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국어박대운] 주간문학, 문학이 읽히는 지식
#주간문학
윤동주와 안도현 가르치다보면, 가르치는 저는 너무 재미있고 신난데, 정작 배우는 학생들은 졸리고 따분해하곤 합니다.
반면
BTS 이야기가 나오면, 갑자기 저는 졸리고 따분해지는데, 말하는 학생들의 눈에선 레이저가 나오며 온몸에 활력이 넘쳐흐릅니다.
당연하죠. 전 아재샘이니까.. H.O.T. 핑클은 알아도 BTS는 모르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BTS 관련 다큐를 보게 되었고,
그 뒤로 네이버를 통해 BTS를 검색하고, 멜론으로 BTS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잇진과 랩몬 중 누가 형인지
꾹이가 김종국이 아니고 누구인지
제이홉이 태어난 곳이 나와 같은 곳인지
를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조카와 가르치던 학생들이 신던 운동화의 암호같던 20130613의 비밀도 해결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학생들이 BTS 이야기를 하면 제 눈에도 레이저가 나오고, 온몸에 활력이 넘쳐흐릅니다.
비단 BTS뿐이겠습니까?
엑소 EXID 레드벨벳 워너원 여자친구 위너 트와이스는요?
시즌국어샘이 아이돌 이야기를 들으며 생기가 넘치듯
오르비의 수험생들도 문학 작품을 보며 생기가 넘치도록..
주간문학은 매주 한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그들의 작품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들의 삶을 알면 그들의 작품이 다르게 보일걸요?
절대 외우지 마세요. 그냥 흐름에 따라 가볍게 읽어주세요.
(하나 더!! 주간문학을 읽은 학생들은 꼭 댓글을 남겨주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시즌국어샘도 마찬가지랍니다... 특히 아미들... 아시죠?^^ 악플도 댓글이에요.^^)
'최서해'
1. ‘최서해’를 선택한 이유
낯선작가죠?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최서해는 신경향파작가로, 3.1운동 실패 후 간도로까지 확장된 조선식민지인들의 비참함을 핍진하게 형상화한 ‘보고 문학’, ‘체험 문학’의 대표적 작가이다. 이러한 신경향문학은 1920년대 초반 <폐허>와 <백조>를 위시한 낭만주의 경향에 대한 반동으로 1920년대 중후반 문예사조적으로는 사실주의 문학에, 문학사적으로는 카프문학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큰 족적을 남겼으나 한편으로 당대의 현실 재현에 그쳤을 뿐 구체적 해결책의 부재라는 근본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어때요? 어렵죠? 이런 이야기는 여기 있는 오르비 국어선생님들처럼 국어를 전공하신 선생님들이나 국어국문학과/국어교육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나 알아야 하는 내용이에요.. 당연히 당연히 이런 글을 읽으면 졸리고 따분해지죠?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졸리기 시작했어요.. 당장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시구요..
자 그럼 왜 하고많은 작가들 중에 이렇게 낯설고 어려운 최서해란 작가를 주간문학의 첫 번째 주제로 선정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냥.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니까... 좋아해야 진짜를 알려줄 수 있으니까..^^
시작할게요~~
2. 가난.. 가난... 가난....
최서해는 120년 전에 태어났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할아버지의 아버지정도 되는 나이에요. 당시 우리나라는 매우 가난했는데, 최서해는 그중에서도 더더더더 가난했대요.
가난 때문에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홀로 간도로 떠나버렸고, 어머니와 단 둘인 가족은 더더욱 가난하게 되었어요.
청년이 된 최서해는 가난했고, 가난했기에 학교도 다니지 못 했고, 배우지 못 해서 변변한 직장도 얻지 못했어요.
당연히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 해보고, 혼자 집에서만 외롭게 지내는 은둔형외톨이였어요.(제가 최서해를 좋아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게 뭐지 눈물인가...)
3.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가난뱅이
그런 최서해에게 유일한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소설 읽기였어요.
하지만 가난하여 소설책을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매일 15키로 20키로를 걸어가서 신문을 빌려 읽었대요. 왜 신문이냐구요? 때는 일제강점기. 일본은 자신들의 식민 정책을 조선식민지인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신문을 이용하였는데, 더 많은 조선인들이 신문을 읽게 하기 위해 신문에 소설을 연재했어요. 그 연재 소설을 최서해가 좋아했던 거구요.
그중에서도 최서해는 이광수의 소설을 가장 좋아했대요.
생각해보세요.
멋진 남자 유학생이 예쁘지만 무지한 여성들을 일깨워주고,
이들과 함께 사랑하는 이야기인 이광수의 <무정>을 읽고 있는
가난하고, 무식하고, 모쏠남 최.서.해. (얼마나 자신도 그런 멋진 남자가 되고 싶었을까요?)
최서해는 자신도 소설가가 되겠다며 자신을 책임지라는 편지를 이광수에게 보내고 무작정 서울로 향하죠.(제가 래퍼가 되겠다고 마미손에게 편지를 쓰고 매드클라운에게 향하듯...오케 계획대로 되고 있어~!)
사실, 당시 이광수는 일본 측에게는 3.1.운동의 배후자로 조선 측에서는 일본으로 돌아선 변절자로 양쪽 모두에게 비난을 받고 있던 중이라(새벽 2시에 친구 데리고 온 아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엄마 눈치 보이겠어요..)
‘오지마~ 오지마~~ 오지마~~ 제발’ 하면서 최서해를 만류하지만.. 최서해는 이광수를 찾아오고
이광수는 아는 스님에게 최서해를 맡기며, 절에서 문학 공부를 더 한 후 소설을 쓰라고 책임을 떠 넘깁니다..
4. <탈출기>, 최서해 드디어 가난에서 탈.출.하다
그리고 세달 후, 최서해의 첫 소설이 세상에 나옵니다. <탈출기>
- 가난에 힘들어하던 박군이 집을 나와 독립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는 편지글 형식으로, 가난이 힘들어 간도로 이주한 박군 가족은 그곳에서도 가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더더욱 궁핍한 삶을 살아간다. 어느날 이틀을 굶으며 직업을 찾다 돌아온 박군은 아궁이 앞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만삭의(임신한) 아내를 보고 이내 못 본 체 한다.(임신했으니... 그럴 수 있지..) 그러다 하도 괴이하여(사실은.. 괘씸했겠죠... 아무리 그래도 자기 혼자 뭐를 먹어? 나는 이틀이나 굶었는데?) 아궁이를 뒤져보니... 먹다 버린 귤껍질이 나온다.(아내 역시 너무 배가 고파 남이 버린 귤껍질을 씹고 있었던 것... 그걸 본 남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탈출기>가 나온 후 최서해는 이광수만큼 유명해지고, 이광수보다 더 핫한 작가로 이름을 알려요..
그리고 이어 <홍염>이란 작품을 발표하죠.
- 먹고 살기 힘들어 간도로 이주한 문 서방은 그곳에서 가난한 소작인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중국인 지주에게 빚 대신 딸을 빼앗기고, 아내마저 이내 죽는다. 문 서방은 지주 집에 불을 지르고, 도끼로 지주를 죽인 뒤 딸을 되찾는다.
<홍염>이 발표 되고, 최서해는 당대 조선 제1의 작가로 인정받아요.
사실 1920년대의 우리 조선은, 매우 가난하였는데요. 당시의 작가들은 이런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어했지만 쉽지가 않았어요.
당시의 작가들은 이미 어릴 때부터 금수저였기 때문에 가난을 경험해보지 못 했고, 대부분은 어릴 시절 일본으로 떠난 유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에요.
반면 최서해는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가난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어요...(쓸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었을 거에요.. 아는 게 없으니.. 서울도 이광수로 보러 올 때 처음 가본 것이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아무도 그렇게 사실적인 소설을 써 본 적이 없기에 당대 모든 사람들은 일종의 충격을 받았대요.
그리고 다른 작가들은 최서해의 작품을 1920년대 조선 사회를 보여준 일종의 보고서란 의미의 ‘보고 문학’, 작가가 실제로 겪은 내용을 작품에 표현 했다는 ‘체험 문학’이란 말로 평가하며 그들 최고의 작가라 칭하게 되요.
그리고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소설이란 의미로 ‘신경향파 문학’이라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5. 최서해의 한계(언제까지 죽이고 불만 지를거니?)
이처럼 최서해의 소설은 체험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작품임에도... 몇몇 사람들에 의해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조선의 궁핍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을 뿐, 그러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 했다는 것이에요.(최서해는 오늘날의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 한 사람인데.. 당대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요?ㅠㅠ.)
단순히 칼로 찌르고, 도끼로 자르고, 불 지르고, 죽이는 것으로만 결론을 맺는 이러한 소설을 ‘최서해류 문학’이라 말하며 비판하기도 해요.(중국인 지주를 죽인다고 좋은 세상이 올까요? 그 다음에 올 지주도 악덕이면, 그 다다음 지주도, 그 다다다음 지주도 악덕이면... 계속 칼로 찌르고 불만 질러야 할까요?)
6. 인간 최서해의 모순
혹독한 가난을 경험했기 때문에, 아무도 쓰지 못 했던 소설을 발간할 수 있었던 최서해.
그에게 가난은 시련이 아니라 축복이었어요.
재미있는건 그 소설로 이름을 얻고 부자가 된 뒤에는 다시는 예전과 같은 뛰어난 작품을 생산하지 못 했다고 해요..
소설가인 그에게 성공은 축복이 아니라 시련이네요. (저만 재미있는 건 아니죠? 아니라고 해줘요..)
7.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맨 처음 제가 최서해를 설명하면서 썼던 내용.. 기억하신가요?
이거였어요.
[최서해는 신경향파작가로, 3.1운동 실패 후 간도로까지 확장된 조선식민지인들의 비참함을 핍진하게 형상화한 ‘보고 문학’, ‘체험 문학’의 대표적 작가이다. 이러한 신경향문학은 1920년대 초반 <폐허>와 <백조>를 위시한 낭만주의 경향에 대한 반동으로 1920년대 중후반 문예사조적으로는 사실주의 문학에, 문학사적으로는 카프문학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큰 족적을 남겼으나 한편으로 당대의 현실 재현에 그쳤을 뿐 구체적 해결책의 부재라는 근본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다시 읽어보니 어떤가요? 별로 안 어렵죠? 아직도 어려운가요?
#대박로또
올해 수능 시험에 최서해의 작품이 나온다면 이는 폭망의 길일까요? 대박 로또의 행운일까요?
이름을 걸고 장담하건데(듣보 강사가 무슨 이름을 걸어...라는 말은 ... 제..발...)
최서해가 시험에 나온다면 당신에게는 대박 로또의 기회입니다.(45문제 중6문제만 맞는 건 아니겠죠?)
겨우 하나 가지고 뭘 그러냐구요?
매주 매주 주간문학을 통해 수능 전까지 50명의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로또의 대박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믿어보세요. 진짜에요.
끝으로 최서해의 수필작품인 <담요>라는 작품의 전문을 실어 드릴게요..
엄청 긴 글인데... 이 글을 읽은 당신이라면 다르게 읽힐 거에요...
믿어보세요...
나는 이 글을 쓰려고 종이를 펴놓고 붓을 들 때까지, '담요'란 생각은 털끝만치도 하지 않았다. 꽃 이야기를 써 볼까, 요새 이내 살림살이 꼴을 적어 볼까, 이렇게 뒤숭숭한 생각을 거두지 못하다가, 일전에 누가 보내 준 어떤 여자의 일기에서 몇 절 뽑아 적으려고 하였다. 그래 그 일기를 찾아서 뒤적거려 보고 책상과 마주 앉아서 펜을 들었다. 'XX와 XX'라는 제목을 붙여 놓고, 몇 줄 내려 쓰노라니, 딴딴한 장판에 복사뼈가 어떻게 박히는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놈이 따금따금해서 견딜 수 없고, 또 겨우 빨아 입은 흰 옷이 까만 장판에 뭉개져서 걸레가 되는 것이 마음에 켕기었다.
따스한 봄볕이 비치고 사지는 나른하여 졸음이 오는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신경이 들먹거리고 게다가 복사뼈까지 따금거리니, 쓰려던 글도 써지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기일이 급한 글을 맡아놓고, 그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한 계책을 생각하였다. 그것은 별 계책이 아니라, 담요를 깔고 앉아서 쓰려고 한 것이다. 담요야 그리 훌륭한 것도 아니요, 깨끗한 것도 아니지만 그것이나마 깔고 앉으면 복사뼈도 따금거리지 않을 것이요, 또 의복도 장판에서 덜 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이불 위에 접어 놓은 담요를 내려서 네 번 접어서 깔고 보니, 너무 넓고 엷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펴서 길이로 세 번 접고 옆으로 세 번 접었다. 이렇게 좁혀서 여섯 번 접을 때, 내 머리에 언뜻 떠오르는 생각과 같이 내 눈앞을 슬쩍 지나가는 그림자가 있다. 나는 담요 접던 손으로 찌르르한 가슴을 부둥켜 안았다. 이렇게 멍하니 앉은 내 마음은, 때라는 층계를 밟아 멀리멀리 옛적으로 달아났다. 나는 끝없이 끝없이 달아나는 이 마음을 그대로 놓쳐 버리기는 너무도 아쉬워서 그대로 여기에 쓴다. 이것이 지금 '담요'라는 제목을 붙이게 된 동기이다.
3년 전 내가 집 떠나던 해 겨울에, 나는 어떤 깊숙한 큰 절에 있었다. 홑고의 적삼을 입고 이 절 큰 방 구석에서 우두커니 쭈그리고 지낼 때에, 고향에 계신 늙은 어머니가 보내 주신 것이 지금 이 글 제목으로 붙인 '담요'였다. 그 담요가 오늘날까지 나를 싸 주고 덮어 주고 받쳐 주고 하여, 한 시도 내 몸을 떠나지 않고 있다. 나는 때때로 이 담요를 만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즉 이 글에 나타나는 감정이다.
집 떠나던 해였다.
나는 국경 어떤 정거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 일이 괴로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오히려 사람다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어머니와 아내가 있었고 어린 딸년까지 있어서 헐었거나 성하거나 철 찾아 깨끗이 빨아 주는 옷을 입었고, 새벽부터 밤까지 일자리에서 껄덕거리다가는, 내 집에서 지은 밥에 배를 불리고 편안히 쉬던 그 때가, 바람에 불리는 갈꽃 같은 오늘에 비기면 얼마나 행복이었던가 하고 생각해 보는 때도 많다. 더구나 어린 딸년이 아침저녁 일자리에 따라와서 방긋방긋 웃어 주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그러나 그 때에도 풍족한 생활은 못 되었다. 그날 벌어서 그날 먹는 생활이었고, 그리되고 보니 하루만 병으로 쉬게 되면, 그 하루 양식값은 빚이 되었다. 따라서 잘 입지도 못하였다. 아내는 어디 나가려면 딸년 싸 업을 포대기조차 변변한 것이 없었다.
그때 우리와 같이 이웃에 셋집을 얻어 가지고 있는 K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이 정거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부인은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마다 그때 세 살 나는 어린 아들을 붉은 담요에 싸 업고 왔다.
K의 부인이 오면 우리 집은 어린애 싸움과 울음이 진동하였다. 그것은 내 딸년과 K의 아들이 싸우고 우는 것이었다. 그 싸움과 울음의 실마리는 K의 아들을 싸 업고 온 '붉은 담요'로부터 풀리게 되었다.
K의 부인이 와서 그 담요를 끄르고 어린 것을 내려 놓으면, 내 딸년은 어미 무릎에서 젖을 먹다가도 텀벅텀벅 달려가서 그 붉은 담요를 끄집어 오면서,
"엄마, 곱다, 곱다/"
하고 방긋방긋 웃었다. 그 웃음은 담요가 부럽다, 가지고 싶다, 나도 하나 사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러면 K의 아들은,
"이놈아, 남의 것을 왜 가져 가니?"
하는 듯이 내게 찡기고 달려들어서 그 담요를 뺏았다. 그러나 내 딸년은 순순히 뺏기지 않고, 이를 악물고 힘써서 잡아 당긴다. 이렇게 서로 잡아 당기고 밀치다가는 나중에 서로 때리고 싸우게 된다.
처음 어린 것들이 담요를 밀고 당기게 되면 어른들은 서로 마주 보고 웃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 아내, 나, 이 세 사람의 웃음 속에는 알 수 없는 어색한 빛이 흘러서 극히 부자연스런 웃음이었다. K의 아내만이 상글상글 재미있게 웃었다. 담요를 서로 잡아당긴 때에, 내 딸년이 끌리게 되면, 얼굴이 발개서 어른들을 보면서 비죽비죽 울려 하는 것은 후원을 청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K의 아들도 끌리게 되면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서로 어울려서 싸우게 되면, 어른들 낯에 웃음이 스러진다.
"이 계집애, 남의 애를 왜 때리느냐?"
K의 아내는 낯빛이 파래서 아들의 담요를 끄집어다가 싸 업는다. 그러면 내 아내도 낯빛이 푸르러서,
"우지 마라, 우지 마라. 이담에 아버지가 담요를 사다 준다."
하고 내 딸년을 끄집어다가 젖을 물린다. 딸년의 울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아니! 응 흥!"
하고 발버둥을 치면서 K의 아내가 어린 것을 싸업는 담요를 가리키면서, 섧게섧게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되면, 나는 차마 그것을 볼 수 없었다. 같은 처지에 있건마는, K의 아내와 아들의 낯에는 우월감이 흐르는 것 같고, 우리는 그 가운데 접질리는 것 같은 것도 불쾌하지만 어린 것이 서너 살 나도록 포대기 하나 변변히 못 지어 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못생긴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 어린 것이 말은 잘 할 줄 모르고, 그 담요를 손가락질 하면서 우는 양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었다.
그 며칠 뒤에 나는 일 삯전을 받아 가지고, 집으로 가니 아내가 수건으로 머리를 싼 딸년을 안고 앉아서 쪽쪽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담배만 피우시고.
"XX(딸년 이름) 머리가 터졌단다."
어머니는 겨우 울려 나오는 목소리로 말씀하시었다.
"예? 머리가 터지다뇨?"
"K의 아들애가 담요를 만졌다고 인두로 때려 ……"
이번은 아내가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나로도 알 수 없는 힘에 문밖으로 나아갔다. 어머니가 쫓아나오시면서,
"얘, 철없는 어린것들 싸움인데, 그것을 탓해 가지고 어른 싸움이 될라."
하고 나를 붙잡아서 나는 그만 오도가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나는 분한지 슬픈지 그저 멍한 것이 얼빠진 사람 같았다. 모든 감정이 점점 가라앉고, 비로소 내 의식에 돌아왔을 때, 내 눈은 눈물에 젖었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길로 거리에 달려가서 붉은 줄, 누른 줄, 푸른 줄 간 담요를 4원 50전이나 주고 샀다. 무슨 힘으로 그렇게 달려가 샀던지, 사 가지고 돌아설 때, 양식 살 돈 없어진 것을 생각하고 이마를 찡기는 동시에 흥!하고 냉소도 하였다.
내가 지금 깔고 앉아서 이 글 쓰는 담요는 그래서 산 것이었다.
담요를 사들고 집에 들어서니, 어미 무릎에 앉아서,
'엄마, 아파! 여기 아파!"
하고 머리를 가리키면서 울던 딸년은 허둥허둥 와서 담요를 끌어안았다.
"엄마, 해해! 엄마 곱다!"
하면서 뚝뚝 뛸 듯이 좋아라고 웃는다. 그것을 보고 웃는 우리 셋 - 어머니, 아내, 나 -은 소리 없는 눈물을 씻으면서, 서로 쳐다보고 울었다.
아, 그때 찢기던 그 가슴! 지금도 그렇게 찢긴다.
그 뒤에 얼마 안 되어 몹쓸 비바람은 우리 집을 치웠다. 우리는 서로 동서에 갈리게 되었다. 어머니는 내 딸년을 데리고 고향으로 가시고, 아내는 평안도로 가고, 나는 양주 어떤 절로 들어갔다. 내가 종적을 감추고 다니다가 절에 들어가서 어머니께 편지하였더니,
추운 겨울을 어찌 지내느냐? 담요를 보내니 덮고 자거라. XX(딸년 이름)가 담요를 밤낮 이쁘다고, 남은 만지게도 못하더니, '아버지께 보낸다'고 하니, '할머니 이거 아버지 덮어?' 하면서 군말없이 내어놓는다. 이서 뜻을 이루어서 돌아오기를 바란다.'
하는 편지와 같이 담요를 주시었다. 그것이 벌써 3년 전 일이다. 그 사이 담요의 주인공인 내 딸년은 땅속에 묻힌 혼이 되고, 늙은 어머니는 의지가지 없이 뒤쪽 나라 눈 속에서 헤매시고 이 몸이 또한 푸른 생각을 안고 끝없이 흐르니, 언제나 어머니 슬하에 뵈일까?
봄 뜻이 깊은 이때에, 유래가 깊은 담요를 손수 접어 깔고 앉으니, 무량한 감개가 가슴에 복받치어서 풀 길이 망연하다.
.. 어때요?? 눈가에 촉촉한 무엇이 있죠??? 그럼 당신도 이제 최서해 전문가입니다... 축하드려요.
.. 이제 눈물 닦고 댓글 달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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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긴 글인데.. 괜찮았나요?
매주 꼭 읽어주세요. #주간문학
담요.. 딸두명인 아빠로써 가슴이 아련합니다.
^^다시 한 번 시작한 수능 공부 꼭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 첫 수강생까지 해주셔서 진심 감사합니다.^^
슬퍼용ㅠㅠ