는 다른 세상에서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정적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더니,
안경을 쓰신 눈으로 매섭게 나를 노려보시던 선생님과 그만 아이컨택을 하고 말았다.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 맞으나,
그놈의 고고한 자존심이 나는 죄가 없다고 속삭였다.
아니 외쳤다.
선생이 뭔데?!?!?!
뭐 하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그만 두고두고 후회할 대답을 하고 말았다.
'정시 공부하는데요?'
아!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아마도 나 자신이 기억을 뇌에서 삭제한 것 같다.
술은 안 마셨지만 처음으로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했다.
아무튼 그렇게 국어 선생님과의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3.
며칠 뒤에 담임선생님이 조용히 나에게 말씀하셨다.
'xx아,,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들에게 예의는 지켜야지..'
고고한 자존심 발동!
'아니 쓸데없는 것을 가르치니까 그러죠.'
이 바보.
그때는 왜 수업 시간 전에 양해를 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물며 그렇게 예의 없이 굴어도 왜 사과는 하지 않았던 것일까.
중2 학생에게 중2병이 오듯 나에게는 고고한 자존심이 왔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한지 선생님과 인사 안 하기 대결' 이 있으나,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번외로 다루기로 하겠다.
이 모든 것은 고3 현역, 그것도 정시 파이터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경험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즐거움만 남는다.
아, 지금은 두 선생님과 모두 인사도 잘 하고 잘 지낸다.
아마 두 분도 기억에서 지우셨을지도 모른다.
엉엉.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새기 머노
-
망할수가 없다 자꾸 뭔가 자신감 생기는데 이거 우매함의 봉우리 뭐 그런건가 ㅋ ㅋ...
-
전 확인해보니 43개네요 제 처음이자 마지막 메인글...
-
생각보다 싫어하는 분들 꽤있는거 같기도하고..
-
생각해보니까 3
어제 만든 김치찌개가 남아있어서 이걸 먹으면 될 것 같아요 !! 야식 안시켜도 되겠당 ㅎㅎㅎ
-
전북의대 최저맞추고싶다 14
-
꺼야지
-
감튀 선호도 조사 14
ㄱㄱ
-
치킨 8
맥날 감튀 마라탕 로제맛 엽떡 삼겹살 비빔냉면 족발 피자 만두 밀크쉐이크 먹고 싶어어어
-
집가야지 0
자고일어나서 빡공해야지
-
6평 19번 위치.속도.가속도 함수 관련 처음으로 개념 정확하게 몰라서 틀린거같은데...
-
생각해보니까 존나 아찔하네 외우는거 존나 못하고 어리바리까고 잃어버리고 개쳐맞을듯
-
공부끝나고 볼려했는데 메인 글 때문에 다 끝난거였구나....
-
성적 정정할 일이 많음? 걍 낮아도 그러려니 할거같은데
-
@Chisato 10
하악하악
-
우선순위가 어캐될까
-
누가 좀전에 라면+김밥사진 올리는 중범죄를 저질렀어 그치만 자야돼..
-
문학 강의 추천 0
메가랑 이투스 있눈데 이번 6모 76이고 문학 2개 틀렸는데 이대봉전에서 1개랑...
-
강민철 - 1호선 전철 일단 길은 정해져있고 목적지에는 도착함. 근데 가는 길에...
-
또다시 휴릅의 세계로 떠나볼게요..
-
다들안녕 17
오랜만이야.. 닉이 왜이러냐면 나도 이렇게 별로일줄 몰랐어..
-
별거 없을거같긴 하지만...보신분들 어떤가요??? 수능을 위해 얻어갈만한게 있나요???
-
오늘밤 10
매일밤 자꾸만 니생각만 나는 그대의 디바디바디디바
-
공부 하나도안함 ㅋㅋㅋㅋㅋ 과외도 애들 시험기간이라 1주일 휴가라 개백수마냥 술만 쳐마심 ㅋㅋ
-
수능만 끝나면 25
애들이랑 술 개퍼먹어야지 ㅇㅇ 개가 되고싶다
-
adhd 유전 당할 애가 너무 불쌍함 상쇄해줄 정도로 돈 많이 벌면 정상인 배우자...
-
대치 러셀 0
지방교대 합격증 있어도 연고대반 들어 갈 수 있나요?
-
유퀴즈에 1
정신과 의사한분 나와서 정신병으로 자살하는건 선택이 아니라 투병중에 죽는거다 하시니까 뭔가 위로된다
-
이만 잘게용 4
다들 수고많았어용
-
아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자살해야겠다
-
역시 사람들은 2
갈등을 조아해..ㅠ 다같이 외쳐 강평!(강민철선생님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
야식ㅇㅈ 8
-
자러갈게요 12
다들 좋은 꿈 꾸셔요 여담이지만 전 어제 시머 단과 수업듣는 꿈 꿨어요..;;
-
1주년 남친 선물 14
ㅊㅊ좀
-
금딸 4일차 5
후….
-
코난 더 이뻐졌네 13
레이블 옮기고나서 스토리도 탄탄해진거같고..아주좋군
-
[고1][고2] 기말고사 +10점 가능한 직전 대비 자료! 0
안녕하세요. 수학의 판도를 바꾸는 Math Changer 어수강 박사 (과천...
-
15일차
-
기말 D-4 0
쉽지않아
-
남자 둘이서 갔는데 둘 다 울면서 나옴
-
쪽지로 기만하는애들아 하위 99%인생사는 애한테 그런거 자랑해서 뭐하냐 다른데 가라
-
골치아픔.. 사실 공지방에서도 알려주고 학교에사도 문자로 뭐 하라고 보내주는데 그냥...
-
요즘 4
경제 너무재미없는데 재밌는사탐과목 없나요 ㅠㅠㅜ
-
F여서 그런지 눈물이 나더라 내 상황에 대입해봤자 공통점 많이 없는데도 슬프다
-
2주정도개고생하면감다시잡히겠지
-
ㅜㅜㅜ
-
계기가 궁금하네
-
나는 버러지다 0
그새를 못 참고 야식을 처먹기 때문
나도 수능 공부한다고 선생하고 싸웠는데ㅋㅋㅋㅋㅋ
징계위원회 열렸었음ㅋㅋ
실화? 결국 어케되심
교내봉사 7일에 1, 2, 3학년 학년부장 들이랑 인성부장이랑 교감이랑 강제 상담함ㅋㅋ
와 그래서 학교에서 정시공부 포기하심?
ㄴㄴ
패기 ㄷㄷ
씹 ㅋㅋ저도 똑같은일 당함
고3 정시러는 누구나 당한일아님?
은비추
아 근데 국어는 ㄹㅇ 걸러도 되지않나
읽는데도 개빡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